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요즘은 직장에서 정년 때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일부 공무원이나 공기업, 교직사회 등에는 아직도 '철밥통'을 꿋꿋이 지키는 이들이 있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정년이 채 되기도 전에 직장을 떠나고 있는 것입니다. 시급히 경제가 호전되어서 '오륙도'니 '사오정', '삼팔선, '이태백'같은 불황기의 신조어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정년퇴직 때 건네는 인사말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정년퇴직이라는 말이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 생긴 개념이므로 정년퇴직에 따른 우리의 전통적인 인사말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장에서 정해진 기간까지 성실히 근무하고 정년을 맞이한 분을 축하해야 하는지, 아직 한참 일할 나이에 퇴임하여 떠나시는 분을 위로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더구나 정년을 맞은 분의 개인적 입장이나 건강상태, 가정환경 등에 따라서 인사말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닙니다. 엄밀하게 따져 정년이라는 것이 법적으로 미리 정해져 있어 갑자기 닥친 일이 아니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을 것이므로 '축하'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요즘 같은 구직난의 불황시대에 건강한 몸으로 정해진 기간을 과오 없이 지내고 정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자신의 직책에 성실했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기에 더욱 축하할 일이겠습니다.
정년축하 인사로는 "축하합니다. 벌써 정년이라니 아쉽습니다." "축하합니다. 그 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정도로 하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말에는 물론 그동안 삶이 알차고 후진에 귀감이 되었던 것처럼, 정년 후에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시리라는 믿음을 담은 진정성이 있어야하겠습니다.
정년퇴직 축의금을 전달할 일이 있으면, 봉투와 단자에 '재직하시는 동안의 공적을 기립니다' 혹은 '삼가 축하합니다'라고 적거나 한자로 '頌功(송공)' '謹祝근축(근축)' 중에서 적절한 어휘를 골라 쓰면 되겠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살면서 정년퇴직하신 분들은 선택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생을 이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입니다.^^
<덧글> 대충 듣고 써왔던 불황기 신조어(新造語)들
☆ 오륙도(五六盜) = 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이라는 뜻.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에서 내몰리는 직장인의 처량한 신세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 사오정(四五停) = 45세가 정년이라는 뜻. 정년이 안 되었는데도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에서 내몰리는 40대 직장인의 처지를 일컫는 말
☆ 삼팔선(三八選) = 38세가 되면 직장에서 퇴출대상으로 뽑힌다는 뜻.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명예퇴직이 30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이르는 말
☆ 이태백(二太白) = 20대 태반(太半)이 白手라는 뜻, 심각한 취업난으로 이십대의 반수 이상이 일정한 직업을 잡지 못하고 있음에 비유한 말
☆ 철밥통 = 아무리 일을 적당히 해도 정년이 보장되어있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금융회
사, 교직사회 등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 혹은 그 직장인을 비꼬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