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달 전화기 - 레벤

이산저산구름 2007. 3. 15. 11:23
레벤의 시, 달 전화기
** 편집자주 **
지난 2005년 레벤이 강제출국을 당하기 전에 한국에서 쓴 마지막 시 입니다.
레벤은 2000년대 노동자 시인으로, 우리에게 80년대 ‘노동의 새벽’의 첫 마음을 되새기게 했습니다. 그런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한국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다시 한번 깊은 회의를 하게 됩니다.





달 전화기

새벽같이 일하고 기숙사에 갈 때
하늘 끝에 달 보며 눈물 흘린다
엄마 생각난다
엄마 생각난다

이슬 맺히는 눈으로
달 보며 물어본다
“우리 엄마 건강하니?”

나를 꿈꾸던 어머니
잠이 깨서 달 보며 대답한다
“아가야, 나 걱정하지 마라
너는 건강하니?
새벽까지 일하니 힘들지 않니?
힘들어도 힘내라
추운 나라에서 감기 조심해라
엄마 없이 아프지 말아라
밥은 꼭 많이 먹어야 한다“

새벽같이 일하고 기숙사에 갈 때
하늘 끝에 달 보며 눈물 흘린다
엄마 생각난다
엄마 생각난다

“엄마, 나 걱정마
엄마 알쟎아
나는 예전부터 운동 많이 해서
평생 안 아픈 사람이야
엄마 돈 아끼지 말고 약 잘 먹고 건강해야 해
이 곳에 난 아무것도 필요없다
엄마 하나만 있으면 돼”

새벽같이 일하고 기숙사에 갈 때
하늘 끝에 달 보며 눈물 흘린다
엄마 생각난다
엄마 생각난다

요금이 부담되서
달 전화기 통해서
어머니하고 말씀 나눈다
그것도 며칠뿐이 안 된다
하늘 위의 고급 의자에 앉아서 신이시여
우리 이주노동자의 달을 뺏어간다
고급 의자에 앉아서 신이시여
우리 노동자의 달을 뺏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