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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엄습하는 '에이지 퀘이크'(Age-quake)

이산저산구름 2017. 10. 31. 15:41




올해도 국내 주요 트렌드에서 인구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몇년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장기적 소비감소, 재정부담, 잠재성장률 둔화 등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대경제연구원 <Weekly Economic Review>(2017.1.6)는 인구변화의 영향과 관련해서

에이지-퀘이크(age-quake)’를 새해 10대 트렌드의 하나로 손꼽았다.


영국의 인구학자 겸 작가인 Paul Wallace는 <Age-quake>에서 ‘고령사회의 충격’을

강조하기 위해 지진(earthquake)을 연상케 하는 ‘age-quake'란 말을 썼다.


흔히 ’인구 지진‘으로 의역되지만 ‘노화 지진(老化 地震)’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인류사회의 전반적 고령화로 인한 커다란 충격을 강조하려는 말이기 때문이다. 

  

Wallace는 에이지-퀘이크가 리히터규모 9.0에 달하는 대지진과 같은 사회적 충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국내의 베이붐세대인 40대 후반~50대가 집중적으로 은퇴하는 2020년 쯤에는 전세계적으로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인구변화에 의한 사회적 격변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세계 주요국가는 물론이고 저출산이 극심하고 동시에 고령화속도가 LTE급으로

비유되는 한국은 경제적, 사회적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서 현대경제연구원 <Weekly Economic Review>는 한국사회가 2017년부터

에이지-퀘이크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하향되고, 가계의 소비 및 투자를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나아가서 가계의 소비구조 변화, 정부 재정수지 악화, 노동생산성 하락 등으로 이어지고,

가계의 소득분배구조도 악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민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지난해 3,763만명 가량에서 정점을 찍고 올해 1만명 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현재의 인구변화 패턴이 급변하지 않는 한 매년 감소세가 지속된다.

문제는 인구감소 자체보다도 ‘노화’에 있다. 한국사회는 올해 노인(65세 이상)의 비중이

전체 13.8%로 사실상 고령사회(14%)에 진입하면서, 노인이 유소년(14세 이하)보다

아진다는 점이다.

 

또한 경제성장의 둔화가 사회문제를 심화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경제침체는 궁극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이든’ 취약계층의 경제적 존엄을 위협하게 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집약되는 작금의 인구변화는 수명연장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당장소비를 줄이고 저축증가와 같은 노후대비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해 총저축률은 오히려 하락하는 이중주(二重奏)가

펼쳐질 수 있다.

 

기업은 직원의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인건비 비중이 커지고 R&D 및 신규투자에 보다

신중해질 가능성이 높다. 10대 재벌을 중심으로 주요 대기업은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지만 신규채용과 투자에 소극적이고, 대다수 중소기업은 의지가 있어도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보고서는 에이지-퀘이크로 인해 고령층의 소비비중이 높은 주택, 에너지, 보건, 식료품

등의 수요는 늘지만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로 교육, 문화, 오락, 의류·신발 등의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연금, 사회보장, 의료비 지출이 늘어 정부의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가장

높다고 하는 연령대(40세 초반)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노동생산성도 낮아질 것으로 보았다.

 

한편, 40세 이후 가구주가 취업한 가구와 미취업 상태의 가구의 소득불평등이 커지기 때문에 계층간 격차가 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한민국은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이 낮고

근로소득과 자산소득(부동산) 등의 비중이 높아져서 ‘취약계층의 노화’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에이지-퀘이크는 '격차사회의 풍경'을 보다 극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인적역량의 고도화, 노동생산성 향상 등이 강조되고 있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보편적 복지의 기준선을 높이는 방안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아동수당, 기본소득제 도입 등에 관한 논의가 진지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진=한국일보)

한국은행 등이 조사한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노인 빈곤율은

61.7%까지 상승했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하며,

한국사회에 엄습하는 에이지-퀘이크의 어두운 그림자를 예고하는 숫자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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