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네 뒷머리의 족두리에도
꽃은 피는가, 족도리풀!
한국 들꽃문화원 원장 / 박시영
분명 이 꽃은 족두리를 닮아 족두리풀이라 하는 것입니다. 족두리는 지금도 마찬 가지이지만은 새색시가 혼례의 예를 갖추며 원삼을 입고 머리에 쓰던 머리쓰개입니다. 관모이지요. 그 표현의 족두리라는 말도 아주 오래된 우리의 손때가 잘 묻은 순 우리 말입니다. 아주 정겨운 토종 언어이지요.
그 족두리가 우리 눈에 익어 어느 날 산에 오르니 그 모양새의 생김이 아주 같은 우리 야생화가 산자락 등선 나무그늘 밑에 조용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꽃의 모양새가요. 이것을 보고는 족두리를 닮아 족두리풀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그 족두리를 닮아 족두리풀이라 한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 했습니다. 보고 부르기는 분명 족두리를 연상하며 족두리풀이라 했건만 이렇게 글로 명문화 해보니 족도리풀로 적어져 내려오는 것입니다. 여러 자료에서도 어느 새 족도리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특별한 큰 이유가 있어 족도리풀로 명명 되어 불러야 하겠다는 내용도 없습니다. 그냥 어찌어찌하다 보니 족도리풀로 되어있나 봐요. 우리의 식물도감에도요.
이름도 이쁘고 모양새도 이쁘고 갖다 부치기도 잘 갖다 부친 족두리를 닮은 족두리풀을 왜 족도리풀로 부르는지 알 수가 없네요. 앞으로는 족두리풀로 불러져 내려 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족도리풀이 아니구요 족두리풀. 족두리를 너무나 닮아 있쟎아요. 우리 어르신네들이 보시는 눈매가 건성이시겠습니까. 족두리풀로 불러야 하는 이유 중 또 하나의 이유는 쫓아오는 후손들이 새색시의 머리쓰개 족두리를 족도리라고 할까봐 그러는 것이지요.
이 족두리풀을 만나 보시려면 먼저 정중히 무릅을 꿇고 절부터 해야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다른 꽃들은 그저 눈만 마주쳐서 인사를 나누어도 되지만 이꽃은 예전부터 이리 예의를 갖추어야 꽃을 뵙는 허락을 얻어냅니다.
싱싱한 두 잎의 푸른 잎사귀 가랑이 속안에 숨겨져 있는데 거의 땅바닥에 숨겨 놓고 있습니다. 암탉이 병아리를 자신의 품안에 꼭 품고 있듯이 품안에 숨겨 놓았습니다.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올려 놓고 손바닥만한 잎사귀로 가려 놓와서 그냥 지나치는 수가 많습니다. 눈여겨 보아야 눈을 마주 칠 수 가 있는 아주 우리에게는 쓸모가 많은 야생화이지요. 어떤 분은 세신이라고 하면 대충 알아 들으시는 분이 계시는데 족두리플이라고 하면 생전 처음 듯는 얘기인 줄알고 하늘만 쳐다 보는 분이 계세요. 다 같은 말인데요. 이만큼 소중한 꽃이걸랑요. 눈을 마주치고 가까이 가서 코를 벌름거리면 또 생각이 달라 집니다.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표현 하느라 사람에게는 썩 기분좋은 냄새가 아닌 냄새가 퍼져 나옵니다. 그래도 좋은 냄새예요.
그리고 그꽃을 바라보면은 아주 이쁜 꽃이라는 생각에 다시 감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색시의 머리에 올려 놓은 이쁜 머리쓰개가 얼마나 이쁩니까. 그 족두리를 모습으로 한 모양이니요. 꽃살 끄트머리 끝을 세갈래로 살짝 뒤로 젖히듯 말아 놓아 속살을 다 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빤히 쳐다 보지도 않아요. 새색시처럼 약간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반쯤 돌려 옆을 보며 상냥하게 있지요. 꽃이 가볍게 까불대는 모습이 아닙니다. 젊쟎아요. 묵직하면서도 꽃안에는 화려함이 있습니다. 꽃안에는 작은 호롱불을 켜 밝혀 놓은듯해요. 한가운데 암수술대를 중심으로 숫수술대는 시계의 눈금처럼 꽃살 안 주변을 빙 둘러져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눈금 마다에는 작은 호롱불을 밝혀 놓은 것처럼 수술밥이 황금색으로 환하게 안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나 운치가 있습니다.
꽃살의 겉 옷도 옛날에 저의 어머니께서 입으셨던 밤색 비로드 옷감 같은 감촉으로 싸여 있습니다. 꽃살의 겉 피부도 참 보도라워요. 만져보세요. 끝내는 아주 엎드려 가지고는 함께 대화를 풀어 나가게 되는데 신비롭고 할 말이 많은 오랜 친구같은 야생화 인 지라 무슨 말이든 잘도 받아 줍니다. 그래서 족두리꽃 신부꽃 신부꽃하고 놀려주면 뭐라고 주절거리는 것 같아 신비한 꽃속으로 더 파 묻혀 들어가 버리게 되고 마는 우리의 친한 야생화입니다.
족두리풀은 개미를 좋아합니다.
꽃이 두 잎줄기 사타구니 밑에서 나 거의 땅바닥 가까이에서 피여 있습니다. 위에서 보면은 꽃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잎사귀와 줄기 사이에 파묻혀서요. 그래서 벌과 나비 보다는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곤충들의 방문이 더 수월하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요상한 냄새는 곤충들에게는 기막힌 고급 향수와도 같지요. 개미나 여타 곤충들이 좋아 죽을 라고 그러지요. 그래서 개미가 많이 몰려와 꽃살 속을 자주 들락거립니다. 그런데 그냥 들락날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무질이라는 달착지근하고 젤리같은 묽은 액체로 덮힌 족두리풀의 씨앗을 가져가기위해 그리 뻔질나게 들락거리는 것입니다. 개미가 뻔질나게 들락거리는 것이 아니라 족두리풀이 한껏 지혜를 짜서 유혹을 한 것이지요. 자신의 씨앗속에 달착지근한 우무질을 입혀서 개미가 홀딱 반해서 가져 가도록 작전을 짜아 놓은 것이지요. 그리고는 자신은 씨앗을 멀리까지 번식 시키는 생존의 지혜들을 발휘하는 것입지요. 개미는 집에 가져와 쌓아 두었다가 차례로 꺼내어 먹는데 겉에 있는 달착지근한 것만 빨아 먹고 씨앗은 멀리 갖다 버린다는군요. 씨 열매는 씨방속에 한 이십여개 몰려있어요.
개미를 통해 자신의 후손을 그렇게 멀리 까지 번식 시킬 수 있는 꽤가 사람의 마음을 감동 시키네요. 우리 모두 한번 박수 좀 크게 쳐 주십시다. 박수. 그리고 씨앗에 개미의 침이 발려져있는 것은 희한하게도 발아율이 더 높다는 거예요. 참 신비롭네요. 또 박수.
우리 족두리풀에도 전설은 있지요.
옛날에 경기도 땅에서 태어난 이쁜 낭자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서 꽃님 아가씨라는 별명을 들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 소문은 궁궐까지 다달아 끝내 꽃님아가씨는 궁녀로 뽑혀 정든 땅과 어머님과의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산나물과 야생화들 틈바구니에서 자라나던 꽃님 아가씨는 그 미모가 특출해 그 곳 궁궐에서도 또다시 뽑혀 중국으로 가게 되는 신세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뒤 돌아 본들 소용없는 고향 땅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그는 그렇게 맘에도 없는 인생의 길을 가게 된 것입니다. 눈만 뜨면 어머님의 모습에 꽃님이는 생활이 어려웠습니다. 한탄만 한다고 세월이 가지 않는 법은 없구요, 보고 싶어하는 어머님을 생각한들 쉽게 보기를 하겠습니까. 세월은 무심히 흘러 꽃님이의 가슴에는 무거운 병이 생겼습니다.
고향 땅만 밟으면 낳을 병을, 어머님만 한번만 보아도 낳을 병을. 꽃님이는 숱한 사연을 가슴에 척척 쌓아 놓아 그만 그곳에서 한스런 생애를 마감하게 되었읍니다. 말한듯 뭣하랴 어머님의 마음인들 살아 있은 들 살아 있는게 아닐 것은 뻔한 일 서로의 마음에 깊은 응어리는 깊이 쌓여만 가고 끝내는 어머님도 검정덩어리가 된 가슴을 부여안고 고향 땅에서 꽃님이를 생각하며 죽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착한 두모녀의 일상을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도 모두가 함께 슬퍼하여 주웠습니다. 다같이 내 일처럼 걱정하고 위로해 주웠던 것이지요. 그리고는 어머니를 고향 뒷동산에 잘 묻어 주웠습니다. 다음해 동네 뒤산에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이상한 풀이 나무 밑에 많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예서 졔서 와 가지고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구경을 하고 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 꽃을 자세히 보더니 예전에 꽃님이가 궁궐로 갈때에 머리에 족두리를 하고 간 그 모습을 고대로 닮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 이였습니다. 그러면서 꽃님 아가씨의 한이 이 꽃에 맺혀 피여 난 꽃이라고 그의 모습을 생각하며 족두리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쥐방울과의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뿌리에서 한뼘 실하게 두 개의 잎사귀 줄기가 뻗어 올라 옵니다. 잎사귀도 손바닥만 해요. 한약명으로 세신이라 해서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약풀이기도 합니다. 세신이라하면 금방 알아들으시는 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다른 이름으로는 놋동이풀 세신 민족두리풀 조리풀 만병초 세삼 마제향등으로 부릅니다.
유독성 식물이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는 야생화입니다. 종류로는 개족두리풀, 민족두리풀, 영종족두리풀, 자주족두리풀, 금오족두리풀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 얼마전에 경기 계양산에서 꽃이 푸른 색을 띄는 꽃을 발견 하였다고 뉴스에 보도 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계양족두리풀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꽃은 그늘을 참 좋아해요. 나무 그늘 쪽 습한 곳을 찾으면 있어요. 한참 봄의 기운을 느끼실 사오월에 이꽃은 자신의 잎사귀 밑에서 검붉은 자주색 혹은 짙은 밤색의 색으로 꽃이 핍니다. 꽃안에 하얀 원이 그려져있고 꽃밥이 꼭 호롱불을 켜 놓은 듯해서 다시 쳐다 봐지게 됩니다. 얼뜻 보아서는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자세히 관찰하며 봐 나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잎 모양이 얼뜻 봐서는 고구마 잎새 같기두 해요. 그런데 또 보면 잎사귀가 하트 뫼양 생겨서 친근감이 있습니다. 이 잎사귀를 특히 좋아 하시는 분이 계시지요.
애호랑나비입니다. 이나비는 다른 곳에서는 알을 낳지 않으려해요. 오로지 이 족두리 잎에만 알을 까려고 합니다. 그리고는 알에서 깬 애벌레는 이 족두리 잎사귀만 먹고 자라지요. 이잎사귀를 들춰보면 파란 빛의 알을 볼수가 있습니다. 잎줄기는 뿌래기에서 쌍으로 두줄기가 올라와요. 그 두줄기 가랑이에 꽃을 품고 있는데 하나의 꽃만 나옵니다. 뿌리에 매운 맛이 모여있어요. 자신의 약성을 알리기라도 하듯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맛을 볼라치면 혀를 약간 마비시키지요. 함부로 입에는 넣지 마세요. 뿌리를 세신이라 하는데 가늘면서 맛이 맵다는 뜻이예요. 뿌래기를 코에 대보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있어요. 이뿌래기를 주로 약용으로 응용하지요. 민가에서는 벌레를 쫓는데 쓰기도 하였지요. 우리가 먹는 은단에도 이것이 들어가서 우리 입의 구취를 없애는데 한 몫한다는군요. 그래서 옛날에는 입 냄새 나는데에 이 세신 가루를 물에 개어 배꼽에 부쳐 놨다고 해요. 그러면 냄새가 없어 진다고 전해 내려 오고 있습니다.
족두리풀 세신을 극찬하는 대목에서는 오장을 편하게하고 눈을 밝게해주는 묘약이라고 까지 칭찬을 했는데 우리 다시 한번 우리의 야생화에 대해 관심을 갖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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