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를 물고 귀를 싸맨 자화상(1889.1)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 ~1890) 렘브란트 이후 가장 위대한 네델란드 화가로 널리 인정 받고 있으며 현대미술사의 표현주의
흐름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불과 1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작된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색채, 거친 붓놀림, 뚜렸한 윤곽을 지닌 형태를 통하여 그를 자살까지 몰고간 정신병의 고통을
인상깊게 전달하고 있다.
맥주잔과 과일이 있는 정물 (1881.12)
색채와 명암은 얼마나 멋진 것이냐. 그것 앞에서 아무 느낌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삶에서 동떨어진 채 지낼 것이다. 모베는 내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가르쳐
주었다. 언젠가 너와 예술에 대한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1881. 12. 21
감자를 캐는 두 여자 농부 (1885) 밀레나 드 그루 같은 화가들이 "더럽다, 저속하다, 추악하다, 악취가 난다" 등등의 빈정거림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는 모범을 보였는데, 내가 그런 악평에 흔들린다면 치욕이
될 것이다. 농부를 그리려면 자신이 농부인 것처럼 그려야 한다.
농부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며 그려야 할 것이다.
1885. 4. 30
폭풍이 몰아치는 스헤닝겐 해안 (1882. 8)
최근 스헤닝겐의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폭풍이 거세게 불어오기 직전의 바다는 몹시
인상적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동안에는 파도를 잘 볼 수가 없고 일렁이는 광경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거센 폭풍우였는데, 소리도 별로 내지 않으면서 아주 격렬하고
인상적이였다. 더러운 비누 거품 같은 색으로 일렁이던 바다 끝에 작은 고기잡이배가 하나
있었고 어둠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인물 몇몇이 아주 작게 보였다. 그림 속에는 무한한 뭔가가 있다.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자기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건 정말 매혹적인 것이다. 색채들 속에는 조화나 대조가 숨어 있다. 그래서
색들이 저절로 조화를 이룰 때면 그걸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1882. 8
숲속에 서 있는 흰옷 입은 소녀 (1882.8)
숲에서 습작한 다른 그림은, 마른 나뭇잎이 널려 있는 땅 위에 우뚝 솟은 커다란 초록의
너도밤나무 줄기와 힌옷을 입은 작은 소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걸 그릴 때 아주 어려웠던
점은, 일정하지 않은 거리를 두고 있는 나무줄기 사이에 적절한 공간을 주면서, 원근법에
따라 변하는 줄기의 형태와 굵기를 그려내는 동시에 그림을 밝게 하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우리가 숲에서 숨쉬고, 걸어다니고, 나무 냄새를 맡고 있는 느낌이 들도록
그리기가 어려웠다는 말이다.
1882. 8. 20
별이 빛나는 밤 (1889. 6)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1888. 6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1888. 9)
언제쯤이면 늘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멋진 친구 시프리앙이 말한 대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침대에 누워서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서 꿈꾸는, 그러나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인지도 모르지.
1888. 6.18
꽃병에 꽂힌 열네 송이 해바라기 (1888. 8)
고갱과 함께 우리들의 작업실에서 살게 된다고 생각하니 작업실을 장식하고 싶다. 오직 커다란 해바라기로만 말이다. 열두 점 정도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 그림을 모두 모아놓으면 파란색과 노란색의 심포니를 이루겠지. 매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꽃은 빨리 시들어버리는데다,
단번에 전체를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1888. 8
아를르의 포럼 광장에 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 (1888. 9)
이번 주에 그린 두 번째 그림은 바깥에서 바라본 어떤 카페의 정경이다. 푸른 밤, 카페
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그 옆으로 별이 반짝이는 파란 하늘이 보인다. 밤 풍경이나 밤이 주는 느낌, 혹은 밤 그 자체를 그 자리에서 그리는 일이 아주 흥미롭다.
1888. 9
아를르에 있는 고흐의 침실(나의 방) (1888. 10)
이번에 그린 작품은 '나의 방'이다. 여기서만은 색체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전체적으로
휴식이나 수면의 인상을 주고 싶었다. 사실 이 그림을 어떻게 보는가는 마음 상태와
상상력에 달려 있다. 이 그림은 내가 강제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던 데 대한 일종의
복수로 그렸다. 1888.10. 16
파이프와 담배 주머니가 놓여 있는 의자 (1888. 12)
오늘은 그 그림과 한 쌍을 이룰 다른 그림을 그렸다. 바로 나 자신의 빈 의자이다.
파이프와 담배 주머니가 놓여 있는 하얀 전나무 의자란다.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이 두 작업에서 나는 선명한 색을 이용하여 빛의 효과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1889. 1. 17
사이프러스나무가 보이는 밀밭 (1889. 6)
사이프러스나무들은 항상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것을 소재로 '해바라기'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사이프러스나무를 바라보다 보면 이제껏 그것을 다룬 그림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사이프러스나무들은 푸른색을 배경으로, 아니 푸른색 속에서 봐야만 한다. 1889. 6.25
울고 있는 노인 (1890. 4~5) 이곳(요양원)에 있다는 사실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하느님 맙소사! 1년이 넘도록 참아왔으니 이젠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 지루함과 슬픔으로
숨이 막힐 것만 같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급하다. 이곳에서 시간을 너무 낭비했다. 1890. 5.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