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

이산저산구름 2016. 3. 21. 12:39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만나기 전에는 서로 먼 곳에 있었다

너는 나의 먼 곳

나는 너의 먼 곳에

우리는 그렇게 있었다

 

우리는 같이 숨 쉬고 살면서도

서로 멀리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제 먼 곳을 바라볼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

크기가 아주 큰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금방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것이 아름다움의 힘이다

그것이 아름다움이 아름다울 수 있는 까닭이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

그것이 선(善) 아닌가

 

일생 동안 쌓아 놓은

재산이나 빛나는 업적보다는

한 사람을 가장 빨리 가장 절실하게

추억하도록 만드는 게 있다

 

어떤 사소하고 아련한 냄새가 그것 아닐까

사소하면서도 아련한 냄새가

재산이나 업적보다 훨씬 소중하다

 

 

 -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 / 안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