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에서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빨간 벽돌집이 줄지어 있는 정겨운 골목길과 마주하게 된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 법한 예스러운 골목길에서 유독 하얀 벽돌집이 눈에 띈다. 바로 건축설계사무소 ‘아뜰리에만들다’김병진 소장의 집이다.
그는 아파트 대신 23년 된 다가구 노후주택을구입한 뒤 뼈대만 남기고 노후된 부분을 모두 리모델링해 새집을 만들었다. 담장과 대문을 과감히 걷어내고 외부 계단과 옥탑의 불법 증축된 부분까지 말끔히 새로 고쳤다. 빨간 컨테이너박스와 같은 외벽이 돋보이는 반지하층은 그의 일터이고 그 뒤쪽 원룸은 임대를 주었다. 그리고 1층 역시 임대공간이고, 2층을 네 가족이 생활하는 살림 집으로 꾸몄다.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가거나 새로 집을 짓는 것도 좋지만, 요즘 집값이 너무 비싸잖아요. 이런 집값 상승의 대안으로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하면, 필요에 따라 살림집과 사무실 등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좋아요. 게다가 임대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서 더 좋은 주거 형태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병진 소장이 말하는 좋은 수익형 다가구 노후주택을 찾는 팁
1 지어진 지 15~20년 정도 되는 건물을 기준으로 잡자. 기존 구조와 설비 시설들이 양호한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리모델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설비가 비교적 잘된 집을 고르는 것이 좋다.
2 리모델링을 통해 내가 그린 집을 실현시킬 수 있는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집을 골라놓고 설계및 시공 전문가에게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도로와의 접근성이 좋은지, 인근에 주차공간이 있는지, 대중교통 이용은 편한지 등을 체크한다.
4 남향 배치, 일조권 확보, 전망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5 리모델링 시 디자인과 소재에 신경 써야 주변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주거공간·일터·임대공간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익형 다가구 하우스
B1F 사무공간 & 임대 원룸
반지하층 외벽은 빨간 컨테이너박스 느낌을 주는 갈바륨(알루미늄과 아연이 도금된 강판)으로 장식해 주거공간이 아닌 오피스 공간이라는 차별화를 두었다. 반은 건축사무소 아뜰리에만들다의 사무실이고 뒤쪽 반은 원룸으로 리모델링해 임대를 주었다. 사무실 크기는 18㎡(약 6평). 반지하다보니 층고가 낮아 답답했는데 천장을 노출하고 짙은 네이비 컬러의 친환경 수성페인트로 칠해공간이 확장돼 보이는 효과를 냈다. 리모델링 전곰팡이가 심해 보수작업을 가장 많이 했다. 우선 벽지를 제거하고 콘크리트 벽면을 노출한 뒤 곰팡이 제거약품을 발라 긁어내는 작업을 여러 번하고 그 위에 시멘트 미장 후 수용성 유광 코팅제를 발라 마무리했다. 사무공간은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변경 없이 벽면과 천장 노출, 그리고 가구들만으로 인더스트리얼한 아지트 느낌을 냈다.
계단을 반 층 오르면 1층 임대공간이, 한 층 더 오르면 2층 주거공간이 나온다. 계단은 담장을 일부 허물어 햇볕이 잘 들도록 했다. 살림집의 빨간 문을 열면 3㎡(약 1평)의 현관이 나온다. 붙박이 신발장을 한쪽 벽면 가득 짜 넣고, 위쪽에 거울 문을 달아 공간이 확장돼 보이도록 했다. 기존 현관은 원래 거실 안쪽에 들어가 있었는데, 거실이 워낙 좁아 리모델링하면서 현관을 밖으로 내고 작은 방 벽을 1m 밀어 13㎡(약 4평)의 거실공간을 확보했다. 현관과 거실 사이에는 폴딩도어 중문을 달아 분리했다. 탁 트인 구조로 바꾼 거실을 중심으로 그린 컬러의 슬라이딩 문을 열면 아이 방이다. 그 옆으로 ㄷ자 주방이 있고 그 옆으로 침실, 화장실을 나란히 배치했다. 문은 모두 노출 레일을 사용해 슬라이딩으로 제작했다. 문을 열어두면 거실과 방이 하나로 연결돼 넓게 쓸수 있기 때문. 방이나 거실이 좁아 고민인 경우 활용하면 좋은 아이디어다. 집이 워낙 좁다 보니 상부 공간까지 꼼꼼히 활용했다. 공사 후 남은 자재를 활용해 벽 상부 공간에 선반을 짜 넣어 물건들을 수납하고, 바닥에는 꼭 필요한 가구들만 배치했다. 주방 역시 부족한 수납은 싱크대 하부장과 냉장고 상부장으로 모두 해결하고 싱크대위 벽면에 선반을 달아 자주 사용하는 주방도구 들을 수납했다.
terrace 다용도실, 테라스
현관 오른쪽에는 옥상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 데크를 깐 계단을 올라가면 다용도실과 세탁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문을 하나 더 열고 나가면 김 소장이 이 집을 처음 보러 왔을 때 제일 마음에 들었다는 옥상이 나온다. 원래 붉은기와가 낮은 높이로 둘러싸여 위험한 공간이었지만 리모델링하면서 난간을 설치하고 노후된 부분을 잘 정리 정돈해 아늑한 테라스를 완성했다.
답십리 다가구 노후주택 리모델링 비용 리스트 공정별 시공비
거공사 6백50만원
설비공사 9백만원
금속공사 8백만원
창호공사 1천1백만원
구조보강공사 2백만원
방수공사 2백만원
도장공사 7백만원
단열공사 6백만원
타일공사 6백50만원
전기공사 8백만원
주방가구 6백만원
도어공사 2백50만원
붙박이가구 3백만원
바닥마감공사 2백만원
인테리어 소품 1백50만원
에어컨 설치 1백80만원
총 리모델링 공사비용 9천30만원
진행 박미현 사진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