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어떻게 불러 주었으면
- 서울 가정은 별로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함경도 지방 같은 곳에서는 흔히 부인을 부르는 것이 “이간나” “이에” 하고 부르는
이가 많은데 듣기에 퍽 거북하든데요 제삼자가 보기에.
- 혹 너무 친한 사이나 너무 사이가 멀면 그렇게 쓰는 것을 보았습니다만 우리는 좀 더 인격적으로 대하여 ‘이름’을 불러 주었으면 좋겠어요.
- 이름을 부르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은 제삼자로 보기에나 듣는 사람으로서도 퍽 좋게 들리는구만요, 다른 동무들도 보면.
*표기는 원문의 것을 그대로 인용하되, 띄어쓰기는 일부 수정함
<이동좌담 - 내가 이상하는 남편>, 《신여성》1931. 12.
언제나 호칭이 문제다.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남녀가 택시를 탄다고 해 보자. 남자는 ‘사장님’이 되고, 여자는 ‘사모님’이 된다. 그들이 부부인지 연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객에 대한 존칭으로서 선택된 호칭이 사장님과 사모님인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 사회에서는 사장님이 가장 귀한 사람인 것이다. 사모님은, 오직 그 남자의 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높아진다.
사장님과 사모님의 반의어는 각각 아저씨와 아줌마일 것이다. 아줌마라는 단어에 담긴 하대와 적대는 꽤 커서 이 호칭을 스스럼없이 부르기는 힘이 든다.친척인 여자 어른에게 부르던 호칭인 ‘아주머니’를 쓰는 것도 어딘지 쑥스럽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식당의 종업원을 이렇게 부른다. ‘여기요’이거나 ‘저기요’이거나 ‘언니’거나 ‘이모’라고.
내 아버지는 내 이름으로 나도 부르고 내 어머니도 부른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를 부르는지 되물어야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내 어머니를 ‘** 엄마야’라고 불렀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만이 내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다. 종종 궁금했다. 자식을 낳지 않았다면 내 어머니는 어떻게 불렸을까 하고. 그녀는 종종 말한다. 며느리를 얻게 되면 이름을 부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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