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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가 반짝이는 속담 10 - 11월,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 -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린 속담들

이산저산구름 2015. 11. 4. 11:48

11월,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린 속담들

어항에 금붕어 놀듯

 

사진1자그마한 어항에 금붕어 몇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작디작은 공간이겠지만 금붕어들에게는 어항이 곧 온 세상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어항 속에서 금붕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금붕어들은 어항 밖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노는 것만 같습니다. 가짜 수초와 바위틈에 숨기도 하고 서로의 꽁무니를 쫓기도 합니다. 떼를 지어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어항에 금붕어 놀듯’이라는 속담은 어항 속에서 금붕어들이 사이좋게 노는 모습처럼 연인 간에 서로 잘 어울려 노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갓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요. 이 속담은 그러한 연인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속담입니다.

 

 
 
 

물 본 기러기 산 넘어가랴

 

사진2기러기는 철새입니다. 봄에는 시베리아, 사할린, 알래스카 등지에서 살다가 가을이면 우리나라로 날아드는데요, ‘물을 본 기러기는 산을 넘어가지 않는다’는 이 속담의 뜻은 무엇일까요?
 
기러기는 호수나 저수지, 강, 해안, 간척지 등 물이 있는 곳에 서식합니다. 계절이 바뀌어 살 곳을 찾아 열심히 날던 기러기가 드디어 간절히 원하던 물가를 찾았는데, 어떻게 물을 두고 산을 넘어가겠습니까? 이 속담은 ‘그리운 사람을 본 이가 그대로 지나쳐 가 버릴 리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꽃 본 나비 담 넘어가랴’가 있습니다.

 

 
 
 

꽃 본 나비 불을 헤아리랴

 

사진3나비가 그토록 찾고 찾던 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꽃 주변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비는 타오르는 불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속담은 ‘연인 간의 정이 깊으면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찾아가서 함께 사랑을 나눔’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젊은 사람의 사랑은 막을 수 없다’는 뜻도 가집니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처럼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맞는 속담인데요, 사랑과 애정 관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한 요즘에는 참으로 보기 드문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물 본 기러기가 어옹을 두려워하랴’가 있는데, 이것은 물을 보고 좋아서 정신없이 날아드는 기러기가 고기잡이를 두려워할 리 없다는 뜻으로 좋아하는 것을 보고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새벽바람 사초롱

 

사진4‘사초롱’은 다른 말로 ‘사등롱’이라고도 하는데, 여러 빛깔의 깁명주실로 바탕을 조금 거칠게 짠 비단으로 거죽을 씌운 등롱대오리나 쇠로 살을 만들고 겉에 종이나 헝겊을 씌운 등의 하나을 뜻합니다. 새벽에 사초롱을 들고 밖을 나섰는데 갑자기 새벽바람이 휘익 불었다고 하는 이 속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새벽바람에 초롱불이 꺼지지 않도록 몸을 돌리거나 초롱을 가리는 모습은 소중한 것을 조심스럽게 다룬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 속담은 ‘매우 사랑스럽고 소중한 사람(혹은 물건)’을 ‘새벽바람에 꺼질까 봐 조심스럽게 들고 있는 초롱’에 빗대어 나타낸 것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아끼고 배려하며 애정을 다하면 감동을 받기 마련입니다. 혹시 평소에 소중한 사람을 홀대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귀한 사람일수록 ‘새벽바람 사초롱’을 아끼듯 대하는 것은 어떨까요?

 

 
 
 

내 님 보고 남의 님 보면 심화 난다

 

사진5이 속담에 쓰인 ‘심화(心火)’는 ‘마음속에서 북받쳐 나는 화’라는 뜻입니다. 즉 이 속담을 좀 더 쉽게 풀어 설명하면 ‘내 임 보고 남의 임 보면 화가 북받친다’가 됩니다. 왜 남의 임을 보면 화가 나는 것일까요?
 
이 속담은 ‘자기 임이 더 훌륭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잘난 남의 임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아니하다’라는 뜻으로,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와 비슷한 속담입니다. 연인 사이에서든 부부 사이에서든 상대를 더 잘나 보이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비교를 당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가장 불행해지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닌가 합니다. 이 속담은 이와 같이 사랑하는 상대를 남과 비교하는 행위를 경계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소중히 여겨야 할 것입니다.

 

 
 
 

시집가서 석 달, 장가가서 석 달 같으면 살림 못할 사람 없다

 

사진6‘살림’이란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 즉 가정을 이루는 일을 뜻합니다. 시집가서 석 달, 장가가서 석 달이 어떠하기에 그 달만 같으면 살림 못할 사람이 없다는 것일까요?
 
결혼 후 석 달이면 ‘신혼’입니다. 이 시기는 신랑과 신부가 더없이 행복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처음으로 함께 가정을 이루었기에 서로 가장 조심스러운 때이기도 합니다. 사소한 집안일도 마음처럼 잘되기보다는 실수가 많을 때인데요, 그래서 서로 이해심을 발휘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 속담은 ‘결혼 생활의 초기와 같은 애정과 배려가 지속되면 가정에서 불화를 겪을 일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늘 초심과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대한다면 언제나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참조 자료
김은경, ≪(댕기끝에 진주같은) 우리말 속담≫, 황금두뇌, 2006.
전치수, ≪우리말 속담사전≫, 매월당, 2011.
이상희,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넥서스BOOKS,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