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형벌 중에는 가장 가혹한 처벌 중 하나가 팽형(烹刑)이다. 팽형은 사람을 삶아 죽이는 사형으로 거대한 가마솥에서 끓인 물에 빠트리거나, 불타는 기름가마에 던져서 죽인다. 세계사에서는 중국 제나라 위왕이 간사한 신하를 팽형으로 처형했고, 고려시대 몽고 내전당시 징기즈칸 군인 포로들이 끓은 팽형으로 죽임을 당했다는 기록도 나오고 있다.
뜻밖에 팽형은 조선시대에도 처해졌다는 기록이 있다. 한양 혜정교 다리에서 부정부패를 저지른 탐관오리를 끓는 가마솥에 넣어 공개처형을 한 것이다. 다리 위에 부뚜막을 만들고, 큰 가마솥을 설치해 물을 붓고 아궁이에는 불을 땔 수 있도록 장작을 놓은 후 죄인을 가마솥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여기까지 다른 나라에서 했던 것과 같지만 다음부터 조선시대만의 팽형이 진행된다.
탐관오리 죄인을 가마솥에 넣은 다음 장작불을 지피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 불을 붙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솥에 들어갔다 나온 죄인은 살아있어도 죽은 사람 취급을 받는다. 식구들은 실제로 장례를 치르고, 호적이나 족보에도 망인으로 기록된다.(공민권 박탈) 아이를 낳을 수 있지만 살아 있는 시체의 아이는 태어난 곧바로 사생아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탐관오리에 대해 실제 목숨을 빼앗기보다는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으로 만들어 평생 수치심을 주고, 명예를 최대한 실추시키는 처벌을 집행한 것이다. 팽형을 당한 죄인 대다수는 수치심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조선시대의 팽형은 부정부패를 저지른 탐관오리에게는 죽음보다 더 가혹한 명예사형을 통해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으려 했고,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들은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일깨우기 위함인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공직자 비리·범죄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나 '제식구 감싸기'에 그쳤고, 여론 때문에 중징계를 내렸다가 시간이 지나 감경시켜주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공직자 비리범죄가 반복적으로 터지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공직자 비리와 범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해야 되는 것은 물론 공직자들도 자신의 영리보다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선조들의 자세를 배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