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안동 문화

우리 민족의 대표적 문화 '춤'

이산저산구름 2011. 9. 28. 10:00

 

절제 속에 힘이 있는 우리의 몸짓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전통예술 중에서 특별히 춤은 오랜 세월동안 우리 삶 속에 뿌리를 내리고 전래되어 온 우리의 숨결이며, 우리 민족의 정신과 영혼이 담겨 있는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모두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국 춤의 기원은 고대 부족국가시대의 제천의식祭天儀式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남녀노소 모두 모여 가무歌舞로써 하늘에 제사하며 부족들의 단결과 질서를 유지하는자체가 춤이었고, 이것이 나아가서 우리 민족의 문화 예술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고대로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널리 알려져 왔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춤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삶의 방식을 반영하며 서양은 물론 같은 동양권에서도 그 어떤 국가의 춤과도 다른 독특하고 개성 있는 춤으로 형성·발전되었다.

그러면 먼저 우리 춤의 특성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 춤의 가장 특징적인 몇 가지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계절이 있는 온화한 기후와 완만한 곡선의 산과 들, 이러한 자연 환경은 우리 민족에게 부드러운 심성을 갖게 하였고 이 심성은 춤의 바탕에 흐르는 정신이 되어 부드러운 곡선의 춤을 형성하였다.

둘째, 서구의 무용이 외향성을 강조하여 하체 중심의 직선적이고 동적인 움직임이 주가 되는데 반하여, 우리 춤은 육체보다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여 내향성의 발전을 이루었다. 내적인 표현은 절제된 움직임, 이른바 정중동靜中動으로 나타났다. 움직임이 없는 듯하나 그 안에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속에는 정지가 있는 이른바 정중동은 직접적인 감정의 표현보다는 내부에서 한 번 응축시킨 후 밖으로 표출하기 때문에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도 내공이 쌓여 에너지가 분출되는 힘이 있으며, 동작의 여백으로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셋째, 우리 춤은 어떤 억지스러움이나 무리가 없이 마음의 흐름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임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에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넷째, 우리 춤은흥과 신명이 있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한과 슬픔을 환희로 전환시키는 삶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같이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 춤은 그 어느 민족보다 종류가 다양하다. , 궁중에서 행해지던 궁중무용과 민간에서 추던 민속무용, 의식무용, 예능무용, 그리고 전통적인 것에 외래적인 것을 접합시킨 신무용,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여 안무하는 창작무용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궁중무용

궁중무용은왕실을 위한 각종 행사에 봉공한다는 뜻의 정재呈才라고도 하며, 궁중의 각종 행사나 의식, 연례 등에서 추던 춤이다. 그 개념은 왕권국가가 확립된 삼국시대 이후에 틀이 잡히기 시작하여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며 크게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왕실이 붕괴된 이후 오늘날에는 국립국악원이 중심이 되어 궁중무용의 계승·발전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궁중무용의 특징은 춤의 내용을 동작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춤을 추는 도중에 노래(창사, 唱詞)로써 설명을 하며, 춤의 동작은 우아하고 신비스러우며, 개인의 감정이나 표현이 억제되고 절제와 품격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의상의 색깔과 춤 구성의 기본은 음양오행 등 동양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반드시 손에 한삼을 끼고 춘다. 그 종류에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된 처용무(중요무형문화재 제39), 춘앵전, 무고, 포구락, 학연화대합설무(중요무형문화재 제40) 50여 종이 현전하고 있다.

민속무용

민속무용은 민간 생활과 세시풍속에 그 기반을 두고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공동체로서의 의식을 고양하는 기능을 가진 춤이다. 마을 사람들은 집단으로 치르는 각종 노동, 의식, 놀이 등에서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빌며 춤을 추었고 공동체로서의 단합을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민속무용은 지방색이 짙고 개성이 뚜렷하며 대부분 집단이 어울려서 추는 집단무로 전승되었다. 춤의 표현에 있어서는 자연스러운 감정표출과 즉흥성이 강하며, 춤 내용도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다. 이렇게 민속무용은 민중과 밀착되어 호흡을 같이 하면서 민간 생활에 깊이 뿌리를 내리며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로 올수록 생활방식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모든 민속 문화가 그렇듯이 민속무용 역시 생활과 밀착된 기능을 점차 잃어버리고 춤 자체로써 보여주는 기능을 강화한 독자적인 예술로서의 성격이 점점 짙어지게 되었다. 그 종류에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된 강강술래(중요무형문화재 제8)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각 지역의 탈춤과 농악 등이 있다.

의식무용

의식무용은 종교의식에서 행하는 무용으로 불교의식의 작법, 유교 제례의식祭禮儀式에서 행하는 일무佾舞, 민간신앙인 무속巫俗에서 행해지고 있는 춤 등을 일컫는다. 작법에는 북을 두드리며 추는 법고와 양 손에 꽃을 들고 나비처럼 너울거리며 추는 나비춤, 바라를 들고 추는 바라춤 등이 있으며, 일무에는 조선왕조 역대 임금과 왕후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제향에서 연행하는 종묘제례악(중요무형문화재 제1)과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기리기 위하여 문묘에서 연행하는 석전대제(중요무형문화재 제85)가 있다. 그리고 무속무용으로는 굿의 목적이나 지방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나,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오구굿과 집안의 복을 비는 안택굿-재수굿, 부락의 무병과 행복을 비는 별신굿 등에서 추는 춤 등이 있다.

예능무용

예능 무용은 오랜 세월 궁중이나 교방, 민간에서 전승되어 온 춤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정수精髓 함축하여 더욱 다듬어지고 체계화되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예술무용으로 발전·승화된 춤을 말한다. 오늘날 예능무용은 전통무용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서 전통무용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종류에는 독무인 승무(중요무형문화재 제27),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제92), 살풀이춤(중요무형문화재 제97) 등과 군무인 진주검무(중요무형문화재 제12), 승전무(중요무형문화재 제21)가 있다.

신무용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개화기에 근대적인 서구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무용계에도 개화기 바람이 일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우리의 춤에 서양식 안무법을 도입한 신무용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우리의 전통적인 민속춤과 궁중무용 등이 집대성되어 체계적인 전통무용으로 정리·보전되는 한편, 새로운 문화와 어울리는 새로운 한국춤을 지향하는 신무용의 두 줄기의 커다란 맥이 공존하였다. 신무용은 현대의 창작무용으로 이어지는 이음새 역할을 한 무용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춤으로는 화관무, 부채춤, 장구춤 등을 들 수 있다.

창작무용

1960년대부터는 대학을 중심으로 무용예술이 학문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면서 무용의 기반환경이 개선되었다. 또한 서구의 무용예술과 대비하여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재인식과 더불어 오늘의 시대정신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춤 언어를 모색하는 창작 욕구가 팽배해지기 시작함으로써, 무용가가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안무하는 창작무용이 대두되었다. 오늘날에는 한국무용을 분류할 때 궁중무용, 민속무용, 의식무용, 예능무용과 같은 전통무용과 무용가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안무하는 창작무용으로 크게 양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 춤은 유구한 민족의 역사 속에서 대대로 함께 호흡하고 가꾸어 온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춤은 민족문화 그 자체이며, 민족과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그 어느 민족보다도 다양하고 독창적인 우리의 춤 문화유산을 올곧게 계승·발전시키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담당해야 할 과제이며 동시에 민족적 명제라 하겠다.

글 | 사진 · 박재희 청주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