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우리말 동시 14 - 여름방학

이산저산구름 2015. 8. 26. 09:05

 

우리말을 살려 쓴 우리말 동시 14 : 여름방학
 

 

단짝이랑 도란도란 평상에 누워
잠방잠방 하늘에 발을 담그면
발가락 새로 구름 두둥실,
휘파람새 호루루루 노래를 한다.
 

예주야, 우리 오늘 꽃물 들이자.
첫눈 올 때까지 남을,
바람 한 가지 오롯이 담아
설레는 마음까지 콩콩콩
 

봉숭아 꽃 찧어 손톱에 얹고
오래도록 바래지 않게
칭칭칭 실로 동이자.
 
 

 
 

우리말 뜻
도란도란: 여럿이 나직한 목소리로 서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잠방잠방: 작은 물체가 물에 자꾸 부딪치거나 잠기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오롯이: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게.
동이다동이자: 끈이나 실 따위로 감거나 둘러 묶다. 끈이나 실 따위로 감거나 둘러 묶자.
 
구별해 써야 할 우리말 ‘바람’과 ‘바램’
바라다: 생각이나 바람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다.
바래다: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우리말 동시 풀이
버거운 학교 숙제, 딱딱한 책상을 벗어나 단짝과 놀기, 설렘 함께하기. 이 시는 아이들의 소박한 꿈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봉숭아 꽃물 들이기에 좋은 여름 끝자락. 절기상으로 가을에 들어섰다(입추). 여름도, 방학도 끝나간다. 간절함을 담은 꽃물, 첫눈이 올 때까지 남기를 바라기에 ‘오롯이’를 썼다. 또 그 바람이 색바램이 되지 않게 꼭꼭 싸매자는 뜻으로 ‘동이자’를 썼다.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꽃물이 손톱에 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봉숭아 꽃물도 마음 설렐 오늘 저녁, 개밥바라기 유난히도 빛나겠다.
 
개밥바라기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이르는 말.

 
 

시·글_강순예
동시와 동화, 노랫말을 쓰고 있으며, 토박이 우리말을 알리는 글도 쓰고 있다. 어린이 성교육, 요리, 환경, 법률, 어휘력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출간했으며,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에서 전통문화콘텐츠를 전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