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지율 스님의 산막 일지

이산저산구름 2007. 3. 13. 16:06

소나무 숲 내리막 언덕길에서 경운기에 두엄을 가득 싣고 내려가시는 옥이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겨우내 삭혀 두었던 외양간의 분뇨를 논에 넣으러 가시는 길입니다.
             
         ▼ 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속으로 들어 갑니다.

   

옥이 할아버지께서는 평소 세상사를 참으로 긍정적으로 말씀하시며 언제나 남의 장점만을 이야기하십니다.
특히, 그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이라든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든지,  대한민국에서 그 사람 보다 작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등 이야기 중에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삽입하는 습관이 있으십니다.

젊을 때는 술을 무척 좋아하셨는데 30년 전에 약주를 끊고 제사 때 복주도 입에 대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어제는 부모님들 산소에 상석을 새로 하기 위해 읍에 다녀오시면서 약주를 하시고 거나해서 돌아 오셨습니다.

취중에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외로울 수가 있나. 이렇게 외로울 수가 있나>하시는 말씀을 몇 번이고 반복하셨습니다.

저를 의식하셨는지 할머니께서는 핀잔하셨습니다.
<참, 스님도 살아가는데.....>
<할매, 중은 외롭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저는 웃었습니다.

옥이 할아버지는 이번 명절 때 오지 않은 큰 아들 때문에 아무래도 많이 서운하신 모양입니다.
기어이 마음 속의 생각을 내보이십니다.
<이 촌구석에서 자식 5남매 키우고 공부 시키느라고 나는 내 인생도 한번 살아 보지 못 했어.
그런데도 생각해 보면 그 때가 사는 것 같았어>

멀리서 할아버지께서 거름을 넣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온 들이 울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