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산속의 별장을 갖는 것은 과거에는 하나의 꿈이었다. 극소수 최상류층만이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이 대폭 높아져 그리 사치스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이 됐다. 최근 들어 세컨드하우스 마련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세컨드하우스란 어원 그대로 두 번째 집,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 외에 또 하나의 집을 갖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도시에 있는 집 외에 농촌(전원)에 있는 또 하나의 집을 세컨드하우스로 부른다. 텃밭을 가꾸며 전원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세컨드하우스는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별장’과는 다른 개념이다. 휴가뿐만 아니라 휴일, 주말에도 이용한다는 점에서 휴가철에만 이용하던 ‘별장’과 다르다.
| 세컨드하우스 늘어나는 까닭 |
근래 들어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주5일 근무제 이후 직장인들의 여가 및 취미시간이 증가해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덩달아 전원생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주택컨설팅업체인 ㈜홈덱스가 지난해 4월 열린 ‘2010홈덱스 스프링’ 건축박람회 방문자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년 이내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겠다는 사람이 전체의 57.2%였다.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상당히 존재함을 엿볼 수 있다.
이같은 인기는 아파트와 다른 집, 친환경적인 집,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기 때문이다. 주말만이라도 답답한 도시의 아파트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거나 자녀들과 함께 자연을 체험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고 있는 것. 아예 농촌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귀농이나 텃밭을 가꾸며 농촌에 정착해 전원생활을 하는 귀촌, 수도권에 전원주택을 짓고 시내로 출퇴근하는 것 등과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충북 충주에 ‘봄뜰 전원마을’ 69가구를 짓고 있는 박종범 영동건설 대표는 “분양된 14가구 중 13가구가 세컨드하우스용”이라며 “서울경기의 도시민이 주말주택으로 이용하려고 매입했다”고 했다. 신철호 영월전원주택개발 팀장도 “강원 영월군 주천면에 ‘산이실 전원마을’ 26가구를 지어 현재 16가구가 분양됐는데, 서울경기 주민이 절반을 매입했다”고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면서 세컨드하우스가 노후 전원생활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심지 주거비용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면 노후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퇴직한 문장현씨(가명·56)는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의 아파트를 처분해 수도권 외곽의 값싼 아파트를 산 뒤 그 차액을 갖고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려고 경기도 가평지역 등을 물색 중이다.
전원주택건설 컨설팅을 하고 있는 김경래 OK시골 대표는 “최근 베이비부머들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데다, 은퇴 후 전원생활이 가능해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전원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내년부터 주5일제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세컨드하우스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확충되는 교통망이 수도권 인근 농촌(전원)까지의 상대적 거리를 크게 단축시키고 있는 점도 세컨드하우스 수요를 증가시키는 한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정기적으로 두 집을 왕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스플리터(splitter)’란 용어가 생길 정도로 세컨드하우스가 대중화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는 1960년대 별장이 딸린 농장 소유가 유행처럼 번졌다. 현재는 전 국민의 50% 이상이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독일도 ‘작은 정원’이라는 뜻의 ‘클라이가르텐(Kleigarten)’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 주변에 위치한 주말농장의 일종으로 텃밭과 작은 통나무집을 임대해준다.
| 세컨드하우스 어디가 좋나 |
세컨드하우스는 주말이나 휴일마다 가는 곳이다. 때문에 너무 멀고 진입하기가 불편한 곳은 이용하기 쉽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방문 횟수가 줄어들고, 결국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텃밭을 제대로 가꾸지 않아 잡초만 무성하게 될 수도 있는 것. 따라서 세컨드하우스는 거주지에서 차로 1~2시간 내에 오갈 수 있는 곳이 최상이다. 또 주변에 스키장이나 골프장, 유명 관광지, 유원지 등 즐길 만한 곳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가족들 취미에 맞는 즐길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더욱 활용성이 높아진다.
세컨드하우스를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물론 수도권이 가장 좋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은 역시 수도권과 가깝고 한강(남한강·북한강)을 끼고 있는 가평, 양평, 김포, 용인, 강화, 광주, 남양주 등이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돼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 가령 가평·양평지역은 주택을 지을 만한 땅은 10년 전에 비해 3~5배가량 올랐다고 한다. 또 주변에 아파트나 공장 등이 있어 전원생활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도 있다.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을 지을 만한 땅이 많지 않은 셈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세컨드하우스 장만을 강원·충청지역까지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곳이 서울에서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어 교통 면에서 그리 나쁘지 않으면서 자연경관이 좋아서다.
강원도에서는 강촌 등 예전부터 전원주택이나 펜션, 리조트들이 많이 들어선 지역뿐만 아니라 홍천의 팔봉산과 홍천강 주변, 횡성의 안흥·강림 주변과 둔내IC 주변, 원주의 치악산 주변, 평창의 스키장과 계곡 주변에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이 늘고 있다. 영월 수주면과 주천면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교통이 좋아지는 데다 치악산과 접해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서울서 자동차로 2시간 이내 거리다. 춘천고속도로와 경춘선복선전철이 완공된 춘천에 인접한 화천과 양구 등도 좋은 입지를 갖추고 있다. 이들 강원도 지역은 대체로 고지대여서 앞으로 온실효과에 의해 더욱 심해질 여름 무더위를 피할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름에도 시원하고 덜 습한 날씨를 보여 쾌적하기 때문이다.
충청지역에서는 충주가 단연 돋보인다. 중부내륙고속도로 IC가 닿는 곳이어서 교통이 좋은 데다 봉황자연휴양림, 문성자연휴양림 등 자연환경도 뛰어나다. 단양도 최근에는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단양의 영춘은 강과 산, 계곡이 어우러져 경치가 아름답고 주변에 문화재도 많아 세컨드하우스 입지로 적합하다.
재질은 나무(목조주택·통나무주택), 철(스틸하우스·컨테이너하우스), 흙(황토집) 등이다. 가격 면에서 컨테이너 하우스가 저가, 목조주택과 스틸하우스가 중가, 황토집과 통나무집은 고가에 속한다.
목조주택은 세컨드하우스용으로 가장 일반적이다. 목조주택은 건설기간이 짧고 설계·변형도 상대적으로 쉽다. 친환경적이고 단열성과 보온성도 좋다.
황토집은 원적외선이 나오고 단열효과가 뛰어나 전원주택용으로 인기를 누렸으나 바람이나 빗물에 취약해 세컨드하우스용으로는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통나무주택도 과거 인기를 끌었으나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나 청소가 어려워 그다지 인기가 없다.
스틸하우스는 목조주택과 건축방식이 비슷하지만 뼈대를 나무 대신 아연, 강판으로 구성한다는 점이 다르다. 목조주택에 비해 내화, 내지진성이 강하다. 자재가 규격화돼 있어 시공기간이 짧고, 설치도 쉬워 목조주택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컨테이너하우스가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 목조주택이나 조립식주택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건축과정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하우스는 가설건축물이기 때문에 전원주택을 지을 때 거쳐야 하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없다. 그러나 컨테이너하우스는 냉·난방의 단열 효율성이 떨어지고, 통풍·방음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을 꼭 짓거나 매입할 필요는 없다. 전세나 월세 같은 임대 세컨드하우스도 있다.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재형 주말농장이 그것이다. 이는 임대형 세컨드하우스라고 보면 된다. 경기도청에서 전원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은 도시민을 위해 2007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숙소가 있다는 점에서 일반 주말농장과는 다르다. 앞서 설명한 독일의 ‘클라이가르텐’과 흡사하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살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된다. 농장에 붙어 있는 전원주택에는 냉장고, 에어컨, TV 등이 구비돼 있어 추가로 가져갈 살림살이가 거의 없다. 방은 다락방을 포함해 2개이고, 거실과 욕실이 있다.
입주자는 임대료 최고금액 응찰자로 선정한다. 임대료는 대체적으로 연간 약 400만~500만원 수준으로 월세로 40만원을 내는 셈이다. 현재 양평 봉상리 등 17지역·85가구가 운영되고 있다. 체재형 주말농장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경기농촌체험관광 홈페이지(http://kgtour.gg.go.kr)를 보거나 또는 경기도청 농업정책과(031-8008-4422)에 문의하면 된다.
| 세컨드하우스 마련시 주의점 |
세컨드하우스 마련은 메인하우스를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금운용이나 앞으로의 생활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땅을 매입하고 집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이 살 보금자리이기에 다양한 지역을 직접 답사하는 등 발품을 파는 게 더욱 중요하다. 전원생활에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인지, 도로와 하수도 등 인·허가에 문제가 없는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한적한 전원생활을 원한다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괜찮지만 너무 외진 곳은 여러 가지 불편이 따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땅을 매입해 세컨드하우스를 지을 경우는 건축허가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등 충분한 정보를 수집한 뒤 임해야 한다. 주택을 짓지 못하는 땅,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 계곡과 접해 전혀 활용할 수 없는 땅을 구입하거나 또는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등의 사기를 당할 수 있다.
전원주택 단지로 이미 조성된 땅을 구입할 경우는 건설업자의 공신력과 실행능력을 충분히 알아봐야 한다. 이 경우 어느 정도 기반공사가 완료돼 있는 것이 좋다. 최근 기획부동산이나 무허가 중개업자 등이 장밋빛 개발청사진을 제시하며 건축허가도 나지 않는 땅을 대지로 속여 파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각종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농촌체험교실 등을 통해 직·간접적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참고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땅을 사기 전에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체재형 주말농장을 활용해보거나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전원주택을 전세로 얻어 생활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편 최근 전원주택 트렌드는 실속 있는 작은 집이다. 외관상의 화려함이나 큰 규모보다는 경제성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에너지 절약 등 관리비가 적게 드는 실용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게다가 무작정 화려하고 크게 지으면 관리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다. 관리를 게을리하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팔고 떠나고 싶어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환금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세컨드하우스의 경우 1억~2억원대의 비용으로 330~1000㎡(100~300평) 땅에 33~100㎡(10~30평) 크기의 집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또 규모가 작아야 제도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60㎡(200평), 주택 연면적 150㎡(45평), 기준시가 2억원 이하여야 ‘농촌주택’으로 인정받아 1가구2주택에 적용되지 않는다. 즉, 양도세를 물지 않는다. 이 한도를 넘게 되면, ‘농업인’으로 등록하고, 농사를 지어야 1가구2주택 적용을 피해갈 수 있다.
/ 이코노미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