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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그대가 떠나고 세상의 모든 길들이 지워진다 나는 아직도 안개 중독자로 공지천을 떠돌고 있다 흐리게 지워지는 풍경 너머 어디쯤 지난날 그대에게 엽서를 보내던 우체국은 매몰되어 있을까 길 없는 허공에서 일어나 길 없는 허공에서 스러지는 안개처럼 그토록 아파하던 나날들도 손금 속에 각인되지 않은 채로 소멸한다 결국 춘천에서는 방황만이 진실한 사랑의 고백이다
이외수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안개 중독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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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의 안개가 감옥이라면 춘천의 안개는 그리움이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젊은 시절의 그리움을 잘 묻어 둔 곳, 한때는 있었지만 이제는 없는 그 시간과 장소의 묘비다. 그래서 봄내, 춘천은 애틋한 과거의 기억 속에 있다. 이외수 작가의 이 시는 그래서 감성을 두드린다. 안개 중독자는 도대체 어떤 심성을 가지고 있을까? 춘천에 남겨진 수많은 소멸의 흔적은 안개로 집약된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이렇게 춘천과 안개의 조합은 참 절묘하기까지 하다.
채 밝지 않은 새벽, 아침 신문을 가지러 나올 때마다 만나는 것은 안개와 마당 가득 깔린 낙엽이다. 물에 둘러싸인 이 도시의 안개는 유난한 바 있다. 오정희 <살아있음에 대한 노래를> '낙엽을 태우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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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당에서 당연히 마주치는 안개의 존재는 물을 끼고 살지 않는 이들에게는 매우 유난하다. 어느 날 눈떠 보니 바다가 안마당으로 들어온 것 마냥 신기한 일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또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하는 것도 춘천에 사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사다.
춘천을 춘천 명동이 있는 닭갈비 골목 정도로 본다면 섭섭하다. 북쪽 소양호에서 발원한 소양강과 화천에서 시작된 북한강이 춘천에서 만난다. 주변의 파로호와 가평의 청평호까지 넓게 이어져 있는 소양강 수계 전체가 춘천에 속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이 많고 계곡이 깊으니 안개가 잦을 수밖에 없는 지형이다. 물길을 따라 놀 거리 볼거리가 지천이다.
춘천과 문학을 연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유정이다. 그의 작품 배경은 대부분 자기가 살던 곳, 춘천이다. <봄봄>의 김봉필은 실제 인물로 노총각 욕필이었고, 배경 역시 실제 실레 마을이었다. 지금 이곳에는 김유정 문학관이 건립되어 사람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