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시

벗 하나 있었으면

이산저산구름 2018. 4. 23. 10:31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 울적할 때
저녁 강물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같은 친구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속에서도
다시 먼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ㅡ도종환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