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실

[중고생 영어학습] (1) 독해가 중요하다 (길어온 글)

이산저산구름 2008. 5. 9. 11:12

[이찬승의 중고생 영어학습] (1) 독해가 중요하다

"전국 방방곡곡에 영어 도서관을 지으십시오. 그리고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영어를 많이 읽게만 하십시오. 읽기를 통한 인풋(input)의 양이 엄청나게 많으면 나중에 회화나 쓰기를 매우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아시아 국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영어교육관련 제안입니다."

이는 3년 전 세계적인 영어교육이론가인 스티브 크라셴(Steve Krashen)이 대만 영어교육학회에서 강연한 내용의 요지다. 그의 주장은 말하기 능력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 현재 한국의 영어교육 방향과 매우 다르다. 그러나, 한국의 영어교육 환경에서는 다독(extensive reading)이 영어의 인풋(input)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독은 영어의 유창성과 정확성을 키워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영어 회화 시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는 요소다.

그렇다면, 독해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성공적인 독해 학습을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어휘와 구문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이를 자동 인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독해가 잘 안 되면 독해 연습을 미루고 어휘책이나 문법책을 펼쳐보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일단 중학교 수준의 어휘와 문법을 익혔다면, 폭 넓은 독해와 듣기를 통해 어휘와 구문 지식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바람직한 독해 방법은 3-4회 반복하여 읽되, 한 개념 단위씩(phrase-by-phrase) 빗자루로 쓱쓱 쓸어내듯 가능한 한 빨리 읽는 것이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주제와 주제문을 파악하며 빠르게 훑어 읽고, 두 번째 읽을 때는 대의(main idea)는 물론 세부사항까지 파악하고, 세 번째로 읽으며 영어나 우리말로 내용을 요약해보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잘 모르는 어휘와 연어(collocation), 구문까지 익힌다. 이렇게 같은 구문을 빠르게 반복해서 읽으면 각 구문에 대한 시각 인상(visual image)이 대뇌에 저장되어, 다음에 비슷한 구문을 접하면 재빨리 알아차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독해 교재를 공부할 때는 문제만 풀고 넘어가지 말고, 이처럼 속독을 통한 ‘자동화' 훈련을 해두어야 한다. 어렴풋이 아는 어휘나 구문을 반복하여 접하면서 확실히 알게 되면 독해에 자신감이 붙고 이해력도 깊어진다.

둘째, 글의 구조에 관한 지식과 풍부한 배경지식은 독해의 필수요소다. 이는 매우 중요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소홀히 여기는 부분이다. 기사, 대화문, 인터뷰 등 서로 다른 성격의 글은 각기 다른 전개구조를 취한다. 다양한 영어 읽기자료를 통해 글의 전개 구조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 글을 접할 때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한글이든 영어든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를 통해 풍부한 배경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문법을 잘 몰라도 배경지식만 튼튼하면 대략적인 의미파악이 되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어휘를 알아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글의 내용을 종합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독해 실력이다. 독해에도 급수가 있다. 문자 그대로의 뜻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은 'Reading the lines', 말이나 글의 숨은 뜻까지 이해하는 수준은 'Reading between the lines'라고 한다.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것이 'Reading beyond the lines'인데, 이는 비판적인 평가까지 하면서 독해할 수 있는 경지를 말한다.

넷째, 자신의 독해 과정을 관찰하고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독해 기술 중에서도 고차원적인 것에 속한다. 쉽게 말하면, 독해를 하면서 부단히 자신의 독해 방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일 먼저 이 글의 topic sentence를 찾아야지. 그러려면 단락의 첫 부분을 정독하자', ‘여기서 however가 나온 것을 보니까 다음에는 앞의 내용과 대조되는 내용이 나오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독해를 하는 것이다.

 

(2) 다독(extensive reading)의 효과와 중요성

"독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대해 여러 가지 답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간명한 명답은 리처드 데이(Richard Day) 교수가 지난해 한국의 한 학회에 와서 남긴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독해를 배운다. 다른 방법은 없다. 독서를 많이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잘 읽을 수 있게 된다(We learn to read by reading. There is no other way. The more you read, the better readers we become)."

한국의 영어학습자들은 오랫동안 정독(精讀, intensive reading)에 젖어 있었다. 사실 정독이 아니라 번역(translation)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독해(reading comprehension)라고 믿어왔던 것이 독해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일단, 독해의 정의부터 정확히 해두자.

"독해란 글을 읽는 사람과 읽을 내용 간의 상호작용 과정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자신의 세상에 관한 지식을 읽기 자료에 적용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Reading is an interactive process between the reader and the reading material. Readers bring the knowledge that they have about the world to interact with the text to create or construct meaning)."

아직도 많은 영어학습자는 글의 의미가 저자가 쓴 글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똑같은 글이라도 읽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매우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은 글쓴이의 생각을 모국어로 전환하는 작업이고, 문장 단위로 의미를 파악한다. 그러나 '독해'는 글 전체의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점에서 '번역'과 '독해'는 크게 다르다. 한국의 영어학습자 대부분이 독해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번역을 조금 공부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물론 수능시험에서 글의 요지(main idea)를 찾는 문제는 독해에 가깝다. 그러나 수능시험 지문은 길이가 너무 짧아 독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이처럼 짧은 지문 위주로 영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영어학습자 대부분이 원서 등을 접할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낱개 문장을 해석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서 한 단원 전체를 신속히 읽고 내용을 요약하는 데 매우 서투르다. 정독만 하다 보니 속독이 불가능하다. 정독을 할 때는 빨리 읽을 필요도 없고 빨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면 독해 때문에 가장 애를 먹곤 한다.

독해 실력을 키우려면 다독(多讀, extensive reading)을 통해 많은 양의 텍스트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읽어야 한다. 다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꼭 필요한 훈련이다.

우선, 다독은 낱개 문장이나 낱개 단어의 뜻을 파악하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 읽기 자료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둔다.

다독은 어휘와 문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양을 읽으면서 읽기 자료에 자주 쓰이는 어휘와 문장의 패턴, 문법 사항을 반복적으로 접하고 익숙해지게 된다. ‘Good writers are readers.'란 말처럼 다독은 쓰기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다른 이가 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읽고 싶은 내용을 선정하여 읽으면 꾸준히 흥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독은 독해량을 늘리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다독을 하면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풍부해진다. 또한, 인터넷에 떠다니는 수많은 흥미 있는 글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새 정부는 영어 말하기 능력을 키우고자 읽기 중심의 영어교육을 말하기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주장한다. 이는 모순일 뿐만 아니라 매우 잘못된 발상이다.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쓰는 능력은 다독과 다청을 통해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읽기와 듣기가 뒷받침되지 않은 회화와 영작에서 깊이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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