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여행

'아니오.'와 '아니요,'

이산저산구름 2012. 8. 1. 11:39

우리말에서는 '아니오'를 쓰는 경우와 '아니요'를 쓰는 경우를 구분합니다. 다음 중 맞는 표기는
무엇일까요?

1. 그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오/아니요.
2. 우리는 친구가 아니오/아니요, 형제랍니다.
3. "네가 유리창을 깨뜨렸니?" "아니오/아니요, 동생이 유리창을 깨뜨렸어요."

1번의 답은 '아니오'입니다.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 '아니-'에 어미 '-오'가 붙은 것입니다. 여기에 쓰인 '-오'는 종결 어미입니다. 종결 어미는 문장의 끝에 쓰여서 그 문장을 마무리하는
어미로, 종결 어미가 있어야 비로소 문장이 완성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밥을 먹었다'에서 '-다'가 바로 종결 어미입니다. '-다'가 없으면 문장이 완성되지 않을 뿐더러 '-다' 뒤에는 다른 말이 덧붙을 수도 없습니다. 1번 문장도 '-오'가 쓰임으로 해서 문장이 종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 말아야 하고 벌지 않는 자는 쓰지도 말아야 하는 법이오. <이문열, 황제를 위하여>

어서 오십시오. 한 가지 골라 보세요. 쌀 한 되 값밖에 안 됩니다. 그 저고리는 댁에 꼭 맞겠소. 사는 게 버는 겁니다. <박경리, 시장과 전장>

위의 예문에서도 '법이오'를 '법이요'로 쓰면 안 됩니다. 문장을 마무리하는 자리이므로 '-오'를
써야 하는 것입니다. '오십시오'가 맞고 '오십시요'가 틀린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만으로는 완전한 문장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빈 자리에는 종결 어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오'를 써야 문법적으로 올바르게 되는 것이지요. '-요'는 종결 어미가 아닙니다. 참고로 '-시오'가 줄어들면 '-쇼'가 될 수 있습니다. 식당 같은 곳에서 듣곤 하는 '어서 옵쇼'는 바로 '어서 오십시오'가 줄어든 말입니다.

2번의 답은 '아니요'입니다. 여기에 쓰인 '-요'는 사물이나 사실을 열거할 때 쓰는 연결 어미입니다. 연결 어미는 문장을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어미입니다. 따라서 연결 어미가 쓰였다면 그 뒤에 계속 말이 이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밥을 먹고 잠을 잤다'에서 '-고'가 바로 연결 어미입니다. '-고' 뒤에 다른 말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번 문장에서도 '아니요' 뒤에 '형제랍니다'라는 말이 이어지므로 연결 어미인 '-요'를 써야 하는 것이지요. 아래 예문에서도 '산이요, 뿐이요'를 '산이오, 뿐이오'로 쓰면 안 됩니다. 문장을 연결하는 자리이므로 '-고'와 비슷한 의미인
'-요'를 써야 하는 것이지요.

여관에 행장을 풀고 밖에 나서니 앞도 산이요, 뒤도 산이요, 산허리에는 구름과 안개뿐이요, 들리는 것은
물소리뿐이다. <정비석, 비석과 금강산의 대화>


3번의 답도 '아니요'입니다. 2번에 쓰인 '-요'는 연결 어미이지만, 3번에 쓰인 '요'는 높임의 뜻을
더하는 조사입니다. '여보세요', '이봐', '응', '네' 등과 같이 부르거나 대답할 때 쓰는 말은 감탄사에 속합니다. 부정적인 대답을 할 때 쓰는 '아니'도 감탄사입니다. 1번과 2번에 쓰인 '아니다'가 형용사인 것과 대조됩니다. 3번에 쓰인 '아니요'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감탄사 '아니'에 조사 '요'가 붙어서 높임말이 된 것입니다.

천숙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차균과 헤어지려고 말을 건네도 '네' 혹은 '아니요'로만 응하면서 식사에만 정신을 팔았다. <김성한, 전회>
글_ 이대성
이대성
현재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책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온 겨레가 함께 볼 수 있는 국어사전 편찬과 우리말 다듬기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