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부모도 고개 숙인 52세 ‘토종 영어’ 교사
영어수업능력 인증 TEE 최고점 이원영 중동고 교사 방학때마다 교사연수 참여 오디오북 청취… 해리포터는 입에 달달 학생들도 “학원 수업보다 귀에 쏙쏙” 교육과학기술부가 2일 교원평가 결과를 연수와 성과급에 활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자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교원단체들은 표면적으로 교육여건 개선이 안 됐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불만의 근본 이유는 평가방법에 대한 불신이었다. 교원단체들은 “유능한 교사와 무능한 교사를 어떻게 판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는 이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교사가 적지 않다. 서울 중동고 영어교사 이원영 씨(52)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해외유학 경험 없이 교사연수 프로그램과 노력만으로 전문성을 공인받았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이 2009년 2학기부터 도입하는 TEE인증제(영어수업능력 인증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TEE인증서는 교육경력, 영어연수지수, 진단시험 성적을 종합해 발급된다. 중동고 1학년 윤현성 군(16)은 “선생님은 발음도 좋고 학원보다 수업이 신선해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오세목 중동고 교감은 “사교육 열기가 높은 강남이지만 학부모들에게도 이 교사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의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일부 한국어를 쓰지만 듣기, 말하기 수업은 물론이고 문법도 영어로 가르친다. 그는 “정해진 교육과정이 있지만 최대한 압축해서 진도를 나가고 퀴즈나 영어 받아쓰기처럼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1988년 중동고에 부임한 이 교사는 “방학 기간마다 지역교육청, 대학교, 국제진흥회 영어교육연수원 등에서 주최하는 교사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참여한 교사 연수만 20여 회. 대부분의 교사가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1급 정교사 연수를 포함해 2, 3개만 참여하고 있는 것에 비해 높은 참여율이다. 그는 “나는 연수 마니아”라며 웃었다. 연수 참가의 장점으로 그는 다른 교사들과 실력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교실 안에만 있으면 자기가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알 수 없지만 다른 교사들과 함께 연수를 받으면 부족함이 드러나 자극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사는 “교사 해외연수는 개인별로 연수 스케줄을 정하는 형태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사들끼리 같은 장소로 20∼30명씩 우르르 몰려가면 수업시간 외에는 영어를 쓸 일이 없어 가뜩이나 짧은 연수가 비효율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이 교사도 처음에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부담이 컸다. 그는 “젊은 교사들은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도 많고 말하기에 능숙한 반면 40대 이상 교사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습관이 돼 있지 않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 의사소통에 자신감을 얻기 위해 매일 밤 잠들기 전 영어 오디오북을 듣고 있다. 그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너무 많이 들어 대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한다”며 갖고 있는 수십 개의 오디오북 목록을 보여줬다. 그는 “영어 잘하는 아이가 워낙 많아 교사가 확실히 아이들보다 뛰어나야 자신감이 생긴다”며 “짧은 연수라도 수업 아이디어를 얻어올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교사가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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