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
우리가 읽은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이 글은 『책은 도끼다(박웅현, 북하우스)』라는 책의 「저자의 말-울림의 공유」와 129쪽에 두 번 나온다. 책 제목이 말해 주듯이 저자가 두 번씩이나 인용한 카프카의 이 말이 이 책의 제목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책은 사람이 감수성이 얼어붙어 있을 때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저자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된 책에 대해 인간에게는 공유의 본능이 있으므로 독자와 울림을 공유하고자 세상에 낸 것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경어(敬語)를 사용하고 있다. 강의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감수성을 깬 도끼의 역할을 했던 책을 바탕으로 그동안 저자가 강의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총 8강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강마다 장르를 달리해서 시, 수필, 소설 등 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기준으로 했다고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의 특징 중 한 가지는 이전의 각 강에서 소개하는 책들과 인용문은 다음의 여러 강에서 어느 방법으로든지 서로 얽히고설키게 연관을 짓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도 강조하고 있지만 정독(精讀)하는 저자의 독서습관이 몸에 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1강은 ‘시작은 울림이다’라는 제목으로 판화가 이철수, 최인훈의 산문 그리고 아동문학가 고(故) 이오덕 선생님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이철수의 책 중에서 『응달에 피는 (이철수, 분도출판사)』이라는 그림 명상집은 나도 소장하고 있다. 책장에서 꺼내 보니 발행일이 1982년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이 나온 지 벌써 35년이 흐른 것이다. 햇빛에 바래서 표지는 누렇게 변했고 책을 펼치자 곰팡내가 콧등을 스친다. 저자 덕분에 묵은 책을 다시 읽게 된 호사를 누렸다.
2강은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라는 제목으로 소설가 김훈의 책 중에서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작품을 쓰기 위해서 직접 현장을 답사하는 작가로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김훈의 팬이라서 그의 작품은 거의 읽었다. 이 책에서도 인용하고 있는 『화장』 외에 『남한산성』 『칼의 노래』 『라면을 끓이며』 등 김훈의 작품이 생각났다. 특히 『칼의 노래』는 필자가 얼마 전에 이곳을 통해 감상문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저자가 김훈의 작품을 분석한 내용을 보니 나의 감수성을 깨는 또 다른 도끼가 되었다. 최근에 『공터에서』라는 김훈의 작품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이번에는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꼼꼼히 눌러 읽어서 저자와 같은 경지에는 못 오르더라도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작정이다.
3강은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이라는 제목으로 알랭 드 보통과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외국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은 읽은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그를 알게 되었다. 며칠 전 어떤 드라마에서도 알랭 드 보통에 대한 대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그의 작품을 읽을 결심을 했다.
4강은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라는 제목으로 고은의 작품과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미셀 트루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고은 시인의 짧게 표현하면서도 함축된 뜻을 포함하고 있는 여러 작품에 대한 해설이 돋보인다. 얼마 전에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싱글라이더』라는 영화를 소개하면서 고은 시인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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