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이 할아버지께서는 평소 세상사를 참으로 긍정적으로 말씀하시며 언제나 남의 장점만을 이야기하십니다. 특히, 그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이라든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든지, 대한민국에서 그 사람 보다 작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등 이야기 중에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삽입하는 습관이 있으십니다.
젊을 때는 술을 무척 좋아하셨는데 30년 전에 약주를 끊고 제사 때 복주도 입에 대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어제는 부모님들 산소에 상석을 새로 하기 위해 읍에 다녀오시면서 약주를 하시고 거나해서 돌아 오셨습니다.
취중에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외로울 수가 있나. 이렇게 외로울 수가 있나>하시는 말씀을 몇 번이고 반복하셨습니다.
저를 의식하셨는지 할머니께서는 핀잔하셨습니다. <참, 스님도 살아가는데.....> <할매, 중은 외롭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저는 웃었습니다.
옥이 할아버지는 이번 명절 때 오지 않은 큰 아들 때문에 아무래도 많이 서운하신 모양입니다. 기어이 마음 속의 생각을 내보이십니다. <이 촌구석에서 자식 5남매 키우고 공부 시키느라고 나는 내 인생도 한번 살아 보지 못 했어. 그런데도 생각해 보면 그 때가 사는 것 같았어>
멀리서 할아버지께서 거름을 넣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온 들이 울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