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을 감상하고 |
배우의 의상은 연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것은 배우가 무대에 등장할 때 의상을 통해 관객에게 자신의 신분과 심적 상태 등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들도 막이 오르면 어떤 배우가 등장해서 어떤 대사를 던질 것인지 궁금증을 갖고 숨을 죽이고 조명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렇듯 배우의 ‘첫’ 등장과 ‘첫’ 대사는 연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막이 오르고 서서히 조명이 들어오자 구부정한 어깨에 약간 헐렁한 양복을 걸치고 양손에 가죽으로 된 큰 가방을 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윌리 로먼(전무송 분)이 무대 왼쪽에서 등장한다. 그가 천천히 걷는 방향을 따라 길게 조명이 따라간다. 무대 오른쪽 현관문으로 윌리 로먼이 들어선다.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윌리 로먼의 아내 린다(박순천 분)와 대화를 통해 윌리 로먼은 평생 외판원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서 밀러’ 작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첫 장면이다. 요즘 대학로 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여느 연극과 달리 첫 장면이 무겁다. 윌리 로먼의 느릿한 걸음과 화난 말투로 보아 관객들은 결말이 우울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물론 제목에 이미 ‘죽음’이라는 낱말이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요즘 소극장에서 장기 공연하는 코미디 종류의 연극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사실 이 연극은 7,80년대 대학가에서 졸업 공연으로 자주 무대에 올려지곤 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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