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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화. [사진-정관호] |
목 화
많은 초목들을 다 줄세워 놓고 맡은 바 구실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면 가장 높은 등수를 받아야 할 풀
그 옛날 삼베밖에 없던 시절에 민초를 따뜻이 감싸 입히고 포근히 잠재워 주던 은혜로운 풀
수더분한 이 겨레의 여인 같은 꽃 알롱달롱 매달려 영그는 다래 때가 되면 터져서 하얀 솜뭉치로 진정 놀라운 변용을 거듭하는 풀
문익점 할아버지가 원나라에 갔다가 그 씨를 붓대 속에 감추어 온 뒤로 이 땅에 퍼진 육백여 년 동안 곡식에 버금가는 기적을 이뤄낸 풀
씨아를 돌려 솜에 박힌 씨를 빼고 물레를 자아 실타래를 만들고 베틀에 얹어 천으로 째냄으로써 우리 의복 혁명을 일으킨 창조의 풀
이제 그 할일을 거지반 마치고 이런저런 신소재 섬유들에 떠밀려 식물원 구석 표본원 모퉁이에서 역사를 증언하고 섰는 풀 목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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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화, 분홍으로 시드는 꽃. [사진-정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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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화, 열매(다래). [사진-정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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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화, 솜. [사진-정관호] |
도움말
동아시아 원산의 당년초인데, 얼마 전까지도 전국에서 널리 심어가꾸었다. 줄기는 자줏빛이 돌고, 이파리는 넓적하며 세 가닥이 난다. 꽃은 8~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피는데, 필 때는 연노랑이다가 바로 시들면서 분홍색으로 변한다. 방울처럼 익은 것을 속칭 ‘다래’라 하며 달짝지근해서 아이들이 함부로 따먹다가 어른들한테 야단맞기도 했다. 10월이면 터져서 솜이 된다. 지금은 보기 힘든 처지가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