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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고사리를 꺾으며..(길어온 글)

이산저산구름 2008. 4. 16. 13:37
푸른 고사리를 꺾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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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고사리를 즐겨 드시는 엄니께선

해마다 봄철이면

산골에 사는 분께 부탁을 해서 1년 먹을 고사리를 준비하시곤 한다.

대개 10묶음을 한 줄로 이어서 엮어 놓은 것을 구입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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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구입한 말린 고사리는

명절이며 제사 때는 물론,

가끔 꺼내서 나물반찬으로 식탁에 올린다.

바삭바삭 부서질 것같이 삐쩍 마른 고사리 한 줌을

삶아서 물에 담궈 놓으면,

금방 불어서 한 냄비 그득 넘치는 양으로 바뀐다.

 

이처럼 갈무해두었던 말린 고사리며 묵나물들은

낙엽처럼 짙은 갈색이어서

어쩐지 야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모르긴 해도,

아마 영양가 면에서도 배 불리는 차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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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의 인심은 그렇지 않았을테지만,

요즘은 볼품없는 언덕배기에 자라는 고사리도

주인이 따로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고사리밭을 빽빽하게 조성을 해서

별도로 재배를 하기도 한다니,

판매의 수익이 만만치 않은 고사리 농사를

특별히 짓기도 하는 모양이다.

 

우연히 고사리를 꺾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야산의 지주인 지인이 제공한 일종의 오락 프로그램?

재미삼아 고사리나 함 꺾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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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출발은

봄산이나 즐기면서 고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메마른 땅을 비집고 삐죽 고개를 내민

머리 부분만 꼬불하게 생긴 어린 양치류 식물. 

지금까지 보아왔던

칙칙한 빛깔과 삐쩍 마른 고사리의 모습과는 달리

여느 식물의 새순들처럼

옅은 초록색의 통통한 모습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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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식물들이 대개 떼거지로 군락을 이루는데 비해,

고사리는 각각 멀찌감치 독립해서 떨어져

삐죽하게 외줄기의 모습으로 솟아 있었다.

띄엄띄엄 나있는 고사리를 찾아다니며,

언덕배기의 비탈진 곳을 헤집고 다니느라

운동량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리디 여린 부드러운 고사리를 꺾는 순간,

손으로 느껴지는 아삭한 느낌에 취해서 힘든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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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다가

오르는 길에서 고사리를 꺾었던 자리를

내려가면서 보니깐,

짧은 그 시간 동안에

새로운 고사리가 다시 키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내려가는 길에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고사리는 하루에 세 번을 꺾는다는 말이 있더니,

그 말이 맞긴 맞나보다.

 

싱싱한 야채를 일 년 내내 구입할 수 없었던 옛날에는

봄철에만 채취 가능한 고사리며,

나물로 먹을 수 있는 나무의 새순을 채취해서 갈무리하는 것도

봄 한 철 여인네들의 큰 일이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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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남정네들이 한 번쯤은

천렵이며 사냥의 재미에 빠지듯,

산채를 채취하는 재미에 푹 빠졌던

나의 혈관 속 어딘가에도

수렵시대를 살았던 먼 조상의 피가 흐르고 있긴 있나 보다.

 

옛날 시골의 아낙네들은 이처럼 운동도 겸하면서,

먹거리를 장만하기도 했나 보다.

그리고 가끔씩은 산골에서 쉽게 만나는

곱게 핀 봄꽃에 쉬엄쉬엄 눈길을 뺏기기도 하다가,

우연히 만난

낙엽 틈새에서 꽃을 피운 춘란의 청량한 향기를 맡으며

잠시 땀을 식히기도 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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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푸른 고사리를 이용한 조리법 한 가지>

봄철이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푸른 고사리를

데쳐서 말리기에는 넘 아깝다.

 

1. 고사리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찬물로 헹군다.

2. 쓴 맛을 우려내지 않아도 먹을 만하지만,

    쓴 맛을 유난히 싫어 한다면, 찬물에 두 세 시간 담궈서 쓴 맛을 제거한다.

3. 새우나 조개류 등, 그리고 찬물에 담궈 두었던 고사리를 함께 넣어

   조선간장으로 짜게 간을 맞추어 간이 배일 정도로 푹 끓인다.

4. 고사리에 간이 제대로 배일 때쯤,

    고사리가 충분히 물러졌는 지 확인을 한 다음,

    물을 넉넉하게 부어서 다시 한 소끔 끓인다.

5. 충분히 불려놓았던 찹쌀 적당량과 잣을 물과 함께 곱게 갈아서 그 물을 넣고 저으면서 끓인다.

6. 찹쌀이 다 익어서 풀처럼 약간 끈적하게 될 정도로 충분히 끓고 난 다음, 불에서 내려 맛있게 먹으면 된다.

7.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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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잣을 쓰는 것은

물초롬의 엄니이신 무적함대 대비마마의 까탈스런 입맛에 맞추기 위함이므로

꼭 잣이 아니어도 된다.

토란국을 끓일 때처럼 들깨 가루를 대신 써도 무방하다.

 

아,

팁 한 가지..

혹시 깜빡하고 고사리의 쓴 맛을 우려내지 않았다 하더라도

잣이나 들깨 간 것을 넣은 순간,

쓴 맛이 대폭 감소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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