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지혜가 반짝이는 속담 11 - 비유 속에 담긴 지혜를 만나는 시간 - 동식물이 들어간 속담들

이산저산구름 2015. 12. 2. 10:38

비유 속에 담긴 지혜를 만나는 시간 동식물이 들어간 속담들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

 

사진1갈치는 농어목 갈칫과의 바닷물고기로 은빛의 기다란 칼 모양을 하고 있어서 예로부터 ‘도어(刀魚)’ 또는 ‘칼치’라고 불렀습니다. 갈치는 날카로운 이빨로 오징어와 새우 등을 잡아먹는 육식성 어류이기도 한데요, 이 갈치가 동족인 갈치의 꼬리를 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갈치는 산란기가 되면 그 육식성이 더욱 증폭되는데, 배가 고프면 동족의 꼬리도 끊어 먹으며 먹이가 부족해질 경우에는 서로 잡아먹기까지 합니다. 간혹 꼬리가 뜯겨 나간 갈치가 어망에 잡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부들은 이런 습성을 이용해 갈치 낚시를 할 때 먼저 잡힌 갈치의 꼬리를 잘라 미끼로 쓰기도 합니다.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는 속담은 ‘친한 사이에 서로 헐뜯고 모함하는 것’을 갈치의 습성에 빗대어 이르는 말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 ‘망둥이 제 새끼 잡아먹듯’이 있습니다.

 

 
 
 

말 살에 쇠 살

 

사진2푸줏간에 고기를 사러 가 소고기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주인장이 말고기를 내놓고는 소고기라고 합니다. 누가 보아도 가짜임이 틀림없어 소고기가 아니라고 따졌더니 주인은 도리어 소고기가 확실하다고 박박 우깁니다.
 
고기의 향과 색깔이 모두 다른 말고기를 소고기라고 우기니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말 살에 쇠 살’은 ‘합당하지 않은 말로 지껄임을 이르는 말’입니다. 번연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거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말을 할 때 쓸 수 있겠지요. 비슷한 속담으로는 ‘개나발(을) 불다’와 ‘익은 밥 먹고 선소리한다’가 있습니다. ‘개나발’은 ‘사리에 맞지 아니하는 헛소리나 쓸데없는 소리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며, ‘선소리’는 ‘이치에 맞지 않은 서툰 말’을 뜻하여 두 속담 모두 사리에 맞지 않은 말을 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고 있습니다.

 

 
 
 

윤달에 만난 회양목

 

사진3윤달은 윤년에 드는 달로, 달력의 계절과 실제 계절과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1년 중 달수가 어느 해보다 많은 달을 이릅니다. 회양목은 손톱 크기만 한 타원형의 도톰한 잎사귀가 달린 상록 활엽수인데, 7m까지도 자라지만 자그맣게 다듬어 정원수로 심은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윤달과 회양목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회양목은 자람이 극히 더딘 식물로 1년에 많이 자라야 3센티미터쯤 자라고, 줄기의 지름이 12센티미터까지 자라려면 8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라는 속도가 더딘 까닭에 윤달 한 달이 추가되어도 키가 자라기는커녕 오히려 한 치씩 줄어드는 것 같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이 속담은 키가 작은 사람을 회양목이 더디게 자라는 모습에 빗대어 놀림조로 이를 때에 쓰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 ‘윤달 든 회양목인가’, ‘윤달 만난 황양목(회양목의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언제 쓰자는 하눌타리냐

 

사진4‘하눌타리’는 박과의 여러해살이 덩굴풀로 산기슭 아래나 들에서 절로 자랍니다. 길이는 3~5미터이며, 7~8월에 자주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피고 열매는 공 모양으로 누렇게 익습니다. 그런데 이 하눌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속담이 생겼을까요?
 
이 속담의 유래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눌타리는 담(痰)을 없애는 데에 효험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우연히 하눌타리를 얻었지만 어디에 쓰는지 몰라 벽에 걸어 두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집에 놀러온 손님이 벽에 걸린 하눌타리를 보고 “당신은 담을 앓으면서 왜 저 하눌타리를 걸어 놓기만 하고 쓰지 않는 거요?”라고 물었고, 집주인은 “이게 담을 치료하는 데 효험이 있단 말이오?”라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그 후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필요한 때 쓰지 아니하고 쌓아 두기만 하면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이 속담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하눌타리는 한자로 천원자(天圓子)라고 하는데, 그래서 ‘천원자를 장차 어디에 쓰랴’라고도 합니다.

 

 
 
 

까마귀 모르는 제사

 

사진5까마귀는 ‘반포(反哺)’로 유명합니다. 반포는 우리말로 ‘안갚음’인데,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 또는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뜻합니다. 이처럼 효심이 지극한 까마귀도 모르는 제사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제사이기에 까마귀도 모르는 것인지 함께 살펴볼까요?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까마귀는 먹이 사냥에 힘이 부치는 어미를 먹여 살리는 동물로 나옵니다. 그래서 이름도 사랑의 까마귀라고 하여 ‘자오(慈烏)’라고 했습니다. 어릴 때는 어미가 주는 먹이를 먹었지만 자라서는 반대로 어미에게 먹이를 먹여 준다고 하여 ‘반포’라는 말이 나왔고, 지극한 효성을 의미하는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사자성어도 만들어졌습니다. 까마귀는 효를 아는 새인 것이죠. ‘까마귀 모르는 제사’란 ‘반포로 이름난 까마귀도 모르는 작은 제사’라는 뜻으로, ‘자손이 없는 쓸쓸한 제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 속담과 의미는 같지만 정반대의 분위기가 나타난 속담으로는 ‘제상(제사상) 앞에 개가 꼬리를 쳐야 그 집안이 잘된다’가 있습니다. 이 속담은 아이들이 많고 자손이 매우 왕성하여야 집안이 잘된다는 말입니다.

 

 
 
 

복의 이 갈듯

 

사진6속담 속 ‘복’은 ‘복어’를 뜻합니다. 복어는 맛이 좋은 생선이지만, 맹독이 있어서 꼭 복어 전문가의 손을 거쳐 독을 제대로 제거해야만 먹을 수 있는 생선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복어가 이를 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복어는 성질이 탐욕스러우며 난폭한 기질이 있어 무엇이든 마구 물어 대는 습성이 있습니다. 몸이 뚱뚱하고 등지느러미가 짧으며 이가 날카롭게 생겨서 물에 사는 돼지라는 뜻으로 ‘하돈(河豚)’이라고도 하고, 이빨이 앵무새의 부리와 비슷해 ‘앵무어(鸚鵡魚)’라고도 합니다. 복어는 이와 턱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낚싯줄을 물어 끊기도 하고 낚아 올렸을 때 이를 사리물고 이빨을 빠득빠득 갈아 소리를 냅니다. 이와 같은 복어의 특성을 빗댄 이 속담은 ‘복이 이를 세게 갈듯이 이를 간다’는 뜻으로, 원한이 있어 이를 바드득바드득 갊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 참고 자료
박남일,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 말 풀이사전≫, 서해문집, 2004.
권오길, ≪발칙한 생물들≫, 을유문화사, 2015.
유태종, ≪음식 궁합 1≫, 아카데미북,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