“이 풍진(風塵)세상, 세태에 떠내려가지 않고 제대로 살려면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적게 보고, 듣고, 꼭 할 말만 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삶의 의미를 거듭거듭 물어야 합니다.”
법정(法頂) 스님은 15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열린 봄 정기법회에서 ‘단순, 간소한 삶’을 권했다. 스님은 “21세기가 20세기와 다른 점 중의 하나가 인터넷이 활개치는 것”이라며 인터넷 세상의 ‘접속’과 인간의 본질적인 ‘접촉’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열었다.
▲ 영덕군 자품면 신양리 복숭아밭. 지대가 낮아 다른 곳보다 일찍 복사꽃이 피었다. / 김승완 기자 | |
컴퓨터의 사각 스크린에 ‘접속’해서 주고받는 정보는 인간의 냄새 없이 간접·일방·이기적인 만남이 되지만, 사람들이 대면해서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표정을 살피고 말에 귀를 기울이며 몰입하는 ‘접촉’은 직접·상호적이며 인간의 정이 흐른다는 것이다.
그는 “하루에 수십 통씩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사람들은 휴대전화, 컴퓨터, TV가 없어지면 살 맛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과다한 정보는 사람의 자리를 빼앗고 서로 영혼의 메아리를 전할 수 없기 때문에 분명 공해”라고 했다.
법정 스님은 특히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이 기다리며 참을 줄 아는 법을 잊고, 즉석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게 됐다고 높은 자살률 등을 우려했다.
“음식도 조금 모자란 듯 먹어야 맛을 음미하게 됩니다. 뭔가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합니다. 친구와의 우정도 그리움이 고인 후 만나면 더욱 살뜰해집니다. 꽉 채우려 하지 말고 여백을 남겨야 합니다.”
그는 “얼굴은 그 사람의 ‘얼의 꼴’이기 때문에 덕스럽게 살면 덕스러워지고, 예쁘게 살면 예쁘게 된다”며 “찬란한 봄, 꽃처럼 활짝 열리시라”며 법문을 끝냈다. 김한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