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상식) 대변(大便) · 똥(feces) (II)
숙변(宿便)이라는 엉터리 용어
(지난 회에서 계속됨)
한국에서 널리 떠돌아 다니는 이야기에 이런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똥이 마려우자,
길가의 나무 밑으로 가더니,
쓰고 있던 갓을 벗어 나뭇가지에 거는 것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양반 체면에 갓을 쓴채로 똥을 누기가 뭣했기 때문이리라.
지나가던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어찌하여 갓을 벗어 거기에다 걸어두는 것이오?” 하고 묻자,
“나는 건망증이 심해서 다른 데에 두면 필경 잊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오,
이렇게 머리 윗쪽 에 걸어두면, 일어 날 때에 머리에 부딪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갓이 생각나서 잊어버리지 않게 될 것 아니오?”
“참으로 현명한 생각이군요!” 하면서 그 사람이 지나가고 난 후,
볼일을 끝낸 그 사람이 일어서려니까, 뭔가가 머리에 부딪치는 것이었다.
머리 윗쪽을 쳐다보니, 그곳에 갓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 갓을 보고 “이게 웬 갓이냐?” 하고 기뻐하면서,
머리위에 써보니 자기의 머리에 딱 맞는지라...
“어라, 이것 봐라! 내 머리에 아주 딱들어 맞는 갓이로구만!” 하면서
기뻐하다가, 그만 자기가 싸놓은 똥을 밟고 말았다.
그러자, 오만상을 찌부리면서,
“어떤 망할 놈의 자식이 여기에다 똥을 싸놓았구만!
에잇 더러운 놈! 이거 정말로 더럽게 재수없네!”
똥은 그 누구의 똥이나 다 더럽다.
그렇다! 자기의 똥도 더럽기는 마찬가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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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변(宿便)이라는 엉터리 용어:

숙변(宿便)- 장내벽(腸內壁)에 붙어 있는 오래된 똥-이 있다고?
한마디로 해서 숙변(宿便)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숙변이라는 단어는,
정상적인 의학에서는 찾아 볼 수 조차도 없는
가상적인 개념이고 또한 허구의 단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 보다도 먼저 잘못된 그 말- 숙변- 부터 없애야만 된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아주 오래전 부터...
숙변(宿便)이라는 단어와 ‘숙변(宿便)은 아주 해로운 것’ 이라는 낭설이
동시에 떠돌아 다니고 있기에...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숙변(宿便)-
장내벽에 붙어서 배출되지 않는 오래된 똥- 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이다!
그렇다! 숙변(宿便)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근거가 전혀없는 비과학적인 상상(想像)의 단어일 뿐이다!
아마도,
배변(排便)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의 염원에서 나오게된 말이거나
또는 똥을 좀더 많이 눗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과 상상 속에서 나오게 된
가상적(假想的)인 말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그대 앞에서 ‘숙변(宿便) 운운(云云)...’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때에는
『똥을 좀 더 많이 눗기를 갈망하는 자(者)가, 드디어, 자기 스스로에게
“뱃속에 숙변이 있다! 그 숙변 때문에 내가 이러는 것이다!”라고,
공허하게 외치고 있도다!』라고 점잖게 타일러 주도록 하시라!
아무튼 그 숙변(宿便)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계속하여 보면...
숙변(宿便)이라는 말은, 주로, 사이비(似而非) 건강론자들-
사이비 건강론, 한방, 채식이나 단식 요법 등등- 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그들의 일방된 주장에 의하면... 장내(腸內)에는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장벽(腸壁)에 붙어 있는 오래된 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숙변(宿便)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숙변은 아주 유해하여
사람에게 두통,식욕부진,뇌출혈,구강염,치주염,여드름,기미,부스럼,
어깨결림,요통,정서 불안,생리통,냉증,노화,각종 암(癌)을 유발시킨다! 라고
외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주장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숙변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 숙변의 유해성(有害性)을 거장하게 거론하여...
일반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는 그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물론 무식(無識)의 소치에서 나온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유언비어(流言蜚語)를 퍼트리는 사악한 인간들이 아닐까?
우선 ‘숙변이 존재한다!’고 떠들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을
그대로 들어보고 나서...
그 허무맹랑한 엉터리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시해 보기로 할까?
“굴뚝 속의 벽에도 시커먼 덩어리가 끼듯이... 장벽에도 똥이 끼어 있다!”
“하다 못해, 매끈한 연통 속의 벽에도 시커먼 검뎅이가 끼듯이...
장벽속에도 똥이 끼어 있다!”
“뱃속에는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서 밖으로 배출되지 않은 그런 똥이 있다!”
“봐라! 금식(禁食)을 해도 똥이 나오잖아! 그게 바로 숙변이라니까!”
한마디로 해서... 천만의 말씀이다! 착각도 대단한 착각일 뿐이다!
왜냐하면,사람은 단식을 하더라도 매일 다량의 소화액이 장 속으로 분비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장의 상피 세포는 끊임없이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상피로 교체되는 과정을 평생 반복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람은 어느 기간 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철저한 단식을 하더라도... 똥을 누게 되어 있는 것일 뿐이다! 알겠는가?
그런데도... 그것을 ‘숙변이 나오는 것’ 이라고 하는 주장은...
그야말로 의학적인 이야기가 아닌 헛소리일 뿐이다!
“구불구불하고 복잡하고 좁은 창자의 점막 사이에
똥이 오랫동안 끼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주장 역시 그저 상상에 불과한 말이다.
왜냐하면, 장(腸)의 표면은 점액(粘液)으로 뒤덮여 미끈 미끈할 뿐만 아니라,
쉴 새 없이 장 자체가 꿈틀대면서 연동운동(蠕動運動-peristalsis)을 하기 때문에
오래된 똥이 대장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전혀 불가능 하다.
그렇다! 蠕動運動-peristalsis-이라는 것은 장 자체가 일으키는 수축운동인데
마치 파도치기와 같은 모습으로 계속 장이 움직여서
그 내용물을 밀어 내는 것이다.
(대장 내시경을 통해 대장 속을 직접 들여다보면 대장 속에는
숙변이라는 것이 있지도 않고
또한 주름이 그다지 많거나 복잡하지도 않다!는
것을 아주 간단하게 알아 볼 수가 있다.)
“숙변 제거제를 먹으면... 숙변이 나오지 않는가?”
이것 역시 아주 허황한 주장이다.
숙변 제거제(除去製)로 먹는 식품이나 약의 대부분은 식이 섬유(纖維)가 주성분이다.
식이 섬유는 장에서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똥으로 배출된다.
그뿐만 아니라 섬유질은 대장 속에서 다량의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피가 커지게 되어서 분량 자체가 많아진다.
그렇다! 숙변을 제거할 목적으로 섭취한 그 식이섬유가 똥으로 나오는 것일 뿐이지,
그것이 오래된 숙변이 빠져 나오는 것이 아니란다. 알겠는가?
아마도 과학과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얼마든지 숙변에 대하여 갑론을박(甲論乙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시절에는 숙변의 존재 여부를 밝히기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대장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의료 기술이 발달했기에
숙변의 존재 여부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매일 대장 내시경으로 대장 안을 들여다보는 수많은 의사들이
하나같이 모두 다 숙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숙변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허황된 주장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일까?
무엇 때문에...
그 가설적인 허황된 존재(存在)를 일부러 만들어서 계속 믿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다음 회에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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