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곁에 없어도

이산저산구름 2018. 3. 19. 08:15

 

곁에 없어도


 

  

물에 비치다 떠가는 구름처럼
마주 비치다 떠가는 빈 자리 

  

아, 아름다움이 두고 가는 마음아
헤여짐이 있는 곳에 사람이 사옵니다.

  

하늘이 물 고여 있듯이
그 눈에 물 고여 있습니다.

  

하늘에 그리움 고여 있듯이
그 있음에 그리움 고여 있습니다.

   

그 눈을 생각하옴에
헤어짐을 생각하옴은
온 생명이 그러하기 때문이옵니다.  

   

그 웃음,
깊이 간직하옴에 텅 비어 있음은

  

이 세상 나의 자리,
그러하기 때문이옵니다.

  

길을 다하여 먼 날,
우리 서로 같이 있지 못해도

  

그 눈 나를 찾으면 그 속에 내가 있으리
목숨 다하여 먼 날,
우리 서로 같이 있지 못해도

 
그 생각 나를 찾으면
그 속에 내가 있으리 

  

이 세상 이 한 마음
돌려 갈 곳 없는 별 아래

 

세월은 마냥 남아서 기간을 줄이옵고
이 외로움 다할 곳 없는 이 한 길   


아, 눈이여,웃음이여, 먼 그 목소리여

만났다 가옵니다.  

 

이 좁은 이 세상에
서로 잠시 길 가옵는 자리, 

 

뜨거운 기쁨, 뜨거운 슬픔 고이 두고
다하지 못하는 마음, 

 ㅡ조병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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