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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임금님, 의원님, 도사님, 공자님, 예수님'처럼 직위나 신분, 또는 성인이나 신격화된 인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서 높임의 뜻을 더하는 '-님'이 있습니다.
높으신 하느님, 자비로우신 부처님, 넓으신 용왕님, 늘 굽어 살피시어 식구들을 다시 만나게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백승남, 옥영전> 마침 지나가던 스님이 "여보시오, 농부님. 잡숫고 남은 점심이 있으면 좀 주겠소? 배가 고파 길을 갈 수가 없구려" 하고 부탁하는 것이었어요. <송언, 궤네깃또>
그리고 '달님, 토끼님, 호랑이님'처럼 사물이나 짐승을 인격화하여 높임의 뜻을 더하는 '-님'도 있습니다.
달님은 우리를 축복해 줄 뿐, 지켜보고 있을 뿐, 오늘밤은 당신과 나, 우리 둘뿐이에요. <최인호, 잠자는 신화> 성호는 …… 호랑이의 종이 광대를 쓰고 토끼에게 호령하고 있다. "내 말을 안 들으면 한입에 삼켜 버리겠다." 토끼가 계집애 목소리로 물었다. "호랑이님, 무슨 분부세요?" <서기원, 전야제>
'해'에도 '-님'이 붙으면 '해님'이 됩니다. '햇님'으로 쓰면 잘못입니다. 사이시옷은 '촛불, 콧날'처럼 명사와 명사가 합쳐질 때에만 나타납니다. 그런데 '-님'은 접미사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교수님, 호랑이님'을 ' 교숫님, 호랑잇님'으로 쓰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쳐다보면 눈이 부시던 해님도 서산 위에서 아기 진달래꽃을 보며, "잘 자. 내일 또 만나" 하면서 꼴깍 넘어갔습니다. <박상규, 봄 오던 날>
참고로, '씨氏'도 띄어 쓸 때가 있고 붙여 쓸 때가 있습니다. 띄어 쓰는 '씨'의존 명사에 대해서는 '님'과 견주어 지난주에 살펴보았습니다. '김씨, 이씨, 박씨'와 같이 붙여 쓰는 '-씨'접미사는 성씨 그 자체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씨'를 띄어 쓸 때에는 그와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저 사람은 고향은 경주이고, 성은 박씨입니다. 박 씨, 이리 좀 와 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