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허물

이산저산구름 2014. 8. 10. 04:40

 

허물

 

정호승

 

 

느티나무 둥치에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바람이 불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다

나는 허물을 떼려고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죽어 있는 줄 알았던 허물이 갑자기 몸에 힘을 주었다

내가 힘을 주면 줄수록 허물의 발이 느티나무에 더 착 달라붙었다

허물은 허물을 벗고 날아간 어린 매미를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허물이 없으면 매미의 노래도 사라진다고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나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허물의 힘에 놀라

슬며시 손을 떼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보았다

팔순의 어머니가 무릎을 곧추세우고 걸레가 되어 마루를 닦는다

어머니는 나의 허물이다

어머니가 안간힘을 쓰며 아직 느티나무 둥치에 붙어 있는 까닭은

아들이라는 매미 때문이다

 

 

 

ㅡ출처 : 시집『포옹』(창비, 2007)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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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둥치에 붙어 있는 허물을 보고

어머니라고 생각한 시인의 마음과 눈이 예리하다

여름날이면 매미 소리에 귀찮아질 때도 있는데

몸 빠져나간 바삭 마른 허물을 보는 순간

어머니, 또는 내가 빠져나온 자궁이라 여기는

이 시심은 본향으로의 회귀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아들이라는 매미를 키우느라

몸과 마음이 다 삭아 빠져나가버린 허물, 그러나

어린 매미를 생각하면 아직 힘이 펄펄 남아도는 허물

오늘, 그 허물을 어머니를 통해 경험해 보시기를

어머니 손의 주름만 봐도 눈물 한 되박은 흘릴 것 같은

아들 매미를 생각하면

이승의 눈을 빨리 감지 못 하실 게다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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