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의 무술터였던 홍산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지금의 단군릉 동쪽에 보이는 아달산 기슭에 샘이 하나 있는데, 이 ‘아달샘’은 사철 변함없이 솟아 흘러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한다.단군은 어린 시절 무술을 닦을 때 이 샘물을 즐겨 마시곤 했는데, 실로 오랜만에 이곳을 찾은 감상을 단군전설에서는 “젊은 시절 큰뜻을 품고 떠난뒤 나라를 세우고 령토를 확장해나가던 그 바쁜 나날에도 한시도 잊은적이 없던 고향땅을 수십년만에 다시 찾아보는 단군의 가슴은 향토에 대한 애틋한 정과 마음을 간지롭히는 추억으로 부풀어올랐다”고 전한다.
그때, 단군이 물 한 모금 마시고 가자고 했더니, “약삭바른” 한 신하가 ‘옥돌그릇’에 맑은 샘물을 담아가지고 단군에게 올리자 단군은 “샘물은 제손으로 떠마셔야 제맛이 나는 법이다”며 스스로 샘터로 가서 ‘쪽박’으로 샘물을 퍼서 마셨다. 그런데 그때 샘물에 비친 단군의 모습은 “콩알같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젊음이 넘치는 홍안의 얼굴”이 아니라 “백발이 날리는 늙은 로인의 얼굴”이었다.
이때부터 단군은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고 낮에 하는 일보다 밤에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하니, 그것은 후세에 나라를 다스려 갈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가죽쪼박’에 옮기는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단군은 나라는 하나이지만 받들어가는 사람은 대를 이어 바꾸기 마련이므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의 마음도 한결같아야 이 나라가 길이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본 신하가 몸도 돌보아야 하지 않겠냐고 묻자 나라를 맡은 임금의 건강은 몸이 아니라 뜻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같이 “단군이 나라의 장래를 념려하여 밤을 지새이며 쓰고 또 쓰군하던 글”은 세상을 뜨기 전 유언으로 내놓았는데, 이는 시대에 따라 변하여 다음과 같은 사상으로 체계화되었다 한다. “임금은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은 임금께 충성하며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면서 그 마음으로 나라를 받들어나가며 사람들은 다같이 사랑하고 서로 양보하여 나라를 태평하며 풍족하게 하며 음탕하지 말고 앙심을 품지 말며 나라의 산천초목을 제몸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
![](http://www.krhana.org/krhana_hp/newsletter/newsletter_img/061011_series2.jpg) |
단군릉
단군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아달산을 지날 때마다 아달샘의 물을 마시면서 그의 유언을 마음속에 새기곤 했는데, 이 산은 원래 ‘아사달’이라고 불렸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자가 생략된 것이라 한다. 여기서 잠깐, 일연의 삼국유사에 보면 이 아사달은 원래 단군이 마지막에 돌아와 숨어 산신이 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단군전설에서도 “단군을 하늘이 낸 인물로 일러오던 우리 조상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후 아달산의 산신이 되여 나라의 정사와 백성들을 돌보았다고 전하고있다”고 적고 있다. 이후 이곳에는 나라에 난이 있을 때마다 아달산이 심하게 울곤 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한편, 단군릉 우측에 있는 청계골 안에는 ‘말묘’라고 불리는 큰 무덤이 있는데, 이는 바로 단군이 타고 다니던 기린마의 묘라고 한다.기린마는 자기 주인이 세상을 떠난 뒤부터 먹이를 전혀 먹지 않다가 단군의 장례가 끝난 바로 그날 밤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단군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된 맏아들 부루(여기서 잠깐, 부여를 건국한 ‘해부루’ 또한 단군의 장남으로 알려져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가슴을 치면서 기린마를 찾으려 했으나 허사였다. 기린마는 낮에는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깊은 밤이 되면 단군릉에 내려와 “앞발로 릉을 허비며 크게 울군하였기” 때문이다.
![](http://www.krhana.org/krhana_hp/newsletter/newsletter_img/060927_series1.jpg) |
기린마를 탄 단군
이와 같이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 또다시 기린마의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울리자 단군릉에서 푸르스름한 봄기운이 솟아 새벽까지 꺼지지 않았는데, 이 일이 있은 후 더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 그 행적을 찾았더니, 아달산 기슭에 굴레와 안장만 있었다. 이를 본 마을 노인들은 “단군릉에 푸른 불빛이 생기는 것을 보면 … 그 기린마도 산신령이 되여 대왕님을 받드는것이 틀림없소이다”라며 사람들을 위로하였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부루왕이 단군릉 오른 쪽 청계골에 기린마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더니, 그 후에도 ‘말묘’에서는 밤마다 산신이 된 단군을 태우고 나라의 변방을 돌아보느라 생기는 “푸른 불기운이 뻗쳐올라 아달산정점에 닿군하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