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무관심이 가져올 폐해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일이다. 유대인들이 기차에 짐짝처럼 실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고
있었다. 죽음을 예감한 한 젊은이가 자신을 이런 처지까지 오게 한 운명에 항의하는 듯이 외쳤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합니까? 나는
독일에 해가 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꼬박꼬박 세금을 냈고, 법을 지켰으며,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였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합니까?” 그의 울부짖음에 기차 안은 조용해졌고, 모두들 그 젊은이의 분노와 절망에 동감하는 듯하였다. 그 때 한 노인이
말하였다. “바로 그대?! ?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죽는 걸세. 젊은이, 히틀러가 그토록 많은 죄를 저지르는 동안 그대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네. 바로 그래서 오늘 여기에 있게 된 것이지.”
◆ 정치적 무관심의 폐해에 대한 워커(Walker.
J. L.) 교수의 주장
‧ 민주주의 체제에서 참여라는 것은 하나의 힘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자는 정치 참여에 따르는 민주주의의
강화로부터 제외됨으로써 더 한층 정치적 견해나 요구에 관해서 깊이 생각해 보려는 기백이 박탈되고야 말 것이다. 그리하여 무지가 쌓이고 쌓여
마침내 정치적 생명력과 경계심의 일반적인 수준은 저하될 것이 분명하다. 하층의 사람들이 사실상 이러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 만일 무관심이 증대하게 된다면 정부는 무책임하고 거만하게 날뛰는 사람들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정치적 무관심은
전제와 권력 남용에 대한 하나의 방벽의 역할을 할 정치적 반대파를 조직하고 유지하는 일을 곤란하게 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정치에의 참여는
위정자로 하여금 의무감을 불러일으키게 할 뿐만 아니라 유권자에 대한 봉사심도 불러일으키게 할 것이다.
‧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은 무지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참여의 경험을 자주 쌓음으로써 그들은 판단의 질을 개선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참여는 그들의 정치적 학습을 자극하여 정치적 감각을 예민하게 할 것이다.
‧ 정치적 무관심은 체제의 쇠약인 동시에 그 원인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회의 전 성원을 그들의 자치 활동에 참여하게 하고 관심과 충성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생존에 관계되는 결정에 참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치적 폭발의 가능성이 잠재되어 민주주의에 대한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 이극찬, <정치학> -
◆ 정치적 무관심의 유형
대중 민주 정치 : 현대형 또는 신형 무관심은 보통 선거가 시행됨으로써 모두에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 원하기만 하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므로 정치적 주체자로 등장한 국민들이 많은 정치적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이다.
‧ 정치적 무관심의 유형 : 라스웰(Lasswell, H. D.)은 정치적 무관심을 그
동기에 따라 탈(脫)정치적, 무(無)정치적, 반(反)정치적 무관심으로 분류하였다. 탈정치적(depolitical)이란 정치에 대한 기대나 요구가
환멸로 끝남으로써 정치에서 멀어지는 경우를 말하며, 무정치적(apolitical)이란 정치 이외의 분야에 관심을 둠으로써 정치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이고, 반정치적(antipolitical)이란 신념에 의해 정치를 부정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무정부주의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정치적
무관심이다. 이 세 가지를 총칭하여 비(非) 정치적(nonpolictical) 태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