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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행복하게 농민이 웃는 모습을 보았나요?(길어온 글)

이산저산구름 2006. 10. 25. 11:37
나를 살리고 내가족을 살리고
겨레의 숨을 살리는 길


[생명의 땅, 쿠바에 가다①]

땅과 인간을 함께 살린 쿠바의 정신

서정홍 농부 시인(경남생태귀농학교장)

쿠바는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유기농 농업을 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지난 5월 전국농민회 실무자 연수차
쿠바에 다녀온 농부시인 서정홍 님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없다.
쿠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전했다.

서정홍 님은 덧붙여
“쿠바의 많은 대학생들은 농부가 되고 싶어한다.
밝은 모습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농사짓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풍경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다”고 말했다.

추석을 맞아 쿠바의 유기농 농업 현장을 통해
바른 먹거리에 대한 이해를 돕고
농업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서정홍 님의 쿠바여행기를
6회에 나누에 싣는다.<편집자주>

지난달, 한국가톨릭농민회 전국본부 정기환 총장이
“형님, 이번에 쿠바에 한 번 다녀오셔야 겠습니다”
라고 했을 때, 지난해 ‘생태귀농학교’를 열면서
읽은 <쿠바의 유기농업> 책 맨 뒷장에 있는
호세 마르티의 시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나는 야자나무 우거진 /
그 땅에서 온 성실한 사람 /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
나 노래하리 /
가슴 아픈 이 시를 /
그 땅의 가난한 이들과 /
내 운명을 함께 하리라 /
대양이 아무리 넓어도 /
내 고향 골짜기 시냇물이 /
나는 더 기쁘고 즐겁다”

‘쿠바의 사도’라고 불리는 호세 마르티가 쓴
이 시는 시대를 넘어 쿠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불리고 있습니다.
“아침에 펜을 잡으면 오후에는 밭을 갈아라”
라고 말한 호세 마르티는 쿠바의 참 시인입니다.
그는 죽었지만 시는 영원히 남아서
쿠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침에 펜을 잡으면
오후에는 밭을 갈지 않습니다.
한 번 펜을 잡으면 평생 밭을 갈지 않습니다.
밭을 가는 일은 가난하고 못 배운
농부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 왔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죽을 때까지
손톱 밑에 흙을 넣지 않고 사는 것이
집안의 자랑이고, 희망입니다.
그런데 ‘쿠바의 사도’인 호세 마르티는
“아침에 펜을 잡으면 오후에는 밭을 갈아라.”
고 했습니다.
쿠바는 호세 마르티 시인의 말대로
농사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농부를 가장 으뜸으로 여기고
모든 정책과 대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농민회 일을 하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우리 겨레의 목숨을 이어주는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늘 대답도 없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벌써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대답을 나는 쿠바에서 찾기로 했습니다.
배우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이지요.
그래서 모든 일을 제쳐두고
큰 맘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쿠바에서 보고 듣고 배워서
농약이 없으면 거의 농사를 짓지 못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새로운 대안과 희망을 찾고 싶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쿠바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습니다.
인천→ 일본 동경→ 미국 샌프란시스코→
멕시코시티→ 쿠바 하바나 공항까지
네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쿠바에 닿았습니다.

기차를 타도 멀미를 하는 내가
꼬박 이틀 동안 비행기를 타고
쿠바까지 간 가장 큰 까닭은
쿠바는 나라 전체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이런 농업을
‘유기농업’이라 합니다.

해방 후부터 들어온 농약과 화학비료 때문에
우리 나라 논밭들은
대부분 깊은 병을 앓고 있는 지금,
쿠바의 유기농업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 큰 빛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쿠바로 가는 길은 결코 멀지만은 않았습니다.
병든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는데
쿠바보다 수 백 배 더 먼 곳이면 어떻겠습니까?

ⓒ 데일리서프라이즈




  

    
경제제재로 북은 굶어죽는데
자급자족 성공한 쿠바


[생명의 땅, 쿠바에 가다②]

냉장고나 텔레비전을 씹어먹을 수 없다면...

서정홍 농부 시인(경남생태귀농학교장)


▲ 쿠바는 제 나라 먹을 양식을 거의 자급하는,
그것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축복받은 나라이다. 서정홍 제공.    

쿠바는 카브리해에 떠있는 섬입니다.
국토 면적은 일본의 3분의1 크기며,
아열대성 해양기후로 연간 평균기온이
섭씨 25.5도나 되는 더운 나라입니다.
인구 1100만 명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나라지만,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21세기는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식량전쟁’이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많은 지금,
쿠바는 식량을 거의 자급자족하고 있고,
그것도 어디에서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업으로 농사를 지어서 살아가고 있으니
기적 가운데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나라 식량자급률은 25%밖에 안 되고,
그것도 쌀을 빼고 나면 5%밖에 안 된다고 하니
우리 민족은 ‘거지민족’입니다.
손발이 멀쩡한데 남의 나라에 손을 벌려서
얻어먹고 목숨을 이어가고 있으니
진짜 ‘거지민족’이지요.

쿠바는 수백 년 동안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 아래 고통을 받다가
1959년 카스트로가 ‘쿠바혁명’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해부터 미국의 경제봉쇄로
40년 남짓 혹독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미국 대륙에서 200km 남짓 떨어져 있는
가까운 거리인데도
아스피린 하나 들여오지 못했다고 함)
1980년대 후반부터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소련의 정치. 경제. 사회 혼란이
쿠바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습니다.

1991년 소련 붕괴로 다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입에 의존했던 연간 100만톤의 화학비료,
200만톤의 사료작물,
2만톤의 농약과 기계부품 들을
한꺼번에 공급받을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온 백성들이 이제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도
쿠바는 비상사태 선언인 ‘특별시기’라는 이름으로
식량자급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아서
지금까지 유기농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쿠바에서는 농촌에서만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닙니다.
도시 건물(학교, 병원, 관공서, 주택…)사이 사이와
빈 공터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갖가지 유기농법으로 기른
채소와 과일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농약과 방부제, 온갖 첨가물로 범벅이 된
오염된 수입 농산물 때문에
마음 놓고 밥상조차 차릴 수 없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견주면
제 나라 먹을 양식을 거의 자급하는,
그것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쿠바는 축복 받은 나라였습니다.

기적의 땅! 모든 생명이 건강하게 숨 쉬는 땅!
쿠바는 국가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대학까지 공부시켜 주는 나라입니다.
아무리 깊은 병이 들어도 죽을 때까지
공짜로 치료해 주는 나라입니다.
(우리 나라는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거나,
병이 들어도
치료를 받지 못해서 죽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두 가지만 보아도 쿠바는 말 그대로
‘지상 천국’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소중한 일은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것입니다.
농부는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가장 소중한 직업이지요.
모든 직업이 다 사라져도 사람은 살 수 있지만
농부가 없으면 어느 한 사람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자동차나 컴퓨터를 씹어 먹고 살 수도 없고,
냉장고나 텔레비전을 씹어 먹고
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쿠바는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알고 있는 것을 잘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훌륭한 나라입니다.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평가받는
체 게바라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혁명이
골목마다 깃들여 있는 쿠바는
참 위대한 나라입니다.

어느 나라든 어려운 처지를 겪게 되어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게 되거든
꼭 쿠바에서 배우기를 바랍니다.
같은 사회주의국가지만
북한은 어린아이들까지 살아남기 위해
도망을 가거나 굶어서 죽어가지만,
쿠바는 북한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도
어느 한 사람도 굶어죽지 않았다고 합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사회주의 쿠바는,
결코 가난하거나 불행하지 않더라


[생명의 땅, 쿠바에 가다③]

자본주의자의 멍청하고 한심한 오류

서정홍 농부 시인(경남생태귀농학교장)  


▲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인들도
가끔 내일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도 욕심없이 살아가는 것 만큼
아름다운 건 없을 것이다.
ⓒ서정홍 제공    

쿠바에 닿자마자 ‘사회주의 국가는
재산이 모두 국가 것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욕심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이 참 궁금했습니다.
자본주의에 물든 우리는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알아줄 사람도 없고,
자기 재산을 가질 수 없으니
일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그리고 ‘사람들이 욕심이 없으니
못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나뿐만이 아니라 쿠바 유기농업 연수에 함께 간
우리 나라 사람들 모두가
그것이 가장 궁금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나훈아의 ‘고향역’을 멋들어지게 부르는
에벨리오 안내자(통역)에게 물었습니다.
노래는 잘 하는데 통역이 영 시원찮은
‘에벨리오’라는 젊은 안내인한테
우리는 귀찮을 정도로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쿠바에 한국말을 통역해 주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습니까?”

“쿠바 전체에 한국말 하는 사람은
8명밖에 안 됩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발전도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우리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지만 발전했습니다.
발전 있는 나라입니다.
러시아에서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러시아(구 소련) 없어지고 나서
더욱 열심히 일해서 우리 먹고살았습니다.
내 나라에 대해 거짓말 할 필요 없습니다.
한국말 통역을 제대로 못해서 너무 미안합니다만….
그리고 사회주의 제대로 알려면 살아봐야 합니다.”

“한 집에서 부모와 함께 살다가 혼인을 하여
아기를 낳으면 방이 하나 더 필요할 텐데,
국가에서 집을 줍니까?”

“필요하면 국가에 신청을 합니다.
당장 나오지는 않지만.”

“당장 나오지 않는다면 불편해서 어떻게 삽니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면?”

“우리는 무소유입니다.
80년대 월급과 지금 월급이 똑같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조금 불편하게 사는 거 같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삽니다.
그러나 가끔 내일 무엇을 먹을까 걱정도 합니다.”

우리 일행은 쿠바 사람들 만날 때마다
알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팩스도 보낼 수 있느냐? 인터넷도 되느냐?
하늘도 맑고 땅도 농약을 치지 않아서 깨끗한데
왜 물을 돈 주고 사 먹어야 하느냐?
농사짓고 나면 몇 %를 국가에 주느냐?
돈으로 주느냐? 농사지은 채소를 바치느냐?
씨앗과 거름은 국가에서 주느냐?
농사 짓는데 들어가는 경비는 누가 부담하느냐?
돈은 모아서 무엇을 하느냐?
술은 한 잔씩 하느냐?
몇 십 년째 페인트칠을 안 했으면
집들이 저렇게 낡았느냐?
사오십 년이나 된 고물 자동차들을
불안해서 어떻게 타고 다니느냐?

우리 일행들 가운데는
‘쿠바가 아무리 유기농업을 잘 한다 해도
이런 가난한 나라는 불편해서 못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이 욕심이 없으니 눈빛이 모두 천사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길이 다르고
보는 눈이 다르니 마땅히 생각도 다르겠지만,
누가 뭐래도 내 눈에 보이는 쿠바는 아름다웠습니다.

사람이 욕심 없이 살 수 있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나라 사람들(자본주의 사람들)은
집을 두세 채 가지고도 불안하고,
먹을 게 많아서 쌀이 남아돈다고 하는데도
서로 속이고 싸우고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많은데…….

‘엉터리 시인’이 보고 느낀
그대로 시 한 편 썼습니다.

우리도 쿠바의 새들처럼

쿠바에는 새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더라
쿠바에는 개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더라
해치지 않을 줄 알기 때문이다

길가에 옥수수도
골목마다 핀 아카시도 해바라기도
잔디밭에 누워서
까닭 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어린 학생들도
멀건 대낮,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애인을 안고 있는 젊은 경찰도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게 보이더라

‘저렇게 살갗이 검을 수 있을까’ 싶은 여인과
‘저렇게 살갗이 하얄 수 있을까’ 싶은 사내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더라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낡은 집을 보고
그들이 타고 다니는 오래된 자동차 소리를 듣고
가난하다고 한다 못 산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아무런 조건도 갖추지 않았는데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쿠바는, 결코
가난하거나 불행하지 않더라

ⓒ 데일리서프라이즈





  
‘천국의 밥상’ 쿠바,
교수보다 농부가 월급 더 많아


[생명의 땅, 쿠바에 가다④]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나라 전체가 ‘유기농업’
  

서정홍 농부 시인(경남생태귀농학교장)


▲ 농약을 쓰지 않기 위해
향기나는 허브를 밭 들머리에 심고
지렁이를 길러 거름을 만드는 쿠바 농부들의 모습은
이세상 어느 유명한 학자보다 당당하게 보인다.
ⓒ서정홍 제공    

쿠바가 오늘이 있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으리라 믿습니다.
숱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쿠바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서 실천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쿠바처럼 우리나라도 국가와 백성들이 나서서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 길만이 나를 지키고 우리를 지키고
미래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고통이고 절망뿐입니다.
눈에 보이는 편리함과 돈만 쫓아서 살아가는
자본주의에 물든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입니까?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고통과 절망뿐이기에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함께 하면 못 할 일도 없지 않겠습니까?
공원에 쓰레기가 많은 까닭은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많이 다녀간 탓이고,
자연이 병든 까닭은
정신이 병든 인간들이 많이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할 일이 많은 것입니다.

사회주의국가 쿠바는 나라 전체가
‘유기농업’을 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왜냐면 날이 갈수록 생태계가 파괴되어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의 삶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50% 이상이 아토피 피부염,
천식 따위의 무서운 병을 안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은
파괴된 생태계를 살리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유기농업’이
아니면 안 된다고 믿기 때문에
미국, 일본, 독일 들 많은 나라에서
떼를 지어 쿠바를 찾는 것입니다.

쿠바는 하루아침에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처럼 힘세고 못된 나라들 틈 속에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 바로 ‘유기농업’입니다.
사람과 자연을 한꺼번에 죽이는
독한 농약을 쓰지 않기 위해
향기 나는 허브 종류들을 밭 들머리에 심어서
벌레를 쫓아내고,
땅을 못 쓰게 만드는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 위해
지렁이를 길러서 거름을 만드는
쿠바 농부들의 모습은
이 세상 어느 유명한 학자보다도
더 당당하게 보였고,
성직자보다 더 ‘거룩하게’ 보였습니다.

국가에서는 유기농업 자재를 아주 값싸게 공급해 주고,
여러 가지 유기농업연구소들이 곳곳에 있어
누구든지 유기농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라.
비바람 폭풍이 불어서 농사를 다 망쳐도
국가에서 모두 보상해 주는 나라.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한 주일에 하루는
농업교육을 하거나 농촌에서 일을 하는 나라.
장관, 박사, 의사, 교수보다
농부가 월급이 더 많은 나라.
농업과 농촌과 농민을 최고로 받드는 나라.
젊은 농부들이 여유롭게 콧노래를 부르며
농사를 짓는 나라.
어디에서든지 안심하고
먹을거리를 사 먹을 수 있는 나라.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웠습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머리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제 손으로 먹을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은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람이 짓는 죄 가운데 가장 큰 죄는
신이 만든 자연과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습니다.

나라와 종교와 모든 사회단체의 기본 철학은
농업과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서
근본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미국이 없어도
(우리나라는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의 ‘밥’이다)
당당하게 살아가는 쿠바처럼,
우리나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려서
우리가 먹을 양식을
우리 손으로 지어서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 나라 인구 가운데 70% 이상은
농촌으로 돌아가서,
옛날처럼 식구들이 함께 모여
제 식구 먹을 곡식은
스스로 농사를 지어서 먹고살아야만,
어떤 일이 벌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당당하게 먹고사는 일’
이보다 더 소중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 데일리서프라이즈





‘농사짓기’가 젊은이들의 꿈, 우리 현실은…

[생명의 땅, 쿠바에 가다⑤]

맑고 건강한 젊은 농부들…
6개월마다 15일씩 휴가


서정홍 농부시인(경남생태귀농학교장)

쿠바는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유기농 농업을 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지난 5월 전국농민회 실무자 연수차
쿠바에 다녀온 농부시인 서정홍 님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없다.
쿠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전했다.

쿠바의 유기농 농업 현장을 통해
바른 먹거리에 대한 이해를 돕고
농업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서정홍 님의 쿠바여행기를 6회에 나누에 싣는다.
<편집자주>

교수 월급이 300페소인데
농부는 900페소나 되는 쿠바는
월급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라도,
백성들의 목숨을 이어주는 농부들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젊은 농부들도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땡볕에서 웃통을 벗고 삽질을 하는
쿠바의 젊은 농부한테

“앞으로 꿈이 무엇입니까?”

물었더니

“이렇게 농사를 짓는 것입니다.”

하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욕심 없이 맑고 건강한 젊은 농부의 목소리가
아직도 나를 따라 다닙니다.


▲ 쿠바의 젊은 농부는
“앞으로도 이렇게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쿠바는 백성의 목숨을 이어주는 농부를
가장 귀하게 여기는 나라이다.
ⓒ서정홍 제공    

논밭 가까이에서 담배 피우면
벌과 나비가 날아가 버린다고,
벌과 나비가 날아가 버리면 농사를 다 망친다고,
제발 논밭 가까이에서 담배 피우지 말아달라던
그 젊은이한테 채소밭 가에
옥수수를 왜 심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첫 번째, 옥수수 키가 크므로
다른 작물의 바람막이가 되고 두 번째,
나쁜 벌레들이 채소한테 가지 않고
옥수수에 붙어서 살 수 있게 하고
세 번째, 내가 옥수수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채소밭에 농약을 뿌렸는지,
왜 벌레가 한 마리도 안 보이느냐고 물었습니다.

“날마다 잘 살펴보고, 벌레가 보이는 대로
내가 손으로 잡아버리니까 없겠지요.”

쿠바는 농부들한테나 연구소 직원들한테나
무엇이든지 물어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친절하게 다가와 설명을 해 주면서
농담까지 하는 여유를 보여 주었습니다.
비지땀을 흘리며 땡볕 아래 일하면서도
어찌 이런 마음의 여유가 나올 수 있을까요?

쿠바의 농부들은
6개월마다 15일씩 휴가를 간답니다.
노동자들처럼 7시 출근하여
12시까지(30분 남짓 새참 시간도 있음) 일하고,
더운 낮에는 조금 쉬다가 오후 5시쯤 퇴근합니다.
그리고 일만 평밖에 안 되는 땅에서
47명이 농사지어서 부족한 것 없이
잘 먹고 사는 농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십만 평 땅에 농사를 지어도
한두 가족 먹고살기도 팍팍한데.
그만큼 국가에서 지원을 한다는 말이겠지요.
우리나라는 언제쯤 이런 세상이 올까요?

현재, 우리나라는 3대가 굶어죽을 각오로
농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정인데
누가 농사를 짓겠어요.
국가에서 특별한 지원도 없고,
애써 농사지어 놓으면 수입해서
농산물 값이나 팍팍 떨어뜨려 놓기나 하니….

우리나라도 앞으로
농약과 화학비료 지원할 돈으로
유기농 자재를 정부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쿠바처럼 소농(가족농)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대농은 어차피 큰 나라에 이익만 줄뿐이니까요.
왜냐면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외국 농산물 가격과 품질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가 살 길은 소농밖에 없습니다.
카스트로나 체 게바라는
적이 정확하게 눈에 보여서 총으로 혁명을 했지만,
지금 우리는 적이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 겨레인데도 생각이 수천 가지니
누가 적인지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백성들이 헷갈리고 있으니,
우리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카스트로는 정권을 잡자마자
식량을 자급하기 위해
농업 책을 100권 넘게 읽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농업이 망하고
농촌이 다 무너지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농업 책을 읽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혁명은 내부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입만 살아서 떠들어대는 한국 정치 지도자들과
온몸으로 살아 움직이는 쿠바 정치 지도자들의
차이를 어디에 견주면 좋을까요?

지난 50년 동안 우리 나라는 농업과
모든 분야에서도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다른 나라도 거의 마찬가지겠지요)
이대로 가다가는 자연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우리 인류에 무서운 재앙이 닥칠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혼란의 시대를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 전체를 바꾸어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부터 바꿀 것입니까?
나무 그늘에 혼자 앉아 영혼의 소리를 들어보면
금세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라고.’








계속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