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전통적 문화유산 ‘천연염색’
천연염색은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의 색소로 염색하는 것으로 친환경적 의미를 가지며, 천연염료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여 그 역사가 매우 깊다. 1856년 영국의 퍼어킨(W.H. Perkin)이 합성 염료 모우브(Mouve)를 처음으로 합성해 내기 전까지 인류가 사용해 온 염료는 식물의 잎, 줄기, 나무껍질, 심재, 뿌리, 열매, 꽃 등과 광물, 곤충 등 모두 자연에서 얻었다. 따라서 천연염료의 역사는 수천 년이 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 인류문화사적으로 볼 때 세계의 각 민족은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색료를 채집하여 그들의 고유한 방법으로 채색, 염색하였기 때문에 천연염색은 각 민족의 전통적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천연염색 문화 속에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와 그 민족의 미학적인 관점들이 녹아 있어 전통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이에 따라 발굴 또는 보존된 천연염료를 사용한 벽화, 그림, 목재, 섬유, 의복 등 선조들이 남긴 유물들과 기록은 그 시대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또한 이를 체계화한 박물관학, 섬유, 염료의 분석, 재료과학, 보존과학 등은 전 세계 유명 대학에서 집중 탐구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민족의 전통적 문화유산 ‘천연염색’
우리나라의 경우 신라 때 소방전, 홍전 등의 염색기관이 있었다는 것을 토대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천연염색을 해온 것을 알 수있다. 서양의 색채체계는 삼원색과 무채색(백, 흑)으로 나눠져 있지만, 우리의 색채체계는 오방색(청, 적, 백, 흑, 황)을 중심축으로 융합했다.
자연에 대한 사고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토(土)의 황은 중간 매개적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전통 염료로서의 의미가 큰 쪽, 홍화, 소목의 예를 들어 보면, 염재 자체를 물로 열탕 추출해 보면 많은 양의 황색이 추출되지만, 본질적인 청색, 홍색, 적색은 다음 공정을 거쳐야 얻어진다. ‘쪽’의 노란 추출물은 의미가 없고, 드러나지 않은 인디고는 알칼리 발효를 통하여 청색을 얻을 수 있다. ‘홍화’는 상당히 많은 황색을 상온 추출하여 제거한 다음 알칼리 잿물에 용해시키고 산으로 중화시켜 홍색을 일구며, ‘소목’은 황적색의 추출물이 명반매염을 통하여 적색을 만든다. 즉, 많은 황색의 염료가 겉으로 보이는 바탕이지만 청, 홍, 적을 획득해내는 데는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융합적 통찰력이 엿보인다. 많은 식물에서 얻어지는 색소는 황색을 바탕으로 하고, 그 본질적인 색소도 퇴색되어가는 과정에서 황색으로 종결되어간다. 유물로 남아 있는 민화들도 보존 상태에 따라 누런빛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느림의 미학, 자연의 색과 삶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 있던 전통적 염료들도 편리한 인공염료를 주로 사용하면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소득증대와 편리함의 추구로 물질적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정신가치의 상대적 결핍을 인식하며, 개발에 의한 환경오염이 인간의 행복한 삶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지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웰빙시대의 흐름인 자연으로 회귀, 친환경, 인간의 가치, 삶의 질, 전통에 대한 관심, 여가, 취미, 건강 중심 의식증대, 안전, 고기능, 고감성, 인체친화적 제품선호,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 속도보다는 느림의 미학 추구쪽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로써 선명한 색상과 염색의 편리함이 있지만 환경오염과 발암의 위험 가능성이 많은 합성염료보다는 염색이 다소 복잡하고 색바램이 있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적인 천연염료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 따라 자연스럽고 편안한 색감과 여러 기능성이 많은 천연염료에 대한 재발견의 노력들이 국가와 민간 주도로 많은 결실을 얻고 있다.
천연염색의 효능이 모두 인체와 관련하여 신체성 및 건강 관련 기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천연염색의 정의를 되새기게 한다. 천연염료의 건강 기능성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심신안정효과(산림효과, 진정, 숙면효과), 냄새제거효과(소취, 방취), 피부보호효과(아토피 치료효과), 전자파차폐효과, 수분흡착(수분조절능력) 수질정화효과, 항균효과, 원적외선효과(신진대사촉진), 자외선 차단효과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천연물질로서의 천연염료는 매우 많은 영역에서 첨단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식품분야(식품자체, 항산화기능성 식품, 식품첨가물, 식용색소등), 의약분야(한약, 생약, 식용색소 등), 화장품분야(천연색소, 피부개선 기능성 물질 등), 헤어 염색(천연염료), 섬유패션분야(천연염색, 항균, 소취, 항알러지, 방향 등), 수질정화분야(천연색소 타닌, 숯, 황토), 방사성물질 및 금속의 흡착·분리(감 타닌), 기타(페인트, 플라스틱) 등 활용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위안을 주는 본질적인 자연의 힘
천연염색은 본질적으로 전통, 예술, 공예적, 인간적 따뜻함과 과학, 그리고 힐링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염료를 자연에서 채취하거나, 요즈음에는 재배하는 경우가 많아 원예적 의미를 많이 갖는다. 따라서 식물을 키우는 과정과 염료를 추출하고 이를 사용하여 염색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친환경적으로 자연에 접근하여 자연과 소통하고, 관찰과 경험을 통하여 자연과학적인 측면도 알게 된다. 천연염색은 노동과 관심 속에서 아름다운 색을 얻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인간성 회복에 도움이 되며, 자연을 경외하는 심성도 얻게 된다.
천연염료의 미학과 기능성이 요즈음의 힐링시대에 더욱 관심을 끌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 염재식물의 대부분이 한약재이며, 원예작물이어서 꽃을 피우는 것이 많기 때문에 대단지로 구성되었을 때 축제의 소재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의 포토존이 만들어짐에 따라 여가로서의 힐링 효과도 동시에 얻게 되는 재료이다.
염색활동은 컬러의 체험이자, 내 안의 색을 넓히고, 몰입하는 과정이 되며, 또한 릴렉스하는 힐링의 재료가 된다. 컬러는 에너지이며, 한의학, 음양오행론, 명리학, 컬러테라피, 색채심리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인체와 가장 가까운 환경으로서 의복에 적용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찬란한 햇볕 아래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화려한 색으로 내면을 채워가는 장엄의 세계에 속한 필자로서는 태초의 빛깔이 마구 번져나가는 아름다움을 잡아둘 수 없다는 것이 자연스런 시스템이란 것에 경의를 표하며 오늘도 매일 다른 쪽빛 하늘을 머리에 이고 치열한 자연의 한 부분이 된다.
글+사진‧장정대(부산대학교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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