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역사가 숨쉬고 이야기가 서린 땅 - 경주 남산 지킴이 김구석 소장

이산저산구름 2011. 4. 13. 15:01

 

 

 

그 산에는 신라의 목소리, 역사의 숨결이 있다

김구석 소장이 남산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전, 불교신자로 남산을 찾다가 파괴된 불상과 가치 절하된 문화유적이 안타까워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1984년부터 남산지킴이를 자처, 1987년엔 남산을 홍보하고 보존·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주남산사랑모임을 만들었고, 보다 본격적으로 남산을 연구하기 위해 1997년 대학에 편입해 미술사를 전공, 만학도로 대학원까지 마쳤다. 그간 모아 온 자료와 사진을 엮어 여러권의 저서를 발간하기도 했고, 공무원 퇴임 직전이었던 1999년, 남산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곳곳에 내재되어 있는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경주남산연구소를 세웠다.


200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700여 점에 가까운 문화유산이 곳곳에 숨어있어 어느 곳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한 곳도 남산이어서 김소장이 직접 남산의 답사 코스를 짜고 지도도 제작했다.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에는‘남산유적답사’를, 매월 보름 전후 토요일에는 남산달빛기행을 무료로 실시하고, 남산을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남산문화유적 답사반’도 김소장이 직접 운영한다. 또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09:00-16:00 까지 서남산주차장과 통일전주차장에서 남산안내소도 운영하고 있는데 남산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남산 지도와 엽서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남산은 그냥 단순한 산이 아닙니다. 신라 역사의 시작과 끝이 있고,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가 있는 큰 산입니다. 이 불상을 좀 보세요. 바위에 부처를 새긴 것이 아니라 바위 속에 있는 부처를 정으로 찾아낸 것 같지 않습니까? 이렇게 인위적으로 깎거나 새기지 않고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 남산입니다. 그러니 남산을 오르는 것은 등산이 아니라 신라의 자취를 찾는 순례의 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경주 남산을 오르지 않고 경주를 봤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산의 기운을 꽃 피게 하는 김구석 소장의 손길

숨이 찬 산길을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김구석소장. 그가 걸음을 멈추는 때는 딱 두 가지 경우뿐이다. 쓰레기가눈에 띄거나 설명이 필요한 문화유적 앞에 다다랐을 때. 그래서 그가 항상 짊어지고 다니는 배낭에는 커다란 집게와 비닐봉투, 과수원용 전지가위와 두터운 스크랩북이 들어있다. 덕분에 수많은 문화유적으로 가득한 남산에 없는 것도 딱 두 가지다. 쓰레기와 길 안내용 리본. 자연을 보호하고자 하는 행위 자체가 자연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과감하게 나뭇가지에 묶인 리본을 잘라내고구석진 곳에 버려진 쓰레기도 귀신같이 집어낸다. 귀찮을 법도 한데 수시로 배낭에서 스크랩북을 뺐다 넣었다 하며 문화유적에 대한 설명과 묘사를 유려하게 풀어내고 송림 숲 사이를 거닐다 불현듯 시 구절을 낭송하기도 한다. 남산에 미친 사나이라는 별칭에 맞게 취미도 남산 사랑, 특기도 남산 사랑인 사람이 바로 김구석 소장이다. 수많은 언론매체가 김구석 소장을 주인공으로 다룬 까닭은 그가 이뤄 낸 결과물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진정성에 매료 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멋지니까,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사람은 감동을 주니까 말이다. 이름처럼 오늘도 구석구석 남산을 누비고 있을 그의 단단한 뒷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글·정성숙, 사진·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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