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환 “詩는 시인의 혼이 담긴 글입니다” | ||||||||||||||||||||||||||||||||
'저녁의 시인들' 토크콘서트 / "힘든 삶 어루만지는, 독자의 가슴 탁 치는 시를 쓰고 싶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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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와 함께하는 저녁의 시인들’ 6월 콘서트가 지난 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제2예련관에서 열렸다. 공휴일인데다 날까지 궂어 행사를 주최하는 이하석 시인은 “청중이 몇 명 안될 것 같다.”며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제 시간에 자리는 금방 다 차버려 빗방울이 떨어지는 바깥과 다르게 실내는 사람들의 열기로 후텁지근했다. 6월의 주인공은 배창환 시인. 경북 성주 출신으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아 온 시인인지라 가는 곳마다 제자들이 따라다니기로 유명한데 아니나 다를까, 이 날도 시인을 통해 등단한 더 나이 든 제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갓난쟁이를 안고 온 가족을 총출동 시킨 제자도 있어서 청중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토크콘서트 형태로 진행된 행사에서 배창환 시인의 오랜 후배이기도 한 김용락 시인은 그의 제 5시집 「겨울 가야산」을 중심으로 배창환 시 세계를 해설하면서 <가야산, 아버지, 전교조>라는 3가지 코드로 읽을 것을 주문했다. 장엄한 자연과 역사의 현장으로써 가야산은 농촌의 빈농가 출신 시인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고, ‘그의 정신을 지탱해온 아버지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시의 중요한 모태’를 이루고 있으며, 전교조 10년 해직교사라는 이력이야말로 ‘교육시’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창환의 시가 “끈질기고 절절하고 처절한 삶의 구체성 보다는 어떤 당위에 더 치우친 것 같아 문단이나 대중들에게 덜 평가받는 것 아닌가? 또는 대중성을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이하석 시인은 “유명한 어떤 시인이 제목하나 뽑는데 두 달씩 걸리는 것도 봤어요. 어떻게 하면 독자들을 즐겁게 할까, 잘 팔릴까 그것만 생각하는 거에요. 아주 극소수이긴 하지만 잘 나가는 시인의 수입이 연간 1억이 넘는다는 사실을 보면, 철저하게 대중을 중심으로 글을 쓰게 되는 거지요. 유명하면 좋지만 잘 팔리기 위해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런 부분에 타협하지 않는 배창환 시인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하고 덧붙였다. 한편, 청중석에 앉아 있던 정지창 전 교수는 “배창환 시인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세계를 펼쳐내도록 길을 내주는 역할을 잘 하는 것 같아요. <분단시대> 동인을 결성하면서 당시 미등단한 도종환 시인 같은 청년들을 포함시킨다는 게 지금이야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당시 보수적인 문단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예술마당 솔’에서 진행한 배창환 시인의 문학강좌를 통해서 류근삼 선생이 등단한 것도 그래요. 훨씬 나이가 많은 제자인데도 묘하게 서로 소통하면서 그 사람 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는 건 아무나 못하거든요. 근무지에서 매번 아이들 글을 책으로 엮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겸손하고 섬세하고 개방적인 배창환 시인의 특성이 그렇게 해내는 것 같고 참 소중한 부분이라 여겨져요.”라고 평가했다.
배창환 시인은 해직된 지 10년만에 복직하여 김천여고 아이들의 창작시집 「뜻밖의 선물」 수필집 「어느 아마추어 천문가처럼」을, 경주여고 창작시집 「지금은 0교시」 산문집 「채식주의자라는 이름으로」를 펴냈다. 시 교육 관련 저서 「이 좋은 시 공부」와 「국어시간에 시 읽기」는 국어교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책으로 수업시간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김천여고 학교문집이 교육부 주관 ‘전국교지공모대회’에서 우수상으로 발탁되어 유럽여행을 다녀오는 호사를 얻기도 했다. 너무나 열심히 일했으나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통해서 세상을 보기 시작했고, 대학에서 비극적인 현실을 겪으면서 시대정신을 배웠으며 교육의 변화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싸워 온 교육자, 배창환 시인. "시는 시인의 혼이 담긴 글입니다. 때문에 시가 너무 어려워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독자와 공감이 안되는 시는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싶어요. 뭔가 깨달음을 주거나 가슴을 탁 치는 그런 시를 쓰고 싶어요. 요즘 시들은 너무 어렵게 쓰고 있어요. 평생 시를 읽고 써온 내가 이해가 안되는 시는 좋은 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때로 채찍도 되고 에너지도 되는, 공감과 연대를 할 수 있는 시가 좋은 시가 아닌가... 또 시인이 너무 많이 양성되다보니 역사의식이 부족한 시인도 많이 봅니다. 철학과 역사가 바탕이 되면서 사람들을 한 발 앞에서 이끌어주고 함께 갈 수 있는 시인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정년퇴직을 2년 앞두고 있는 배창환 시인은 좋은 시를 많이 쓰고 싶다. 때문에 어서 빨리 은퇴해서 주경야독해야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올해 안에는 10년만에 제6시집도 낼 계획이다. 한편, ‘대구문화와 함께하는 저녁의 시인들’ 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는 토크콘서트로,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저녁7시에 열리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이 출연한다. 이은정 / 평화뉴스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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