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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쌀의 추억

이산저산구름 2018. 5. 22. 22:25
찐쌀의 추억

식구들이 봄인데 뭐 색다른 김치가 없느냐며 김장김치에 슬슬 질리기 시작한다. 김장김치가 아직도 남았는데 김치전이나 김칫국을 해 먹어야 해서 비상으로 한 통은 남겨두고 봄김치를 담글 겸 재래시장에 열무와 얼갈이를 사러 갔다. 열무김치는 빻은 고춧가루보다 홍고추를 갈아서 담가야 더 산뜻한 맛도 나며 구수하기도 하다. 홍고추를 사러 시장 골목에 들어갔다가 작은 자루에 담긴 찐 쌀을 보고 옛 생각이 나서 무척 반가웠다. 한 됫박 살까 말까 망설이다 말았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누구나 보릿고개를 겪었다고 한다. 보릿고개란 하곡인 보리가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가을에 걷은 식량이 다 떨어져 굶주릴 수밖에 없게 되던 4∼5월 춘궁기(春窮期)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전해 온다.

지금 어린아이들에게 보릿고개가 어떤 것이냐고 물으면 책에서 배운 대로 식량이 없어 어려웠던 시절이라고만 하지 실제로 겪지는 않아 잘 모른다. 그러나 내 나이나 우리 부모님들은 직접 보릿고개를 겪었다. 어려운 집안은 쌀이나 보리 등 식량이 떨어져 멀겋게 죽을 쑤어 먹었다.

그 시절 각 가정에는 아이들도 보통 다섯 여섯으로 이보다 넘는 집이 많아 아이들이 배가 고파 우는 집도 많았다. 우리 집 그랬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