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겨울 농부

이산저산구름 2017. 11. 30. 08:12


겨울 농부



우리들의 가을은 귀퉁이에 검불더미 만을 남겨 놓고

저녁 하늘에 빈 달무리 만을 띄어 놓고

우리들 곁을 떠나갔습니다.

 

 

보리밭에 보리씨를 뿌려 놓고

마늘밭에 마늘쪽을 심어 놓고

이제 이 나라에는 외롭고 긴 겨울이 찾아올 차례입니다.

 

 

헛간의 콩깍지며 시래기를 되새김질하는 염소와

눈을 집어먹고 껍질 없는 알을 낳는 암탉과

어른들 몰래 꿩약을 놓는 아이들의 겨울이 찾아올 차례입니다.

 

 

그리하여 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 만이

눈 속에 갇혀 외롭게 우는 산새 소리를 들을 것이며

눈에 덮여서 더욱 싱싱하게 자라나는 보리밭의 보리 싹들을

눈물겨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눈물겨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글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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