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이산저산구름 2007. 2. 21. 12:06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