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한글 맞춤법 알아보기 19 오뚜기가 아니고 오뚝이예요!

이산저산구름 2014. 6. 5. 13:59

한글 맞춤법 차례차례 알아보기 19 어근에 접미사가 붙어서 된 명사 중 원형을 밝혀 적는 경우와 소리대로 적는 경우


 

이번 호에서는 한글 맞춤법 제23항을 살펴봅니다.

 


제23항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 예시를 나타낸 표

 

한글 맞춤법은 ‘널리’, 그리고 ‘규칙적으로’ 쓰이는 접미사는 되도록 그 형태를 밝혀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19항에서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만, ‘먹이’를 ‘윗첨자머기’로 적지 않는 것은 ‘-이’야말로 국어에서 가장 생산적으로 쓰이는 명사 파생 접미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접미사의 형태를 밝혀 적게 되면 자연히 그것이 붙는 어근단어를 분석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이 되는 부분도 원형을 드러내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접미사의 형태를 밝혀 적는다는 말은 곧, 어근의 원형을 밝혀 적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가 명사 아닌 것을 명사로 만들어 주는 대표적인 접미사라면, ‘-하다’는 용언이 아닌 것을 용언으로 만들어 주는 대표적인 접미사입니다. 아래 사전 풀이에서 보듯이 접미사 ‘-하다’는 수많은 명사나 부사의 뒤에 붙어서 동사나 형용사를 만들어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들 사동 접미사와 피동 접미사는 그것이 결합한 능동사나 주동사의 어간과 분명하게 구별되며, 규칙적인 형식으로 결합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본디 어간의 형태와 접미사를 구분하여 적는 것이 뜻을 파악하는 데에 더 효율적이라고 보아 원형을 밝혀 적도록 한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접미사 ‘-하다’의 풀이 나타낸 표

 

접미사 ‘-이’가 그러하듯이 접미사 ‘-하다’ 역시 특별한 전문 지식 없이도 누구나 분석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형태를 밝혀서 적는 것이 쓰기에도 편하고 읽고 뜻을 파악하는 데에도 더 유리합니다. ‘윗첨자오뚜카다’보다는 ‘오뚝하다’로 적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하다’가 붙을 때는 ‘오뚝하다’로 적어 놓고는 ‘-이’가 붙을 때는 ‘윗첨자오뚜기’로 적는다면, 때에 따라 어근 ‘오뚝’을 드러내기도 하고 드러내지 않기도 하는 셈이니 아무래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로 된 경우에도 원형을 밝혀 적도록 한 것입니다. 즉, ‘오뚝이’가 바른 표기가 되는 것입니다.

 

‘-거리다’는 의성어•의태어의 뒤에 붙어서 동사를 만들어 주는 대표적인 접미사로서 ‘-하다’와 마찬가지로 원형을 밝혀 적습니다. 그래서 ‘윗첨자쌕쌕꺼리다’로 적지 않고 ‘쌕쌕거리다’로 적는 것이며,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윗첨자쌕쌔기’가 아닌 ‘쌕쌕이제트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가 바른 표기가 되는 것입니다.

 


붙임 '-하다'나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에 '-이'나 또는 다른 모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는 예시를 나타낸 표

 

어떤 어근이 ‘-하다’나 ‘-거리다’와 결합하지 못한다면 애당초 접미사 ‘-이’가 붙었을 때의 표기와의 일관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애써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 것입니다. 즉, ‘윗첨자개굴하다’라든지 ‘윗첨자기럭거리다’와 같은 말이 없으므로 ‘윗첨자개굴이, 윗첨자기럭이’로 적지 않고 ‘개구리, 기러기’로 적는 것이지요. 그리고 ‘귀뚤+-아미귀뚜라미’의 ‘-아미’나 ‘딱딱+-우리딱따구리’의 ‘-우리’처럼 모음으로 시작하는 접미사들은 매우 제한적으로 쓰이므로 쉽게 분석도 안 되거니와 개념도 분명하게 새겨지지 않기 때문에 원형을 밝혀 적지 않고 소리대로 적는 것입니다.

 

참고로, ‘깍두기무를 작고 네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 따위의 양념과 함께 버무려 만든 김치’는 ‘깍둑+-이’로 분석되고 ‘깍둑거리다조금 단단한 물건을 대중없이 자꾸 썰다’라는 말도 있으니 ‘윗첨자깍둑이’로 적을 법하지만, 어근 ‘깍둑’의 본뜻이 인식되지 않는다고 보아 그 형태를 밝혀 적지 않는 것입니다. ‘부스러기’ 역시 ‘부스럭거리다’란 의성어와는 무관한 말이므로 ‘윗첨자부스럭이’로 적지 않습니다.

 
 

글_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