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

우산나물

이산저산구름 2010. 7. 30. 00:03

접어도 우산이요, 펴도 우산이여,
밥상 위에서도
우산이여라.

우산나물!

  

 

한국 들꽃문화원 원장 / 박시영

 

야생화 나물이 접어도 우산이요 펴도 우산이여라.
땅속에서 방금 나오면 접은 우산이고 어른이 되면은 활짝 편 우산이여라.
꽃이 피여도 우산이요 꽃이 져도 우산이여라. 애기토끼가 비가 오면 비를 피하는 곳도 이 우산 속 나물이여라. 개미가 햇빛에 지쳐 잠시 쉬여가는 곳도 이 우산속 나물이여라. 노루가 와서 슬금슬금 눈치 보며 쉬 한곳도 이 우산나물이여라. 그리고 나물로 뜯어다 봉당에 갖다 놓아도 우산이고 양념해서 상위에 올려 놓아도 우산이여라.

 

 

그 나물 맛 그 또한 우산 끝에 떨어지는 빗물의 향취 같 거늘, 게 우산나물은 평생 우산만 생각하다 가는 가 봅니다. 그냥 저 혼자 우산을 들고 곰배령 가는 길 숲에서 중얼 거리며 올라 가는 소리입니다.
조금만 더 컷으면 토끼가 비를 피할 곳이 아니라 사람이 비를 피할 만큼 완벽한 이 우산나물이 우리의 자연을 외경스럽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솜털이 자잘하게 낀 어린 솜우산 위에 빗물이 피해서 내려가는 것을 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도 여러 분이 보셨다면 분명 저것은 어린 우산나물이 하는 짓이 아니라 할 것입니다. 빗방울은 솜털의 몸에 물이 묻을까 봐 조심스레히 비켜 떨어져 주구요. 솜털로 몸을 가린 우산나물 애기는 잎사귀 틈새로 굴러가는 물방울을 세워 봅니다.

 

 

곰배령 숲속의 들꽃들은 숨 죽여 애기 우산나물을 바라봅니다.
작고 여린 우산나물 군락지가 응달진 숲속의 한구석에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적한 동네를 꾸미고 평화롭게 세상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우산 나물이 빙 둘러 모여 자라는 것이 멀리서 바라보면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아주 평화롭고 한가로운 쬐꾸만 마을 같아 보입니다. 

누군가 이 마을에 들러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 줄 세상의 동무를 시간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마음이 닿는 동무를 끌여 드려 함께 하고 픈 우산나물은 그저 서두르지 아니하고 숨 죽여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발길을 쫓아 가는 나그네의 허기에 보탬이 되어도 마냥 좋은 우산나물. 산처녀의 손 끝에 붙잡혀 대나무의 바구니에 놓여도 마냥 좋은 우산나물. 산토끼가 비를 피하다 몇닢 입에 넣어도 좋다고 하늘처럼 웃는 우산나물. 노루가 와서 솜우산에 다가 입으로 비벼대고 침을 발라놓고 오줌을 싸고 가도 좋다하는 우산나물, 비가 오면 곤충들을 품에 안고 비를 피해주며 웃고 있는 우산나물. 이 우산나물이 사람들을 보며는 무어라 말할까 더욱 궁금 해 집니다.

한 때는 우리들의 구황식물로서 자신의 몸뚱이와 뿌래기를 송두리째 내 주어 우리의 목숨을 기아에서 건져 주었는데 어느 덧 세월은 흘러 이제 와서는 까막께 잊어 버리고 보와 주기는 커녕 관심조차 갖어 주는 이 없으니 내라도 대신 고맙다 인사하며 그 옆을 스쳐 지나 갑니다. 구름같은 뽀송한 솜털이 자꾸 가는 길을 막습니다. 솜털에 가려진 작은 애기 우산나물이 쪼끄만 우산을 펴들고 들어오라 손짓하며 바짓가랑이를 잡아 댕깁니다. 그리도 씩씩하게 올라오던 발길이 제 길을 찾지 못합니다. 이제 막 걸음마 하는 손주같은 우산나물이 눈에 밟혀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습니다. 솜털을 하얗게 뒤집어 쓰고 있는 어린 나물을 혼자 길가에 내 버려두고 떠나는 것 같아서 이지요. 이 어린 솜우산 나물을 두고 차마 그냥 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한 발로 내 디디고 서있는 나물이 가는 길을 막아 세웁니다. 커다란 잎사귀가 두손가락을 내밀며 바라 봅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을 포기하고 잠시 곁에 앉아 있다 몇 마디 애기라도 나누고 가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들의 슬픈 표정이 생전에 문신처럼 가슴에 늘 붙어 다닐 것 같습니다. 떼를 써서라도 함께 있고 싶어하는 우산나물들의 외로운 표정을 보왔걸랑요. 애원하며 잠시만이라도 함께 말동무 하다 가라고 표정짓는 어린 솜털의 울먹거림을 보 왔걸랑요. 그래요, 맞아요, 그렇게라도 억지로 붙잡혀 있어야겠다고 마음에게 허락을 물어 봅니다. 마음은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그곳에서 멈추라고 호통칩니다. 머뭇거리 던 발자욱이 그만 호통치는 큰 소리에  깜짝 놀래 그 자리에 붙어 버립니다. 그리고는 허리 굽혀 손을 내밀어 곱고 여린 입사귀를 잡아 봅니다. 내가 미처 잡기도 전에 먼저 손을 내밀어 자신의 부드러운 살을 내 몸에 부벼줍니다. 이렇게 보도라운 살로 이 무서운 산 중에서 살아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가슴으로 끌어 땡겨 안아 봅니다. 잎사귀 끄트머리에 나 있는 두 갈래의 두 손구락이 나의 손을 굳게 낚아 챕니다.

이 우산 나물 잎사귀 끝의 두 손가락에는 모종의 힘이 들어 가 있습니다. 고독의 힘이 사람의 정을 앗아 갑니다. 잡은 손아귀 속으로 파고드는 나물의 잎사귀가 떨려 옵니다. 숲속의 전설이 손아귀 속에서 이야기 되어 전해 집니다. 나의 손을 붙잡은 잎새의 두 손가락 사이에서는 연신 귀에 들릴 듯한 이야기가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외 발로 서있는 나물은 온 몸을 기대어 자질구레한 숲속의 일기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파릇한 잎사귀의 옷자락에서는 자신의 자랑 거리를 늘어 놓으려 자꾸 이야기를 걸어 오고 있구요. 가장 키가 큰 우산같은 우산나물이 점쟎게 닥아 와 손을 내밀며 가는 곳이 어디라도 좋으나 오늘 밤 만은 함께 있어 주길 손에서 수화처럼 들려 옵니다. 우산 나물은 우리의 좋은 친구입니다. 가는 곳이 이 곳이였으면 좋으련만. 그냥 우산나물과함께 이곳에서 밤을 지새우면 좋으련만. 머리는 길을 재촉하고 가슴은 우산나물들 속에 포로로 파뭇혀 이야기 나누느라 나올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곰배령의 초원은 오늘 따라 멀고 넓게만 보입니다.
 


국화과의 여러해를 살아가는 우산같이 생긴 유익한 야생화입니다.

다르게 부르는 이름으로는 우산채, 토아산, 우산초, 일파산, 칠엽일주등의 이름으로 주로 우산을 빗대어 많이 부르고 있습니다. 비슷한 종류로는 섬우산나물, 애기우산나물, 대청우산나물등의 종류가 산재해 있습니다.

줄기에 가지가 따로 나지 않으며 곧장 올라가서는 잎을 우산처럼 펼치고 있습니다. 칠엽일주라 하는 말이 있는데 줄기 끝에는 일곱 개의 잎사귀가 두 갈래로 갈라져 붙어 있습니다. 어려서는 나물 전체에 솜털이 뽀성히 나 있는데 점점 커가면서 없어집니다. 그리고는 회색이 끼인 청색의 잎사귀로 나타나요. 잎사귀 뒷면에는 회색빛이 감돌고 잎 가장자리에는 거친 톱니의 날이 성성히 나 있습니다.

펼쳐진 우산같은 모양의 키는 정강이 무릅까지 올라오고 그위에 꽃대 줄기가 불쑥 나오는데 허리까지는 닿는 것 같습니다. 어느 산에든지 나무그늘 응달 밑에 가면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때 구황식물로서 많은 신세를 지은 은인이시지요. 지금이라도 우리가 자주 찾아주어 뜯어다 나물 무쳐 잡수시는 것이 이분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어 드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 여름하고 초가을까지 연한 붉은 색의 꽃을 피여 갑니다. 희한 하게도 어려서 땅에서부터 나올 때부터 우산의 접은 모습에서 어른이 되어 클 때까지 우산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살 버릇이 여든 될 때까지 우산으로만 살아갑니다. 영락 없습니다. 토아산이란 말이 있는데 비가 오는 날 어린 토끼가 와서 우산처럼 쓰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 옛날부터 그렇게 빗대여 내려왔습니다. 참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달라요. 우리는 천상 우산같다고 오래전서부터 그리 익혀 오고 그리 보고 있는데 서양에서는 그렇게 보이지를 않는 가봐요.  손바닥모양을 가진 잎 풀이라 우겨요. 그래 세계식물도감에는 우산나물이라는 이름이 없대요. 그들의 시각으로 보는 손바닥 모양을 갖인 잎 풀로 얘를 찾아야 한대요.

 


 

좀 싱겁지 않나요. 향이 입맛을 살립니다. 오래 전서부터 우리가 습관처럼 해 먹던 나물 중의 하나라서 실은 쾌나 가까운 친구입니다. 취나물처럼 반갑지요. 향도 그 취나물 향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이른 봄에 땅속에서 움이 나오듯이 살짝 머리를 내밀고 몸을 반쯤 비틀고 나오는 이 어린 순을 가져다가 뭐를 한들 그 맛이 어디 가겠습니까. 초장에 무쳐도 좋구요, 들기름에 달달 볶아도 되구요, 된장에 무쳐도 된장국에 넣어도 좋구요, 사라다에 무친들 이 맛이야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장아찌로 해서 드신 분이 계시구요, 물김치 담그 실때에도 이 나물을 넣어서 담그셨다합니다. 삶아서 말려 놓았다가 묵나물로 이용해 보셔도 손색이 없습니다.

어린 잎을 생으로 이용해 보십시오. 주로 고기 쌈해서 드셔도 좋구요, 고추장에 비벼 드실 때 손으로 뚝뚝 끊어서 몇닢 넣으셔도 좋구요. 야릇한 산의 향이 있어 나의 혓바닥이 더욱 친해지려고 자꾸만 입맛을 당깁니다. 향도 향이지만 씹히는 질감도 혓바닥을 갖고 놉니다. 경상도 어느 지방에서는 좀 어느 정도 자란 이나물을 베어다가 무씨래기 짚으로 엮어 매달아 말리듯이 그렇게 말려 놓았다가 먹을 때 삶아서 무쳐 드셨다고 하는데 참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겨울 철에는 가을에 갖다가 말려 둔 전초를 차처럼 오래도록 달여 마시면 되는데 이 또한 자연의 운치를 느끼시게 되는 것입니다.

따뜻하게 자주 마시게 되면 우산나물이 보답을 분명 합니다. 혈액순환을 잘 이루워 지도록 도와 주지요. 민가에서는 가을에 전초를 갖다가 햇볕에 말려서 민방약으로 쓰는데 보통 이런데에 적용해 왔답니다. 관절염이나 요통, 타박상, 해독 그리고 사지마비가 될 때에도 이를 가지고 적용해 왔답니다. 독사에 물리거나 종기가 있거나 해충이 와서 괴롭히면 이나물의 잎사귀를 짓이겨서 고대로 부쳐 놓아주면 참 좋다고 하였습니다.

술을 담가 드시면 혈액순환이 잘 이루워져 관절염에 효과를 본다고 되어 있는데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전초를 갖다가 뿌래기채로 말입니다. 소주 용기에 반 좀더 넣어서 석달 열흘만 놔 뒀다가 한두잔씩만 드시면 몸이 가벼워 진다고 했습니다. 내용물을 즉 건더기를 버린 다음에는 따로 이약술만 오래도록 숙성시켜 드시면 더 좋은 향과 맛 그리고 약효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이 우산나물은 자신의 잎사귀를 항상 우산처럼 펴들고 그 누군가를 위해 배웅하며 따라 나서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