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평당 단가'라는 판도라의 상자

이산저산구름 2016. 4. 25. 11:35

 

 

'평당 단가'라는 판도라의 상자

친절한 친환경 디자인 하우스 프로젝트 _ 집짓기 X파일 5편

 

 

 

 

내 집을 짓는 건 일생일대의 큰 사건이자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집짓기를 결심한 건축주들은 전쟁을 앞둔 초보병사의 마음과도 같다. 내가 과연 건축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 들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본지는 이런 두려움을 가진 수많은 건축주들에게 새로운 집짓기 방식을 제안한다.



“평당 얼마예요?”

집을 짓고자 하는 예비 건축주라면 아이가 옹알이하다 ‘아빠~! 빠.빠.빠.빠’ 하며 말문이 트이듯 처음 하게 되는 질문이 바로 ‘평당 단가’다. 참 쉽고도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기준의 잣대를 어디로 삼느냐에 따라 수많은 답변을 만들어내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그렇다. 건축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쇼핑하듯 집을 짓고자 하는 예비 건축주라면 누구나 싸고 좋은 집을 원할 것이고, 싸고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하는 시공 상담자의 평당 얼마라는 답변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사실 완성품이 아닌 집의 건축비에 대해 평당 얼마라고 논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예비 건축주는 자신이 가진 예산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지, 집을 짓는데 총비용이 얼마인지 추산하기 위해 이 질문을 한다. 하지만, 건축주가 생각하는 평당 단가와 시공업자가 생각하는 평당 단가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건축주는 통상 집이 완공되고 들어가서 사는 데까지 필요한 예산 전체를 건축 평수로 나눈 평당 단가를 떠올린다. 그러면 이 안에는 토지 구입비 + 건축을 위한 토목 설계비 + 토목 공사비 + 건물 설계비 + 건물 골조(외장/내장) 건축비 + 건물 인테리어 공사비 정도다. 혹 어떤 경우는 조경공사 비용까지 포함하여 묻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조경은 빼고 평당 얼마냐고 묻는다.

“조경 빼고 이런 집 지으려면 평당 얼마나 들어요?”

자, 당신이 이런 질문을 받은 시공자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대개는“다른 항목은 빼고 건축만 보신다면 평당 000원 정도에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하게 되고 이 경우 예비 건축주는“그럼 뭐가 더 드는데요?”라고 되묻는다. 그럼 보편적으로 별도 공사 항목과 각종 행정 업무에 따른 세금 비용을 읊어준다.“정화조 공사비용, 행정업무비용, 전기, 통신, 가스, 수도 등 인입 공사비용, 싱크대, 붙박이장, 신발장 등 가구공사비용, 각방 온도조절기, CCTV, IOT 시스템 등 홈 오토 시스템비용, 성/절토, 석축공사, 옹벽공사, 우수관로 공사 등 토목공사, 경계측량, 분할 측량, 현황 측량 등 측량공사, 지열보일러, 벽난로, 화목 보일러 등 별도 난방에 따른 난방공사…”생각지도 못했던 항목들이 줄줄이 읊어지는 순간 예비 건축주들의 머릿속은 용량이 초과하여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한 이해는 안 된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하나하나 듣다 보면 상식 수준의 항목들이고 상담자가 하는 말이 틀린 말이 하나 없음이 인지된다. 그리고 하나씩 계산을 해나가다 보면 보통 공사비용의 15%에서 20% 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함을 깨우치게 된다.

그럼 평당 400만원짜리 30평이니까 1억2천만원에 부가세 10%를 더하면 1억3천2백만원. 여기에 최대 20% 정도의 별도공사비용을 책정하여 약 1억5천만원이면 공사가 가능하리라고 봤다. 그럼 예비비 책정해서 1억6천만원 내외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계약서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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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서 평소 큰 창문이 있고 높은 층고를 지닌 복층 목조주택을 꿈꾸었던 예비 건축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예비 건축주의 이름은 똘똘 씨. 아파트의 단조로움에서 탈출해 널찍한 전원에서 폼 나게 살아보고 싶어 주택 건축을 마음먹었다는 설정이다.

그가 처음으로 예상한 예산은평당 400만원(부가세 별도) × 30평 = 1억3천2백만원

예비 건축주 똘똘 씨는 설계비는 건축 회사에서 포함해서 진행해준다고 했으니 이거면 다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과연 건축공사비용은 여기서 끝이 날까? 목구조 공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설계가 끝나고 나면 이제 생각지도 못한 복병들이 출현하게 된다.


“집짓기 과정에 도사리고 있는 숨은 복병들”

첫 번째 복병은 주택의 층고에 따른 추가 비용이다.

대개 아파트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주택에 갖는 로망은 층고가 높은 집이다. 탁 트인 층고만 봐도 입꼬리가 올라갔던 건축주들은 자신이 집을 짓고자 하는 지역에 건축되어있는 주택들의 성향과 상관없이 미국이나 유럽 혹은 따뜻한 나라에서 주로 건축된, 커다란 창문이 매우 인상적인 층고 높은 집을 설계해달라고 자료 이미지를 주었을 확률이 높다. 설계자는 당신의 의견을 반영하여 그럴듯한 외관을 지닌 설계를 내놓았을 것이며 당신은 좋다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때, 이 층고는 대부분 거실의 높이를 높인 경우가 많은데 흔히 ‘오픈 천장’이라고 말하는 이 분야는 보편적으로 1층 오픈 시 500만원, 1.5층 오픈 시 900만원, 2층 기준 오픈 시 1,200만원의 추가비용이 별도 책정된다. 거실 전체가 아닌 일부 오픈인 경우에는 면적에 비례한 %금액을 적용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시원하게 2층 복도에서 내려다보는 거실을 꿈꿨다면 1,200만원의 별도 비용이 책정되게된다.(+1,200 / 누적 1,200)

두 번째 복병은 화장실 개수에 따른 추가비용이다.

요즘은 30평대 복층 주택에도 3개의 화장실을 두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층 거실 손님용, 1층 안방 부부용, 2층 자녀용.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하나씩 개별 실을 두고자 하니 당연히 비용은 상승한다. 처음에는 건축주가 진지한 고민 없이 상담자와 그림을 그리다 책정하게 된 화장실 3개는 30평 주택에 400만원의 추가비용을 책정하게 한다. 통상적으로 31~40평까지는 2실, 41평~59평까지는 3실이 기본 제공된다.(+400 / 누적 1,600)

세 번째 복병은 다락방 면적에 따른 추가비용이다.

주택의 로망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다락이다. 처음에 다락은 세 평이면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보통 계단실 1.5평의 면적을 포함한 3평의 다락은 궁색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창고의 역할이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방의 역할을 하려면 4.5평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곳을 취미실로 꾸미거나 아지트로 꾸미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6평 정도는 되어야 그럴듯한 그림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다락 공사비는 평당가의 50%로 책정되는데 가중 평균높이 1m 80㎝ 이하로 바닥, 마감공사, 도배는 동일하지만 도어가 없고, 난방이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락을 6평으로 했다면 1,200만원이 추가된다.(+1,200 / 누적 2,800)

여기에 일명 ‘뻐꾸기 창’으로 불리는 도머 창을 더한다면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통상적으로 뻐꾸기 창을 하는 이유는 외관 디자인과 다락방의 쓸모 때문이다. 다락방의 경사 지붕에 뻐꾸기 창을 내면 사람이 설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다. 도머 창 부분은 바닥 면적 기준 10㎡를 초과할 수 없으며 창호 비용은 별도로 추가된다. 개당 50만원 정도로 볼 수 있다. 6평 정도의 다락이라면 통상 2개 정도가 설치된다.(+100 / 누적 2,900)




네 번째 복병은 포치다.

포치란 바닥에 기둥이 있고 지붕과 난간이 있는 공간으로, 이 역시 평당 시공 단가의 50%가 적용된다. 포치는 보통 현관이나 거실 창과 같은 사람의 출입 동선이 있는 곳에 외부 차양이나 비를 막기 위해 설치하게 된다. 현관 쪽에 1평, 거실 베란다 창 쪽에 3평만 추가해보기로 한다. (평당 단가 약 400만원 × 4평 ÷ 2 = 800만원)(+800 / 누적 3,700)

다섯 번째 복병은 실 위 옥상 데크다.

실 위 옥상 데크란 1층 방 위에 데크를 만들어 발코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을 뜻한다. 2층에 데크가 설치되어 있으면 나가서 차 한잔 하거나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되곤 한다. 보편적으로 철근콘크리트 건물에서 만들게 되지만 목조도 간혹 만드는 경우가 있다. 하자 요인이 있으므로 꼼꼼한 방수가 필요한 부분이다. 설계디자인을 보니 3평 정도 나와 있다. ‘우리 식구가 몇인데… 세 평이면 좁지 않나?’ 하며 기왕 쓰는 거 옆쪽까지 다 쓰면 시원하고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3평만 더 추가하여 6평을 실 위 데크로 만들기로 한다. 평당 단가 약 120만원 × 6평 = 720만원이다.(+720 / 누적 4,420)또한, 포치부분까지도 데크로 만든다면 활용도가 더 클 것 같다. 상담을 해보니 평당 70만 원이면 된다고 해서 까짓거 그것도 적용하기로 했다. 포치가 4평이었으니까 280만원 추가다.(+280 / 누적 4,700)

여섯 번째 복병은 소방 설비다.

소방 설비는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해야 한다. 면적당 2만원이 적용되는데 이 경우 각 실당 건전지로 작동하는 화재감지기와 각 층마다 소화기가 설치된다. 30평 면적 기준으로 60만원 추가다.(+60 / 누적 4,760)

마지막 일곱 번째 복병은 지붕 각도에 따른 추가비용이다.

지붕 각도가 6~15도일 경우, 또는 35도 이상인 경우에는 1㎡당 약 3만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모던 스타일일 경우 두겁 후레싱 등이 추가될 여지가 있다. 20㎡의 기준으로 60만원 추가를 가정해보겠다.(+60 / 누적 4,820)

자, 이쯤 되면 추가비용 발생은 4천820만원에 부가세 별도이고 총 5천302만원이 추가된다. 그러면 기본 건축비 1억3천2백만원에 5천302만원이 더해진 1억8천502만원에 별도 공사비용과 예비비로 산정한 2천8백만원을 더해 총 2억1천302만원이라는 총예산이 산출된다. 예비 건축주가 넉넉하게 잡았던 1억6천만원보다 약 5천만원이 오버되었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창호 비용의 추가가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평당 400만원에 책정된 창호의 크기와 사양을 정확히 확인해보지 않은 이상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비용이 출현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과 이사에 따른 가구 및 가전 구입비용, 이사를 먼저해야 할 경우 이삿짐 보관비용, 입주 전 체류 비용은 별도다. 굳이 이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예비 건축주가 알고자 했던 평당 단가는 결국 약 600만원을 훌쩍 넘게 된다.

자 다시 한 번 묻겠다.

“이런 집을 지으려면 얼마나 드나요?”

당신이 시공 상담자라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만약, 당신이 계약에 목말라 있는 상담자라면“부가세를 빼고 현금공사로 했을 때 400만원까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건축주의 눈치를 볼 것이고, 당신이 바람직한 상담자라면“이런 스타일의 목조주택은 경제적이지는 않아요. 평당 400만 원대의 건축비로 접근하기엔...글쎄요. 그래도 굳이 이런 스타일로 건축을 원하신다면 건축공사비용은 400만원 사양 기준으로 100만원 정도의 추가는 예상하셔야 할 겁니다. 부가세까지하면 평당 550만원 정도는 들겠네요. 물론 정확한 견적은 주택 설계 후에 산출이 가능하구요. 건축공사 외에 별도 비용은 약 15~20% 정도 잡으시되 집을 짓게 될 토지의 상황에 따른 토목 비용, 인테리어에 민감하실 경우 인테리어 비용에 증감요소가 있습니다. 브랜드 싱크대나 브랜드 욕실도기를 원하신다면 추가비용이 더 발생할 수도 있구요. 마지막으로 예산을 잡으실 때 이사 및 각종 세금 관련된 비용은 세무사와 상담을 통해 별도로 잡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예비 건축주라면, 과연 어떤 상담자와 시공 상담을 하고 싶은가?


“계약 성사를 위해 사람 봐가며 평당 단가를 부르는 시공 회사들”

<친친디 하우스 프로젝트>의 출범을 알린 지 3개월이 지나고 있다. 대면 상담자 수가 100명을 넘은 지 오래고 친친디 1호 집의 건축과정을 알리는 인터넷 카페는 오직 기사를 통해서만 카페 주소를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300명 이상의 예비 건축주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도 대기 상담 예약이 줄을 잇고 있으며 해외 거주 중인 교포분들까지 상담 요청에 가세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1기의 선정 및 계약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시공 견적에 대한 숙제는 건축주뿐만 아니라, 설계자와 시공업체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였다.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주택 건축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 견적 산출과 견적에 따른 현장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소’, 시공관리를 하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별도로 존재하고 건축주들이 ‘매니지먼트’ 회사를 통해 모든 업무를 총괄하여 원스톱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덜한 편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현실은 심각하다. 국내 대형 건축 회사들은 공무 파트가 존재하여 상대적으로 비교적 정확한 견적을 산출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시공사들은 공무가 따로 있지 않다 보니 도면을 보고 ‘1㎡ 면적(흔히 회배당이라고 칭함)’으로 어림을 잡는 주먹구구식의 견적 산출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 보니 시공 견적을 넉넉하게(?) 잡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계약 당시 높은 가격을 부르면 계약 성사가 어려우니 초기에 계약할 때는 낮은 금액으로 계약한 후 건축주의 디자인 변경 요청 시에 “이때다!” 하며 추가 견적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 금액이 도를 넘으면 건축주와의 분쟁으로 공사가 중지되며 법정 다툼까지 이어지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친친디 하우스 프로젝트>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일본의 주택 매니지먼트사가 공무소와 더불어 투명한 일처리를 하듯, <친친디 하우스 프로젝트> 역시 투명한 견적 산출과 예산관리를 위해 건축전문자문위원들과 세무사와 법무사가프로젝트에 공식 참여하여 그 신뢰를 더했고 이 부분이 주효했다. 예비 건축주는 자신을 속이지 않고 자재비와 용역비, 회사이윤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이른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시공업체를 찾고, 건축사와 시공업체는 약속한 결제대금을 깔끔하게 집행해 줄 건축주를 원했기 때문이다. 마치 서로 신원을 믿을 수 있는 배우자를 중개해주는 <결혼정보회사>를 찾듯 오늘도 <친친디 하우스 프로젝트>의 상담실은 진실한 서로를 간절히 만나기 원하는 예비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업자들로 그 문턱이 분주하다.


글_주택문화칼럼니스트 서동원<친절한 친환경 디자인 하우스 프로젝트 사업총괄>


구성_편집부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4월호 / Vol.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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