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벽초 홍명희 소설 <임꺽정1,2>

이산저산구름 2014. 2. 14. 11:06

 

벽초 홍명희 소설 <임꺽정1,2>

 

 
임꺽정, 임꺽정 말로만 듣던 유명하다는 소설이지만 한 번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책이다. 벽초 홍명희라는 소설가가 월북하였다는 것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수년 전 드라마로 보았던 <임꺽정>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단지 유명하기는 해도 어느 사람이든 그 책을 읽어 보라는 권유를 받은 적도 없고 구매해서 읽고자 하는 마음은 더욱 없었다.
 
얼마 전 인문학자이자 고전 평론가인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임꺽정>은 조선 시대의 사농공상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의 역사를 한눈에 읽어 볼 수 있는 귀한 책이라는 말을 듣게 되어 그 책이 역사서와 같은 역할을 할 만큼 생활사와 함께 조선 시대 밑바닥 삶은 물론 양반들의 생활 모습까지 상세히 기록되었다는 설명을 듣고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지난가을 가족들과 함께 괴산의 제월대 펜션에 모였을 때 마당 귀퉁이에 뜻밖에 기념비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벽초 홍명희 문학 기념비였다. 유명하다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다지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아닌가 싶을 만큼 쓸쓸한 기념비로 기억에 남아 있다. 마침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두길 다행한 일이었다. 충북 괴산은 1888년 벽초 홍명희가 태어난 곳이며 기념비에서 1km쯤 생가가 있으나 직접 가 보지는 못했다.
 
벽초 홍명희는 일제 강점기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시대 일보 사장을 거쳐 항일 운동에 앞장서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임꺽정>은 1928년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글이다. 해방 후 조선 문학가 동맹위원장으로 민족 분단을 막고자 남북 협상을 위해 월북했다가 남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생사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고인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임꺽정>의 처음 머리 말씀을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어느 해설가의 유창한 얘기를 듣는듯한 구어체의 구수함이 재미있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순우리말이 있어 무슨 말일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읽어야 했다.
 
잘 모르는 단어들에 대한 (낱말 풀이)가 따로 있어 우리 말의 다양함을 느껴 볼 수 있고 어릴 때 사용하던 낱말들을 잊고 살았는데 새롭게 다가오는 정겨움이 느껴졌다.
 
생소한 낱말은 노트에 적어 무슨 뜻일까 풀이를 본 후에 이야기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못했다. 한 줄 한 줄 현대의 말이 아닌 옛말에 대한 줄거리가 낯설기도 했고, 특히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이름마저 적어야 누가 누군지 구별이 가기도 했다. 연산군의 폭정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임금을 비롯한 양반, 노비, 백정, 갖바치의 생활상을 자세히 엿볼 수 있었다.
 
홍문관 벼슬인 교리 이장곤으로부터 시작되는 1편에서는 뜻하지 않은 모함으로 귀양을 가게 되고 유배 처에서 만난 갖바치의 딸과 양반이 결혼까지 하며 신분을 속이고 살아남아야 했다. 연산군이 축출되고 중종이 즉위하자 귀양갔던 이 교리는 상경하여 다시 조정의 부름을 받게 된다. 천민 딸 봉단이와 이미 혼인하였으니 함께 서울로 올라가 임금으로부터 숙부인(淑夫人) 특지를 받게 되었다.
 
(거듬거듬) - 대강대강 거둬 나가는 모양, (건둥반둥) - 일을 다 마치지 못하고 그만 두는 모양, (너웃너웃) - 너울너울 해가 떨어질 듯하면서 느릿느릿 지는 모양, (댕갈 댕갈) - 맑고 높은 소리가 벽이나 문 같은 것을 사이에 둔 저쪽에서 나는 소리, (돔 바르다) - 매우 인색하다, (마닐마닐하다) - 말랑말랑하고 만만하다, (반밤) - 하룻밤의 절반, (비줄비줄) - 비죽비죽, (옴니암니) - 미주알고주알, (요요하다) - 똑똑하다 등 듣도보도 못한 낱말들이 수없이 많았다.
 
2편에서는 <임꺽정>의 어린 시절과 자라는 환경, 타고난 힘 자랑이며 창 쓰는 유복이와 활 잘 쏘는 봉학이 의형제를 맺는다. 이름없는 갖바치는 아무리 학식이 높아도 벼슬아치가 될 수 없는 철저한 신분사회였다. 넘치는 힘, 욱하는 성질을 조절할 수 있는 수련과 검술을 익힌 임꺽정도 어엿하게 힘겨루기도 할 수 있는 떠꺼머리총각이 되었다. 다음 편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3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