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파주자유학교 졸업식 축사(길어온 글)

이산저산구름 2010. 2. 25. 17:30

 

 

         파주자유학교 졸업식 축사

 

 

안녕하십니까?

파주자유학교 이사장 김두수입니다.

오늘 졸업하는 김하린 학생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졸업식’ 하면,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는데,

제일 먼저는 졸업식 날에 먹었던 자장면이 생각나는 세대입니다.

그런데 요즘, ‘졸업식’하면, ‘알몸 졸업식’이 생각날까? 참 두렵습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서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학교교육이 제자리를 잡도록 모든 분들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파주자유학교에서 ‘대안교육’을 받았으니,

나체졸업식 뒤풀이는 안하겠죠?

 

두 번째로 생각나는 게 있는데,

의례적이면서도 참으로 길었던 축사, 온갖 이름의 상,

그 중에 저축을 많이 했다고 주는 우체국장상도 생각납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감동적인 것은 재학생의 송사와 졸업생의 답사이지요.

오늘 파주자유학교 청미래과정에 있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송사 답사를

떨리는 가슴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는 의례적이면서도 참으로 길었던 축사를 하겠습니다.

저는 졸업에 얽힌 3개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주 짧은 축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정치인으로 뛰어난 웅변가였던 ‘윈스턴 처칠’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1945년 세계 2차 대전 때, 영국 수상으로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지도자입니다.

그가 쓴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문필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서 졸업식 축사를 하게 되었는데,

모두가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에서 그는 위엄 있는 차림으로 연단에 섰습니다.

그가 평소에 즐기던 파이프 담배와 모자를 내려놓고,

멋진 연설을 기대하는 청중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외쳤습니다.

“Don't give up!”(포기하지 마라!)

 

그러고는 다시 청중들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청중들은 그 다음 말을 기다렸지요.

그는 다시 외쳤습니다.

“Never, never give up”(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모자를 쓰고는 연단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그것이 졸업식 축사의 전부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현재 전 세계를 새롭게 창조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잡스’라고 합니다.

우리 파주자유학교 졸업생 중에는 ‘애플’이라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쉽게 말하면, 요즘 스마트폰으로 난리가 난 ‘아이폰’을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잘 알겠죠?  이 ‘스티브 잡스’가 2005년, 6월 12일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축사로 인터넷에서 아주 유명했습니다. 여러분 나중에 검색해서 꼭 보세요.

 

아주 빠르게 연설을 했는데, 3가지를 전했습니다.

첫째가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출생의 비밀인, 미혼모의 자식으로 입양되었는데, 그를 입양한 부모님은 가난한 노동자였지만, 입양의 조건으로 꼭 대학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했답니다. 부모의 희생으로 대학을 간 이야기, 그리고 그 대학에서 자신이 좋아 하게 된 ‘싼스크리스트 서체’를 공부한 이야기, 그래서 매켄토시라는 컴퓨터를 만들 때, 그 서체로 가장 아름다운 문서편집기를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사랑과 상실에 관한 것으로 매켄토시에서 ‘애플’컴퓨터를 만들고,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5년 동안 '넥스트', '픽사'를 세워서 세계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만들어 대박난 이야기 그리고, 아내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면서, 자신이 세운 ‘애플컴퓨터사’로 복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죽음에 관한 것으로 그가 췌장암 진단을 받아서 수술했는데, 다행히 치료가 가능한 희귀한 췌장암이라서 치료를 받고 살아난 이야기를 하면서, 졸업생에게 강조한 마지막 이야기를 직접 읽어 보겠습니다.

 

“타인의 잡음이 여러분들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미 마음과 영감은 당신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것들은 부차적인 것이죠.

제가 어릴 때, 제 나이 또래라면 다 알만한 '지구 백과사전'란 책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 바로 내가 여러분의 나이 때, 최종판이 나왔고 그 최종판의 뒤표지에는,

이른 아침 시골길을 찍은 사진이 인쇄돼 있었습니다.

그 밑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50평생 나는 나 자신에게 늘 이러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이 새로운 출발을 위해 졸업하는 이 시점에서, 여러분들이 그러기를 바랍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배고픔과 함께. 미련함과 함께)

 

그의 연설제목은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이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여러분에게 하는 세 번째이면서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제가 다녔던 시골학교인 ‘남해중학교’ 교장선생님의 축사입니다.

그때는 졸업식 전날에 하루 종일 예행연습을 했습니다. 지금 들으니 우습겠지만, 상 받는 연습도 했습니다. 물론 노래를 부르는 연습도 했는데, 그 날의 핵심은 송사 답사연습이었죠.

모두들 힘들어했습니다. 가끔은 쓰러지는 학생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우리의 교장선생님께서는 예행연습을 하는 날 장문의 글을 써오셨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인생의 교훈과 당부의 말씀을 30분 넘게 읽어 내려가셨습니다.

 

다음날 졸업식장에 교장선생님의 축사 시간이 되자,

모두들 긴장했습니다. 또 어제의 그 긴 연설을 또 들어야 하는가 하고요.

교장선생님은 연단에 오르시더니

“여러분 가슴을 활짝 펴고, 당당하게 꿈을 펼치십시오.” 이렇게 한 문장으로 말씀하시고 내려가셨습니다.

저에게는 잊지 못할 졸업식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예행연습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진짜 축사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훌륭하게 잘 키워주시고, 졸업시켜주신 파주자유학교 조경숙 교장선생님, 그리고 선생님, 대안학교 파주자유학교로 보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졸업생과 재학생 여러분 감사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파주자유학교’의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첫걸음’을 내딛는 ‘시작’의 순간입니다.

 

 

“파주자유학교 영광스런 제1회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이 사랑하는 꿈에 도전하세요.

배고픔과 함께, 미련함과 함께.

그 꿈을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행운이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