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지난 2005년 레벤이 강제출국을 당하기 전에 한국에서 쓴 마지막 시 입니다. 레벤은 2000년대 노동자 시인으로, 우리에게 80년대 ‘노동의 새벽’의 첫 마음을 되새기게 했습니다. 그런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한국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다시 한번 깊은 회의를 하게 됩니다.
달 전화기
새벽같이 일하고 기숙사에 갈 때 하늘 끝에 달 보며 눈물 흘린다 엄마 생각난다 엄마 생각난다
이슬 맺히는 눈으로 달 보며 물어본다 “우리 엄마 건강하니?”
나를 꿈꾸던 어머니 잠이 깨서 달 보며 대답한다 “아가야, 나 걱정하지 마라 너는 건강하니? 새벽까지 일하니 힘들지 않니? 힘들어도 힘내라 추운 나라에서 감기 조심해라 엄마 없이 아프지 말아라 밥은 꼭 많이 먹어야 한다“
새벽같이 일하고 기숙사에 갈 때 하늘 끝에 달 보며 눈물 흘린다 엄마 생각난다 엄마 생각난다
“엄마, 나 걱정마 엄마 알쟎아 나는 예전부터 운동 많이 해서 평생 안 아픈 사람이야 엄마 돈 아끼지 말고 약 잘 먹고 건강해야 해 이 곳에 난 아무것도 필요없다 엄마 하나만 있으면 돼”
새벽같이 일하고 기숙사에 갈 때 하늘 끝에 달 보며 눈물 흘린다 엄마 생각난다 엄마 생각난다
요금이 부담되서 달 전화기 통해서 어머니하고 말씀 나눈다 그것도 며칠뿐이 안 된다 하늘 위의 고급 의자에 앉아서 신이시여 우리 이주노동자의 달을 뺏어간다 고급 의자에 앉아서 신이시여 우리 노동자의 달을 뺏어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