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길 위에서의 생각

이산저산구름 2018. 2. 10. 08:08

 

길 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위에 쓰러진다  


ㅡ류시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