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구름은 높은 산을 넘기 힘들어 파란 가을 하늘 끝에서
숨 쉬며 바람이 전하는 가을을 듣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토할 것 같은 울음을 저 깊은 곳에서부터 쏟아내었다.
왜 하필 우리 집에 이런 일이 생겨야만 하는 것일까?
엄마가 우리에게 짐이 될 것 같다고 떠나신다고 하셨다.
나는 그 동안 마음 속에 쌓아두었던 울분이 터져 나왔다.
가족은 힘들어도 헤어지면 안되는 거잖아. 그게 가족이잖아! 내가 앞으로 더 잘할께!”
지금도 그 때 왜 엄마가 우리를 떠나려 했는지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달과 별에게도 마음을 빼앗겨도 되는 오지산골이다.
그래도 산골의 인심은 그 추위도 이긴다는 생각이 든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베트남 아주머니가 봄에 말려 두었던 고사리라며 갖다 주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에 함께 아파해 주셨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사람 얼굴도 못 보겠구나 생각할 무렵,
빨간색 오토바이를 탄 우체국 아저씨가 편지도 갖다 주시고,
멀리서 할머니가 보낸 무거운 택배도 오토바이에 실어 갖다 주시는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감사해 하셨는데 엄마가 암환자라는 얘기를 들으셨는지
‘구지뽕’이라는 열매를 차로 마시라고 챙겨주셨다.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의 상처 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뜻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고구마를 주시던 할머니에게서도 봄에 말려두었던 고사리를 주셨던 베트남 아주머니도,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산골까지 오시는 우체국 아저씨에게도 마음 속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가을을 좋아하셨음 좋겠다고 소망해 본다.
'다시 읽고 싶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할 시간은 너무나 짧다 (0) | 2016.02.12 |
---|---|
전통 회화 대가, 정선의 색채를 담은 <겸재정선화첩>, 80여 년 만에 돌아오다! (0) | 2016.02.05 |
◆數學의 아름다움 (0) | 2016.02.02 |
“초심을 잃으면 안됩니다” (0) | 2016.02.01 |
'헛'에 대하여 / 최연수 시인 (0) | 2016.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