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얼렁뚱땅 까미노 산티아고-천년의 숲길을 지나며

이산저산구름 2012. 5. 7. 15:45

 

 

 

얼렁뚱땅 까미노 산티아고-천년의 숲길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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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아침에는 무엇으로 왕성한 소화활동을 하는 빈 뱃속을 채까 걱정을 하며 눈을 뜬다. 론세스바에스 인근에는 상점이 없어 빈 속으로 Burguete라는마을까지 3km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오전 8시에 출발해 3km를 걸어도 오전 9시 그 시간에 문을 여는 상점은 까미노 어디에도 없다. 걱정은 걱정을 부르니 일단 걱정을 접어두고 침낭을 개고 배낭을 꾸리는데 열중 한다. 스마트 폰에 저장된 ‘morning’ from suite peer gynt로 시작되는 불후의 명곡을 기상음악으로 들려주니 순례자 모두들 즐거워한다. 영국의 순례자는 자기 스마트 폰에 내 음악을 담아달라 하지만 이곳의 불투명한 스마트폰 인프라로는 어찌할 방법 없어 곡명만 적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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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guete마을에 들어서니 마침 문을 연 바르bar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반가운 마음에 겨우내 쌓인 눈을 치우지도 않은 게으른 주인을 탓할 겨를도 없이 바르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바르 창틀에 사람 크기만한 개 한 마리 떡 하니 버티고 앉아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개의 시선을 피하며 조심스레 바르의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가 안도의 숨을 쉰다. 바르는 이미 동네 아저씨들이 커피와 잡담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계신다. 바르에 앉아 개의 눈치를 살펴보니 개는 사람들이 모여서 잡담하고 커피 마시고 티비에서 중계되는 풋볼이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진행되는 F1 경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덩달아 카페 쏠로 한 잔과 머핀 두 개로 배를 채우고 점심 식사용 샌드위치를 배낭에 챙겨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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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길을 따라 한 시간을 걷고 호젓한 오솔길로 접어들었을 무렵 눈 쌓인 길가에 단촐한 비석 앞에 놓인 조화 몇 송이가 눈에 뜨인다. 산티아고로 향하다가 이 길에서 돌아가신 님을 추모하기 위한 비석이다.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가신 님에게 묵념을 하며 산 후안 데 오르테가 수도원의 .’호세 마리아신부가 순례자에게 들려주었다는 말을 기억해 낸다.

'만약 내일 순례 길에서 죽어야 한다면 여러분은 충만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십시오. 왜냐하면 절 대를 추구하다가 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또다시 순례에 나서리라고, 그리고 영원히 그 길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왜냐하면 그것은 끝이 없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아시고 영원히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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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니 우리네 사는 모습과 비슷한 모습도 보게 되고 그 지역적 조건에 맞게끔 생활화된 모습도 보게 된다. 고원지대에서 살아 남는 법을 터득한 이들의 주거형태는 이방인인 사람들이 보아도 이해가 된다. 모든 창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찬 기운을 막기 위해 덧문을 대고 아직도 장작난로를 사용한다. 장작만 넉넉하면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마음 푸근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백 년씩 묵은 돌로 만든 오래 된 집의 덧문은 거의가 나무로 만든 창이지만 요즘 새로 지은현대식 집들의 창에 난 덧문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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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길은 몇 킬로미터를 가도 자갈길투성이지만 어떤 길은 몇 백 미터라도 정성스레 포장을 한 길도 있다. 자갈길을 투덜거리며 지나다 한적한 동네의 잘 포장 된 깔끔한 길을 걷노라면 그 동네 주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얼굴도 모르는 낯선 순례자들을 위한 배려는 까미노 산티아고 길을 따라 형성되어있는 마을 주민들의 공통 된 관심사인 것만 같았다.

자작나무와 소나무,그리고 떡갈나무 숲이 울창한 Alto de Erro의 숲 길들은 천 년의 세월 동안 이 길을 지나 간 순례자들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느낌으로 다가 온다. 마을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이 숲길은 천 년 전의 그대로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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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a강이 흐르는 계곡에 위치한 ZUBIRI는 바스크어로 다리의 마을이라는 뜻을 지녔다. 순례자들은 Rabia(광우병이라는 뜻)다리라고도 부르는 고딕 양식의 다리를 통해 Arga다리를 건너게 된다. 광우병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는 키우던 소를 끌고 이 다리를 세 번 건너면 소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미신 때문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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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BIRI 까지 22Km를 걷고 일정을 마무리 하려 했으나 ZUBIRI의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의 통행이 적은 겨울철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ZUBIRI의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지만 ZUBIRI의 바르는 친절하게도 순례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그 친절함에 보답을 하듯 ZUBIRI에 도달한 순례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르의 식탁에 우르르 자리를 잡는다.

바르나 레스토랑에는 순례자PEREGRINO용 메뉴가 존재한다. 순례자를 위한 저렴하면서 양질의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우호적인 메뉴이다. 어느 지역을 가든 10유로 정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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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

오늘의 수프 또는 스파게티나 야채 샐러드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하고, 메인 디시로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 고기, 생선 중에서 한가지를 택하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을 택하는 메뉴이다.

한국에서처럼 우아하게 야채 샐러드에 메인 디시를 주문하면 디저트까지 깨끗하게 비우더라도 돌아와 알베르게의 베개에 머리를 누이는 순간 배가 고플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 챈 다음부터는 스파게티와 메인 디시를 시키는 버릇이 생겼다. 스파게티로 배를 채우고 치킨이나 생선을 시키면 만족할 만한 포만감에 메뉴에 포함 된 포도주를 먹지 않더라도 10유로를 지불하는 것이 그리 아깝지는 않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여기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말하자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잘 익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질기기까지 해서 씹어 삼키는데 상당히 곤혹스럽기 때문이고 그 보다 더 사실적인 이유는 바스크 시골 사람들의 입맛과 내 입맛은 상당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부터다.

바르에서 10유로 만큼의 충분한 영양을 보충하고 LARRASOANA까지 아스팔트 길을 5Km를 더 걷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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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RASOANA의 알베르게는 공사 중이라 온수를 사용 할 수 없단다. 온수뿐 만 아니라 난방도 되지 않는 단다. 그러면서도 알베르게를 지키는 자원봉사자는 숙박료 5유로는 착실히 받아 챙기며 오전 8시 이전에는 모두 배낭을 꾸려 길을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더운 물이 나오지 않고 난방이 되지 않는 곳이라도 사면이 막혀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서리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2월의 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이곳 산악지방에서 서리를 맞고 잘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