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행길 15 - 문화가 꽃피고 생명이 깃드는 곳, 밀양강.낙동강 따라

이산저산구름 2014. 1. 14. 07:52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세상 모든 문명은 물로부터 비롯되었다.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들어 삶의 터전으로 삼았고 문화가 꽃을 피웠다. 물길을 따라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고 흩어졌다.
물을 따라 사람살이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여행길은 밀양 영남루(嶺南樓, 보물 제147호)에서 시작된다. 예로부터 산수 좋은 자리를 골라 정자와 누각이 들어섰다.
진주에는 촉석루 앞으로 남강이 흐르고 평양에는 대동강을 내려다보며 부벽루가 서 있다. 낙동강 지류인 밀양강 적벽 위의 영남루에 서면 밀양 시내와 막힘없이 흐르는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 영남루

당당하면서 회화적 아름다움 갖춘 목조건축물의 걸작

 

 

 

영남루의 매력은 웅장함에 있다. 기둥은 높고 기둥 사이 공간은 넓어서 시원시원하다. 양 옆으로 능파당과 침류각을 거느려 화려함과 웅장함을 더하고, 계단형 통로인 월랑으로 연결해 통일을 꾀했다. 당당하면서도 회화적 아름다움의 진수를 보여주는 조선 후기 목조 건축물의 걸작이다. 여기서 시문을 읊었던 옛사람들이 바라보았을 강물은 지금도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영남루 뒤편으로 단군을 비롯해 역대 왕조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는 천진궁(天眞宮,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117호)이 있다.
천진궁에서 돌아나서면 석화(石花)가 화사하게 피어 있는데 무심히 즈려밟고 지나가면 꽃인지 돌인지 알 수가 없다. 영남루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면 밀양아리랑비가 보인다. 세월이 지나면서 아랑각(阿娘閣, 문화재자료 제26호)에 서려 있는 아랑의 슬픈 전설도 이제 관광상품이 되었다. 커다란 봉황새가 날아와 춤을 추었다는 자리 무봉사(舞鳳寺)는 밀양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93호)이 모셔져 있다.


 

- 삼랑진
경부선에서 유일하게 남은 삼랑진역 급수탑

 

삼랑진(三浪津)에서 삼랑은 밀양강과 낙동강이 만나서 이루는 세 물길이라는 뜻이다. 삼랑진에는 밀양·동래·창녕·통영을 비롯해 일곱 곳 조세를 거두어들이는 조창이 있었다. 삼랑진읍은 영남에서 가장 큰 상업·교통 중심지이기도 했다. 삼랑진역은 경부선이 개통된 1905년에 문을열어 여지껏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그 세월만큼 숱한 이별의 사연들이 켜켜이 쌓였으리라. 구내에 남아 있는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1920년대의 흔적처럼 '이별의 삼랑진역' 대중가요 노랫말 속 사연도 이제는 아련한 옛 이야기일 따름이다.
<궂은 비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삼랑진역/ 니는 경부선 나는 경전선/ 울면서 헤어지던 날/ 얌새가 풀을 뜯는 언덕배기서/ 너랑 나랑 니캉 내캉 맺은 그 약속/ 아쉬움에 가슴을 치며/ 나는 마 통곡했다 아이가…>
규모가 크고 중요한 역에는 증기기관차에 물을 채워주기 위해 급수탑이 들어서 있었는데, 삼랑진역도 그 하나였다.
이제는 온통 덩굴식물로 뒤덮여 멀리서 보면 전설 속의 성처럼 덩그러니 서 있다. 경부선에서 유일하게 남은 이 삼랑진역 급수탑(등록문화재 제51호)은 1923년에 세워져 1950년대 디젤기관차가 나올 때까지 제 구실을 다했으며 지금은 삼랑진역 명물로 거듭났다.
열차를 타려면 건너가야 하는 지하통로에는 옛 삼랑진역 흑백사진들이 걸려 있어 교통 요지 역할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