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그가 그립다!! - 고 최인호 작가

이산저산구름 2013. 9. 27. 11:10

그가 그립다!!

 

 

"제 소원이 있다면 환자로 죽지 않겠어요.

저는 작가로 죽겠습니다. 저는 원고지 위에서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최인호,

침샘암 투병이란 극한 상황에서도

단 두 달 만에 1200매의 소설을 마무리할 정도로 작가적 투혼을

불사르다가 그의 유언처럼 그는 歸天하였다.

 

그는 고교 재학시절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벽구멍으로'가 입선된

조숙할 만치 문학적으로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작가였다.

'별들의 고향', '깊고 푸른밤', '고래사냥', '적도의 꽃'. '왕도의 비밀',

'상도', '타인의 방',

'잃어버린 왕국','길 없는 길'. '유림', '가족'...

 

그중에도

소설과 수필형식을 섞어 빌어 쓴 '가족'은

1970년대 그가 신혼시절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월간지 '샘터'에

30년 이상 연재했던 넌픽션물이다.

'이 이야기는 언제 끝날지 나도 모른다'는 고백과 함께

가족, 주변 이웃에 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던

'미완성 교향곡' 같은 것이었다.

 

그의 자녀, 다혜와 도단이가 어릴 때부터 40세가 전후되도록까지

쓴 글을 옆에서 늘 읽어서인지

그는 몇 십년지기 친구요 친숙한 이웃같은 사람이었다.

 

신혼 살림을 목욕탕 이층집에 차려 세들어 살던 이야기... 

딸 다혜가 서너 살 때쯤인가?

꼭 술을 먹으면 그 자리에서 딸이 생각 나 운전기사를 시켜

딸을 데려오면 목마를 태우고 집으로 비틀비틀 돌아오며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래고래 노랠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고 추억하던 딸이었다.

신통하게도 어린 딸 다혜는 술집에서도 얌전해 보채지도 않았다고 하였다.

 

그는 일찍부터 책이 많이 팔려 남보다 빨간차 포니를 일찍

샀다고 했다.

조그만 포니도 그때는 기사가 있었다고 낯뜨거워 했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 들어서던 초입에서의 언밸런스한 한

단면이었다.

 

키가 작달막한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아들 딸들을

키우느라 지독하게 콩나물 값도 아꼈는데, 그의 어머니는

가게부에 콩나물을 '공나물'이라고 썼다는 글을 보고

가슴이 저릿했던 기억도 오래 남아 있다.

 

그의 어머니 치마에서는 늘 구정물 냄새가 났고,

어쩌다 학교에 어머니가 찾아오면 그는 구정물 냄새나는

늙은 어머니가 창피해 몰래 도망을 가 숨곤 햇다는 것이다.

 

그가 장년이 되고는 어릴 때 이런 못난 행동을 통탄했다고

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그 아들이 주물러주는 안마를 그렇게 좋아하여

노년에도 어쩌다 그 어머니의 짧은 팔다리를 주무르면 오망한 입으로

"아구구 시원하다."며 그렇게 좋아하였다고 추억하였다.

그는 아주 효자이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는 해방둥이로 1970년대 청년문화의 기수였다.

'타인의 방'에서 그는 아파트 거주자의 고립된 삶과 소외를,

현대인의 물질만능 현상을 날카롭게 짚어내기도 했다.

 

70년대 쓴 '별들의 고향'에서는 자유분방한 성풍속도를 그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바람에 통속소설가로 점찍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주인공 경아가 자살하게 함으로서 도덕적인

단죄를 가하려 애썼다.

 

역사 추리 류 같은 '잃어버린 왕국', 불교소설 같은 '길 없는 길',

유교 냄새가 나는 유림, 조선시대 상인의 삶을 통해 바른 상행위와

경영의 도가 무엇인가를 깨우치는 소설 '상도'...

작가로서의 그의 깊이와 넓이는 완숙의 경지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아깝다.

 

그의 문학은 한 마디로 매력적이라고 어떤 평론가는 말했다.

그는 세상과 타협하여 색깔이 분명해보이진 않았으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재기가 흘러넘쳤다.

 

그가 그립다.

그의 명복을 빈다.

 

 

 

트로이메라이는 <꿈>이란 뜻이라네요.

이 곡은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으로 아름답고 조곡은 아니지만

어쩐지 '꿈' 같은 이 노래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그 작가인들 이런 곡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