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나무1 - 신경림

이산저산구름 2007. 4. 27. 13:53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신경림 / 나무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