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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가 반짝이는 속담 9 - 10월, 지역색 톡톡 묻어나는 지명에 유래를 둔 속담 이야기

이산저산구름 2015. 10. 8. 10:05

 

10월, 지역색 톡톡 묻어나는 지명에 유래를 둔 속담 이야기

충주 결은 고비

 

사진1‘충주’는 충청북도 북부 가운데에 있는 시로 사과와 황색종 담배 등이 재배되는 더운 지역으로도 유명합니다. ‘결은’은 ‘기름 따위가 흠씬 배다. 또는 그렇게 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동사 ‘겯다’의 활용형이고, ‘고비’는 ‘자린고비’의 ‘고비’와 같은 말로 ‘다라울 정도로 인색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속담을 이루고 있는 단어의 뜻을 알아보아도 언뜻 속담의 뜻을 유추하기 어렵습니다. 이 속담은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요?
 
이 속담은 충주의 어느 부자가 부모의 제사를 지낼 때에 지방(紙榜)을 매번 쓰고 불살라 버리기 아깝다 하여 기름에 결어서 제사 때마다 다시 꺼내 썼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것으로 ‘매우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같은 뜻의 속담으로 ‘충주 자린고비’, ‘충주 달래 꼽재기 같다’가 있는데요, ‘충주 달래 꼽재기 같다’라는 속담을 풀어 설명하면 ‘충주의 달래강 근처에 사는 꼽재기 같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꼽재기’는 ‘때나 먼지 따위와 같은 작고 더러운 물건’ 혹은 ‘아주 보잘것없고 작은 사물’이라는 뜻으로 역시 아니꼬울 만큼 잘고 인색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송도 계원(契員)

 

사진2“이것도 속담인가?” 할 정도로 매우 짧은 이 속담은 ‘낮은 지위나 작은 세력을 믿고 남을 멸시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단 네 글자 속에 꽤 긴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어떻게 이런 속담이 만들어졌는지 그 유래를 살펴볼까요?
 
조선의 제7대 임금이었던 세조의 오른팔 격으로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던 한명회는 젊은 시절에 번번이 과거 시험에서 낙방해 뜻대로 벼슬길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자존심을 꺾고 음직(蔭職, 과거를 거치지 않고 조상의 공덕에 의하여 맡은 벼슬)으로 ‘경덕궁직’이라는 낮은 벼슬을 얻었습니다. 개성에 있는 경덕궁을 관리하게 된 한명회는 개성에서 벼슬을 하는 이들이 만든 친목계인 ‘송도계(松都契송도: 개성의 옛 이름)’에 끼려고 했으나, 계원들은 한명회의 벼슬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그 후 한명회가 정승이 되고 세자의 장인이 되는 등 출세를 하자 한때 한명회를 낮잡아 보았던 송도계의 계원들이 크게 후회했다는 데서 ‘송도 계원’이라는 속담은 유래되었습니다. 이래서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다’고 하나 봅니다.

 

 
 
 

악박골 호랑이 선불 맞는 소리

 

사진3‘악박골’은 요즘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일대의 옛 이름이라고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그곳에 위치한 인왕산을 악박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데요, 악박골 호랑이가 맞았다는 ‘선불’은 ‘급소에 바로 맞지 아니한 총알’을 의미합니다. 호랑이가 선불을 맞았다면 그 소리가 어마어마했겠지요.
 
따라서 이 속담은 ‘사납고 무섭게 지르는 소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인왕산 모르는 호랑이가 있나’, ‘인왕산 모르는 호랑이 없다’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옛날 인왕산에는 호랑이가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랑이라면 한 번은 인왕산을 다녀간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는데요, ‘악박골 호랑이 선불 맞는 소리’도 이 지역에 호랑이가 많았다는 데에서 유래한 속담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매우 사납게 마구 날뛰는 모양’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선불 맞은 호랑이 (뛰듯)’, ‘선불 맞은 노루 모양’ 등이 있습니다.

 

 
 
 

삼복에 비가 오면 보은 처녀가 울겠다

 

사진4이 속담에 등장한 지역은 ‘보은’으로, 바로 충청북도 보은군을 가리킵니다. 삼복(三伏)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의 절기로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키는데요, 일 년 중 가장 더운 때라 더위를 피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삼복에 시원한 비가 오는데 왜 보은의 처녀는 슬퍼할까요?
 
예로부터 충청북도 보은군은 ‘보은 대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추 재배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대추 농사는 벼농사와 달라서 여름철에 비가 많이 내리면 대추의 발육이 좋지 않고, 열매가 많이 떨어져 수확이 줄어듭니다. 이처럼 삼복에 비가 와서 농가 수익이 줄어들어 혼사를 앞둔 처녀들이 혼사 밑천을 걱정하여 운다는 데에서 이 속담은 유래하였습니다. 절기와 날씨, 그리고 농사의 관계에 대한 조상들의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속담입니다..

 

 
 
 

포천 소(疏) 까닭이란다

 

사진5포천은 경기도 동북부에 있는 도시로 이항복의 묘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속담의 ‘소’는 동물이 아니라 임금에게 올리던 글로서 ‘포천 소’란 포천 지역에서 올린 상소를 가리킵니다. 이 속담은 어떤 뜻과 유래를 품고 있을까요?
 
이 속담은 ‘남의 물음에 어물어물 얼버무리며 슬쩍 넘어가는 경우’를 이르는 말입니다. 조선 후기의 문신 최익현은 포천 출신으로, 74세의 나이로 의병을 일으킨 애국지사였습니다. 불의를 보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의 신하였던 그는 우국의 마음으로 거침없이 상소를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상소로 정사(政事)가 변경되는 일도 많았는데, 사람들이 어떤 일이 무슨 까닭으로 변경되었는가를 물으면 ‘포천에서 올린 상소 때문’이라고 대답하였다는 데에서 이 속담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살갑기는 평양 나막신

 

사진6‘나막신’은 나무를 파서 만든 신발인데요, 우리 조상들은 주로 비 오는 날 진흙 길을 걸을 때 나막신을 신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평양의 나막신이 어떠하기에 ‘살갑다’고 하는 것일까요?
 
옛날에 평양에서 만든 나막신은 신기에 편안한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딱딱하고 뻣뻣한 나무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발에 잘 맞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교성이 좋고 남과 잘 사귀는 사람을 평양 나막신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즉, 이 속담은 ‘붙임성 있고 사근사근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속담에는 또 다른 뜻도 숨어 있습니다. 평양 나막신은 안쪽이 넓다는 특징이 있어서, 몸은 작은데 음식은 남보다 더 많이 먹는 사람을 비웃는 말로도 쓰였다고 하는군요.

 

 
 

 
 

※ 참조 자료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세시풍속사전’ (http://folkency.nfm.go.kr/sesi)
김윤식, 최동호, ≪(한국 현대소설) 소설어사전≫, 고려대학교 출판부, 1998.
김은경, ≪(댕기끝에 진주같은) 우리말 속담≫, 황금두뇌,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